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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수 3:43 pm on January 21, 2008 Permalink | Reply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px-eternal_sunshine_of_the_spotless_mind_ver3.jpg

    처음에 조금 보다가 끄고 나서 두 달이 지나서야 다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SF라고 부를 수도 있을 거 같다.  로맨스이지만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먼.  그러면 SF 로맨스 영화?  그건 ’철이 영이 크로스’ 같은 느낌이지만, 공룡수색대하고는 비교가 좀 어렵다.

    조각조각난 장면들이 영화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는 방식이다.  그건 재미있는 영화들이 즐겨 취하는 이야기 전개법이지.

    ‘블레이드 러너’에서 ‘메모리는 존재다’라는 명제를 쎄게 말하고 나서, ‘미멘토’에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를 쫓아가는 나름 서스펜스 영화가 나오더니, 인위적 기억 삭제라는 소재를 로맨스하고 접목시킨 ‘Eternal sunshine …’이 나오네.

    시라고는 우리말 시도 잘 안 읽고 영시도 안 읽는데, 이 영화 때문에 위키에서 Alexander Pope와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를 찾아보게 되었다.  Eloisa to Abelard라는 Pope의 시에 나오는 표현이라고 영화에 설명이 나오는데 … ‘forgetfulness’가 주제라고 위키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한 영화라서 두려울 정도다.  짐 캐리의 진지한 역할 연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이건 Will Ferrel의 진지한 역할 연기가 돋보인 ‘Stranger than fiction’하고 비슷한 정도로 의외다.  케이트 윈슬렛은 예쁘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게 큼직큼직하게 생긴 얼굴인데, 그런 여장부스런 얼굴이 이 영화에는 잘 맞는다.

     
    • 2:14 am on February 6, 2008 Permalink | Reply

      이터널 선샤인이라..인상깊은 영화죠…

      sf를 좋아하시는 것같은데…

      그렇다면…

      비슷한 제목의 ‘선샤인’ 이란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아마겟돈과 비슷한 부류의 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느낌은 많이 다른 영화랍니다.

  • 잠수 1:57 pm on January 20, 2008 Permalink | Reply  

    Nerd Test 


    I am nerdier than 79% of all people. Are you a nerd? Click here to find out!

    내가 nerdy하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는데, 자칭 computer guru보다는 덜 nerdy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rakko 2:48 pm on January 20, 2008 Permalink | Reply

      평소 스스로를 nerdy하다 생각했었는데 점수는 생각보다 낮게 나왔네요.
      54점. 흑 .. 슬포요 ㅜ.ㅜ ㅋ

    • iago 5:28 pm on January 20, 2008 Permalink | Reply



      Let this settle it once and for all. -_-v

    • iago 5:30 pm on January 20, 2008 Permalink | Reply

      얼레.. 스코어 태그 붙였는데 안나왔네;; 저 73점이예요.
      79점과 79점이 아닌 것은 하늘과 땅 차이져..

    • daighter 4:05 pm on January 21, 2008 Permalink | Reply

      앗 이거 했는데 이런이런 이게 정녕 제 점수인가요? :> 18점.

    • 잠수 2:40 am on January 22, 2008 Permalink | Reply

      다들 자신의 nerdiness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계셨군요.
      쩝.
      이 기회에 좀더 nerdy해질 수 있도록 nerd camp에 갔다오시는 건 어떨지.

  • 잠수 1:47 pm on January 20, 2008 Permalink | Reply  

    안구건조증이 생긴지는 10년이 넘었다.  이걸 안구건조증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6년쯤 됐다. 

    안구건조증을 앓으면서 책을 오래 들여다볼 수 없게 됐다.  약 5~10분 정도 책을 보면 blurry해지면서 글자가 잘 안 보인다.  인공눈물을 넣어줘야 한다.  그래서 1시간 책을 읽으려면 인공눈물을 10번 정도 넣어줘야 한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내가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 이유 중의 하나다. 

    안과를 찾은 것은 7년쯤 전인데 그때는 눈에 모래알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어서 안과를 갔다. (요즘엔 그런 증상을 안구미란이라고 하더군)  의사는 이상한 병명을 말해주면서(미국 병원이었음) 인공눈물을 쓰라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일시적으로 안구건조를 완화시키는 역할 밖에 못하는 것이니까.

    작년 봄에 안과를 갔는데, 거기서는 안구건조증이라고 하면서 눈의 기름이 나오는 마이봄샘이 막혀서 기름이 안 나오면서 안구건조증이 된 거라고 설명했다.  안구의 표면은 기름층과 눈물층이 덮고 있는데, 기름층은 눈물이 증발하는 걸 막아준다 했다.  기름층이 안 생기니까 눈물이 금방 말라버려서 건조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방법은?  TCP 요법이라 해서 기름샘을 짜서 막혀있는 구멍을 뚫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건 좀 강한 마사지 같은 거였는데, 그걸 받고 나면 확실히 좀 좋아졌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그 중간에도 스스로 관리하라고 안약 및 면봉 같은 거를 주는데 그걸 소홀히 한 점도 있긴 하고…

    암튼 지금도 지속적으로 안구건조증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에서 시킨 걸 하면 약간 호전되는 정도이고…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 노안이 찾아오면 더 이상 책은 그만 읽고 산에 가서 감자나 키우며 살면 좋겠는데.

     
    • 리샨 4:55 am on January 21, 2008 Permalink | Reply

      그러다 감자랑 돌멩이도 구분 못하면…ㅡ.,ㅡ

  • 잠수 1:39 pm on January 20, 2008 Permalink | Reply  

    이사를 하게 됐다.  어제 좀 돌아다니면서 보다가 계약을 해버렸다.  전세 계약인데다 액수도 작아서 그냥 별 망설임없이 사인했다.  다음 주말에 이사할 계획.  혼자 살 집 구하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라서 마음 먹고 반 나절 정도만 돌아다니면 적당한 곳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그런 일에 자전거란 건 아주 편리한 도구이다.  피곤함이 없이 먼 거리를 빨리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집 보는 것도 피곤하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게 된다. 

    새로 갈 곳은 작은 원룸이다.  지금 사는 곳보다는 좀 작은 곳인데.  음, 전망도 좋지 않다.  좋은 점이라면 지하철이 좀더 가깝다는 것.  이사할 곳에서 좀 살다보면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문제들이 1년 안에 정리가 될 듯 싶다. 

    지금 사는 곳에 들어온 후로 짐도 꽤 늘어났다.  이사 가기 버거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은 될 성 싶은 분량의 짐이다.  이 집이 좀 편하다 생각하면서부터 책장도 하나 사고 책도 이래저래 사고 하면서 좀 분별없이 늘어난 거 같기도 한데…

    책도 마구마구 늘리고 히키코모리 오타쿠스런 방을 꾸미려면 자기 집이 있어야 할 거 같다.  아, 그건 미래를 대비하는 히키코모리 오타쿠인가?  히키코모리 오타쿠의 스피릿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게 주변 환경을 내버려두는 것 아닌가?  

    집이 좀 좁아질 것이기 때문에 ‘기모노 입은 마네킹의 시중을 받으며 반신욕’하는 헨타이 드림의 성취는 조금 뒤로 미뤄질 것 같다.  그 동안에 ‘기모노 입은 마네킹의 시중을 받으며 반신욕’하기 위한 세트 상품이 등장하지 않을까?

     
  • 잠수 2:16 pm on January 10, 2008 Permalink | Reply  

    미스트 – The Mist 

    the_mist_poster.jpg

    스티븐 킹은 ‘On Writing’에서 자신이 창작할 때는 상황(situation)을 밑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플롯(plot)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스티븐 킹의 ‘On Writing’을 읽고 나서 영화 ‘미스트’를 보면 스티븐 킹이 이 소설을 쓸 때의 마음의 작동을 읽을 수 있다. 

    2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꽉 끼인 상황에서의 공포라는 걸 먼저 상상했을 거고, 그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일들을 상상한 후,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들을 그려나가면서 소설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말이 허무하다고 하는데, 그 허무함이 주는 메시지 역시 무섭다.   르네상스 이후의 서구인들이 가장 믿음직스러운 기둥으로 삼아왔던 합리적 사고와 그에 바탕한 합리적 선택이란 것이 극한 상황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 

    스티븐 킹 소설답게 조금씩 조금씩 죄어들어오는 공포와 짜증.  그리고 폭발. 

     
    • rakko 1:47 pm on January 11, 2008 Permalink | Reply

      예고편 잠깐 보니까 괴물/곤충들이 습격하는 것 같은데 … 이런 류의 영화 좋아하거든요.
      봐야겠네요 ^^

    • daighter 10:37 am on January 19, 2008 Permalink | Reply

      레꼬님은 이런 영화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으으으… ^^;; 하지만 킹은 대단한 듯합니다. 주위의 흔한 소재를 공포의 대상으로 아주 효과적으로 둔갑시키는 듯…

  • 잠수 4:24 pm on January 9, 2008 Permalink | Reply  

    종교적 동의보감 맹신 

    자칭 기독교 신자 중에 성경을 완독한 사람이 드물다.   날라리 신자들이 성경을 완독하지 않은 거야 이해할 수 있다.  근데 교조적 신자들이 성경을 완독하지 않는 것은 코메디이다.  그들이 교조화하는 대상은 성경이 아니고 목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ㅋㅋ

    비슷한 현상은 한의학계에도 있다.  한의학이 엄청난 효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 동의보감을 완독한 사람은 없다.  완독은 아니더라도 1/10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없다.  한의학 맹신자들에게 동의보감은 바이블보다 더 신비한 것이고 감히 범접하기조차 힘든 비결이 숨어있는 책이다. 

    이런 맹신은 동의보감을 한 번 읽어보기만 하면 깨진다.  한자로 된 원본을 읽을 필요는 없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이 있으니까 그걸 구해서 읽으면 된다.  그걸 좀 읽다보면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성경 읽을 때의 느낌하고 비슷하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도 동의보감에 해독되기를 거부하는 엄청난 비결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 많이 봤다.  애석하지만 그런 엄청난 비결이란 건 없다.  그 비결이란 게 우주와 인체에 대한 깨달음에 바탕한 초월적 의학이라면, 그런 건 동의보감에 없다.  

    드라마 ‘허준’이 히트를 칠 때도 소설 ‘동의보감’은 팔렸을지언정 의술책 ‘동의보감’은 거의 안 팔린 듯 하다.  혹시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자기도 허준같은 명의는 못 되더라도 가정의술 정도는 배워보겠다며 의술책 ‘동의보감’을 산 사람은 있을지도.  대부분의 경우 실망했을 것이다.  괜히 시술해보려 했다가 뭇 사람의 웃음을 살 만한 치료법이 있기도 하고, 경동시장까지 가야 구할 수 있는 이상한 이름의 약초들을 이용해야 하는 치료법도 있으니까.  현대에는 감초 뿌리 구하는 것보다 동네 약방에서 소화제나 소염제를 사는 게 더 쉽다.  게다가 부작용도 덜하고 중금속도 들어있지 않다. 

    원전 읽기가 중요한데, 원전을 읽지 않고 중간전달자의 말만 듣고 그게 원전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원전을 읽어야 한다.

    아는 사람 중에 동의보감 맹신자가 있는데, 이번에 치과의사랑 결혼한다.  세계관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 술먹자 12:59 am on January 13, 2008 Permalink | Reply

      이크..
      치과의사와 결혼하면 돈걱정은 일단 없군요.*^^

  • 잠수 2:08 am on January 8, 2008 Permalink | Reply  

    Man from Earth에 $10 Donation 

    mfe1a.jpg

    ‘The Man from Earth’를 본 대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앞으로 이만큼 훌륭한 SF 영화를 더 만들라는 격려의 차원에서 $10을 donate 했다.  

    지난 3~4년간 한국 사회의 이슈들, 월드컵, 황우석, 심형래, 등등을 보면 파도 만드는 진동기가 달린 수조 같다.  파도가 이쪽 벽으로 몰려와서 부딪혔다가 반대쪽 벽으로 가서 부딪히고, 그게 반복되는데 파도의 높이는 점점 높아진다.  그러다 수조벽을 언젠가는 넘어설 것 같다. 

    전체의 행동을 보면 그렇고, 개인의 행동을 따로 보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남이 주입해준 대로 행동하는 좀비가 되어가는 건데.   파시즘에 휩쓸렸던 독일 국민들은 그때 좀비였다.   다가오는 좀비와 인간의 전쟁.  쩝. 

    Donate하는 곳은 http://www.manfromearth.com/index.html

     
    • daighter 10:41 am on January 19, 2008 Permalink | Reply

      SF를 좋아하는데ㅡ최근에 바빠 영화를 안 보니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몰랐군요. 기부도 하시고 멋진데요!

  • 잠수 2:53 pm on January 7, 2008 Permalink | Reply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 Man from Earth 

    영웅, 운명, 전원, 합창으로 이름지어져 있는 4개의 베토벤 교향곡에 비해서 나머지 5개의 교향곡은 관심을 좀 덜 받고 있다.  습작에 가깝다 할 수 있는 1번과 2번은 그렇다 치고, 교향곡 보다는 실내악에 가까운 8번 교향곡도 나름 비중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곡의 아름다움이나 완성도에서 영웅, 운명, 전원, 합창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대중들에게 천대받는 교향곡이 7번이다. 

    나는 9번 교향곡이 베토벤 교향곡 중 최고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은 7번이라 생각한다.  이 7번 교향곡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드라마 애호가들의 귀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근데, 알게 모르게 귀에 종종 들리면서 존재감이 없는 듯 하면서도 강한 힘을 전달하는 7번 교향곡 2악장은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7번 2악장은,  영구가 만든 300억짜리 이무기 영화보다 100배 재미있으면서도 제작비는 1/3000 정도 들었을, ‘Man from Earth’에 유일하게 삽입된 음악이다.  활발하고 힘찬 1악장, 3악장, 4악장의 분위기를 지긋이 누르면서도 힘차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운명적 영웅의 영혼을 그린 악장이이라고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곡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헤어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마약이다.  베토벤의 곡 중에 마약 같은 게 여러 곡이 있는데, 합창 교향곡의 전곡이 그러하고 7번 교향곡의 2악장이 특히 그러하다. 

    영화 ‘Man from Earth’에서 그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이 틀어주는 7번 2악장은 영화의 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데, 이 영화의 감독이 음악에도 조예가 깊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 최호영 12:28 am on January 8, 2008 Permalink | Reply

      그러고보니 베토벤 7번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네요. 베토벤 교향곡은 컬렉션 세트를 몇 개나 갖고 있으면서도 정말 실제로 듣는건 보통 3번, 5번, 9번 정도가 다인 것 같아요. 오늘 집에 가서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 리샨 1:32 pm on January 8, 2008 Permalink | Reply

      이런 포스트를 올리는 잠수님도, 조예깊음을 묻어 가시는?ㅡ.,ㅡ

      9번 교향곡의 합창을 직접 불러본 경험에 의하면 말이지요.
      베토벤형님께서 노래쟁이에게 유감이 무지하게 많았다는 느낌이 든다오.
      듣는 사람들이야 어쩔지 모르지만…ㅋㅋ

    • ch.t.l 4:31 am on February 13, 2008 Permalink | Reply

      아..저는 7번 마이 좋아합니다.

  • 잠수 3:29 pm on January 6, 2008 Permalink | Reply  

    콜로라도이든지 메인이든지 

    나는 원래 시골 출신이다.  중학생 때 중소도시로 이사했고, 대학 들어가면서 서울로 옮겼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에 1/3은 시골에서 살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으나 한국 남자 평균 수명의 절반 정도 살았으니까 평균대로라면 지금만큼 더 살게 될 거 같다.  

    어릴 때는 도시에서 사는 게 그렇게 신나고 좋더니, 이제는 시골에서 살고 싶다.  시골도 걍 시골이 아니고 불곰이 출현하는 콜로라도나 길 가다가 스티븐 킹을 만날지도 모르는 메인(Maine) 같은 인적 드문 곳에서 살고 싶다.  한국에서라면?  글쎄.  강원도의 어느 조그만 마을 같은 데라면 좋겠지?  겨울 되면 눈이 많이 내려서 누가 찾아오기도 힘들고 내가 다른 동네 마실 가기도 힘든 그런 곳.   이틀에 한 번 정도 책 배달 받고, 기름 보일러로 방 덥히는 그런 곳. 

    아리조나 있을 때는 I-40 주변의 랜치(ranch)를 방문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거기는 보통 640에이커를 하나의 농장 단위로 쓰는데, 이건 아마 서부 개척 시대 때 1마일씩 땅을 잘라서 나눠주었을 때의 구획이 계속 이어져왔기 때문으로 짐작한다. (640에이커는 가로 1마일, 세로 1마일 짜리 땅의 넓이다.  1마일은 1.6km.  640에이커면 꽤 큰 땅이다.)   어떤 땅들은 320에이커, 160에이커, 80에이커 등으로 쪼개져 있긴 한데, 척박한 땅에 소 키우려면 640에이커 정도는 되어야 방목할 맛이 난다. 

    농장이 640에이커 짜리면 거기에는 랜치 하나가 있다.  농장 주인이 사는 곳이다.  거기 사람들은 카우보이 태가 난다.  카우보이 후손들이 많다.  외지인도 있긴 하지만, 우리처럼 투기 목적으로 사들일 만한 땅들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소를 치는 목적으로 땅을 소유한다.  640에이커에 랜치 하나씩 있으면, 옆집까지 거리가 보통 1마일, 즉 1.6km이다.  걸어서 가기는 쫌 멀다.  게다가 도로가 제대로 안 닦여 있고, 기껏해야 흙길이기 때문에 차로 이동해도 멀게 느껴진다. 

    이런 랜치에는 전력선이 닿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워낙 주택 밀도가 낮은 곳이라 전력선을 까는 비용 대비 효과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랜치는 태양열 발전을 이용한다.  낮에 태양열로 만들어둔 전기를 밧데리에 넣어두었다가 밤에 이용한다.  냉장고는 저전력 전기 냉장고이거나 혹은 가스로 작동하는 냉장고이다.  가스로 작동하는 냉장고라는 건 거기서 처음 봤다.  가장 중요한 물은, 지하수를 뽑아서 쓴다.  지하수가 안 나오면 죽음이다.  물을 사서 써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큰 탱크 로리가 와서 물을 탱크에 채워주고 간다.  

    전화는 무선을 이용한다.   텔레비전은 인공위성 접시로 받는다.  인터넷도 그렇다.  그래서 대부분 랜치에 인공위성용 접시가 달려 있다. 

    태양열 발전으로 대규모 전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밤에 불을 환하게 밝힐 수 없다.  최소한의 불만 켜놓는다.  자연스레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밤에는 프레데터들이 우는 소리도 들린다.  늑대나 mountain lion 등등. 

    여름에 비가 오면 지표수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국지적인 홍수가 발생하는데, 이 넘이 길을 다 망가뜨린다.  애시당초 흙길이니 물이 한 번 쓸고 지나가면 다 없어진다.  게다가 개울의 모양도 바뀌어버린다.  이전에 차로 건널 수 있던 계곡이었는데 이번엔 안 건너지기도 한다.  그래서 SUV나 픽업 트럭만인 유효한 자동차이다.  SUV도 모양만 그럴싸한 것 말고 하드 코어 SUV여야 한다.  미국인들의 SUV와 픽업 사랑은 나름 이유가 있다. 

    나는 아리조나 같은 사막보다는 콜로라도 같은 산악이 좋다.  아리조나는 모래 사막은 아니다.  관목들이 있고 생명력 질긴 풀들이 자라는 사막이다.  모든 생명체들이 가진 극악의 생명력.  나도 그런 생명력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사막에서는 무력함과 의욕상실이 온다.   고독의 강도도 여기가 최강이다.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도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여기서만큼 강하게 느껴본 적은 없다.  무서웠다.

    사람 10명이 손을 잡고 둘러싸야 아우를 수 있는 나무들이 자라는 산악이 그래도 여유롭다.  동물들도 살지는 산악.  거기서라면 이웃까지 가는 데 1마일이라 하더라도 괜찮을 듯.  영화 ‘미저리’의 배경 같은 곳이 딱 좋은데.   언제 그런 곳에서 살게 될까?

     
    • 리샨 3:48 am on January 7, 2008 Permalink | Reply

      거기다 한옥 지으면 딱 좋겠네요…ㅋㅋ

    • sarahon 12:11 pm on January 7, 2008 Permalink | Reply

      Shooter에 보면 마크월버그가 은둔해 살던 산골의 집이 얼마나 멋지던지요.

    • 잠수 2:42 pm on January 7, 2008 Permalink | Reply

      리샨/ 한옥을 어디다가요? 아리조나? 콜로라도?

      sarahon/ 네, 그 집도 멋있었지요. 고독의 삶이란 것.

    • 리샨 1:30 pm on January 8, 2008 Permalink | Reply

      콜로라도.ㅋㅋ

    • jn 6:50 pm on January 17, 2008 Permalink | Reply

      test

    • daighter 10:43 am on January 19, 2008 Permalink | Reply

      미국의 시골, 외진 곳은 한국과 좀 다른 느낌. 자연 그 자체가 정말 엄청난 포스로 다가온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저는 native 도시맨인데, 이런 저마저도 서울을 떠나고 싶으니 변해가나 봅니다. -_-

    • 輝夜姬 3:03 pm on November 4, 2008 Permalink | Reply

      메인 주, 너무 북쪽에 있어요.
      알라스카로 갈 거야 적응하면 되겠지 못할게 뭐가 있어 생각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에 머리속이 얼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알라스카는 역시나 무리구나 싶더군요. 추위에 엄청나게 약해요. 그래서, 여기서 이 글 읽은 생각이 들어서 메인주는 어떨까 찾아봤는데, 역시 춥다는 증언들만 있어요. 여기도 포기. 음, 콜로라도. 그런데 곰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

    • 輝夜姬 2:17 am on November 8, 2008 Permalink | Reply

      실은 실제로 간곡하게 옮겨갈 생각보다는 살고싶은 곳들을 찾아보며, 찾아보는 이 상태를 즐기는지도 몰라요. 천년여우에서, 여주인공이 ‘ 그 ‘를 사랑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 그 ‘를 평생 좇는 자신을 더 사랑했을 수도 있는 것처럼요.

    • 輝夜姬 2:20 am on November 8, 2008 Permalink | Reply

      위의 ‘좇’을 ‘쫓’으로 수정

  • 잠수 1:45 pm on January 6, 2008 Permalink | Reply  

    3:10 to Y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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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

    이야기는 아리조나 배경이다.  아리조나는 기본적으로 사막이다.  그래서 농사 짓기가 아주 힘들다.   소나 말을 키우는 건 가능하다.   땅에서 나는 풀을 사료로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땅에서 풀이 나려면 물이 있어야 한다.  홀랜더는 에반스의 땅을 뺏으려고 물길을 바꾸어 버린다.  물이 땅에 흘러들어가지 않으면 풀조차 나지 않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다. 

    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악당보다 더 악당스런 지주 홀랜더가 가난한 소농들을 착취할 때 물을 끊는 방법을 쓴다는 이야기의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이건 아주 사실성 높은 얘기거든. 

    몬순 기후대에 속해서 물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살았던 우리나라에서는 물 때문에 싸우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냥 논에 물꼬를 트니 마니 하면서 심술을 부리던 정도였지.  근데, 세계에서 척박한 땅은 아주 넓고 그런 척박한 땅에 물이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않느냐에 따라 땅이 완전히 쓸모없어지느냐 아니면 가축이라도 칠 수 있느냐가 갈라지기 때문에 물은 많은 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다.  소위 water rights라 해서 물에 대한 권리는 미국의 재산법에서 조그맣게 소개가 된다.   대도시나 물이 많이 나는 곳에서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아리조나, 텍사스 등 사막지대에서 물의 권리는 중요하다.  아리조나의 아파치 국가(Apache Nations)는 아리조나주를 상대로 강물에 대한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권리(grandfathering rights)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으니 water rights는 사막에서는 아직도 살아있는 이야기다.  앞으로 쓸 수 있는 물이 점점더 귀해지면 매드맥스처럼 물 갖고 전쟁을 하게 될까?

    2. 아버지

    헐리우드의 가족주의가 웨스턴으로 변주되면 아버지주의가 된다.  아주 낡아서 쿰쿰한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의 이야기인데, 그래도 이런 마초스런 아버지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존 웨인 같은 마초는 아니다.  전쟁에서 총을 맞아 다리 한 쪽을 제대로 못 쓰기 때문에 강한 아버지는 절대 아닌 에반스는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목숨을 버린다.  이 한 문장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게 정리되는 건데, 그러면 러셀 크로우라든지 헨리 폰다 같은 주연급 배우들은 걍 무대 장치 정도로…

    3. Marshall

    20세기 초반 영화에서 절대 정의의 표상이었던 보안관은 21세기에 와서는 돈을 받고 보안을 책임지는 세콤 직원 정도로 격하된다.   그것도 강도한테 손들고 투항하는 세콤 직원. 

    4. 인디언 저격수

    인디언은 특별히 눈이 좋아서 저격수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스테레오타입이 다시 채용된다.  근데, 그 인디언은 피부색이 다르고 저격을 잘 한다뿐이지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걸 서슴지 않는 저열한 인간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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