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은 나의 힘

사실 메갈 혐오라는 건 남자들의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바로 열폭.

누구한테 “가난뱅이가~”라고 했다고 해봅시다.
어떤 사람은 화내고 어떤 사람은 “뭐래?”라고 합니다.
차이는 뭘까요? 화 내는 사람은 가난뱅이이고, “뭐래?”하는 사람은 가난뱅이가 아닙니다.

사람은 열등감을 건드리면 폭발합니다. 애초에 여혐이라는 흐름이 생긴 것은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취업시장에서 남성들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3대 고시 합격생 중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현상은 10년 넘었고 이젠 완전히 고착되었습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취업 시험에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낫습니다.

취업시장에서 탈락한 남자들은 여자들한테서 열등감을 느낍니다. 재미있는 건, 자기보다 잘난 남자에게는 열등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수긍하고 복종합니다. 자기보다 잘난 여자한테는 열등감을 느낍니다. 열등감은 자기보다 못난 것 같은 사람이 자기보다 잘 나갈 때 느끼는 것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못 났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잘 나갑니다. 마음 속은 부글부글하지만 언젠가는 너를 꺽고 말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게 열등감입니다.

6.9센치라 했던가요? 메갈에서 그런 표현으로 남성을 조롱한다고 합니다. 그 표현에 대해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뭐래?”라고 합니다.
차이는 뭘까요? 화내는 사람은 6.9센치이고 “뭐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트럼트 약진, 메갈 사냥

이게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예요.

마치 우리는 그런 흐름에서 동떨어져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 모양새가 달랐을 뿐 한국도 거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죠.

영국과 미국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에서 떨궈져나간 (영어로는 marginalized) 사람들이 사회 불만세력을 구성하고 그들이 보수적인 가치에 경도되면서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트럼프에 환호하게 됩니다.

한국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취업 시장에서 여성의 강세, 그리고 남성의 상대적 약자화로 인해 떨어져나간 남성들이 여성혐오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 여성혐오에 대한 반작용으로 메갈 같은 사이트들이 생겨나죠.
그리고 메갈에 대한 공격.

메갈 혐오자들의 배경을 보면 흥미로워요. 정의당 지지자들이 꽤 되는 듯 보입니다.
전체 메갈 혐오자 중에서 정의당 지지자들의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정의당 지지자보다 높아 보이긴 해요. (통계 조사를 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지금까지 정의당 탈당했다는 인증글을 보면, 없는 살림에 당비 내오던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올곧은 이념을 가진 정의당 지지자가 메갈 사냥을 한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메갈 사냥이 문제가 아니라, 메갈과 관련이 있으면(소위 메갈 묻었다?) 검증해서 조리돌림하겠다는 게 핵심이죠.
파쇼/메카시즘/홍위병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정의당을 지지해 오다가, 왜 갑자기 메갈 사냥의 메카시즘에 동참하게 됐냐고요?
그들은 사회에서 떨어져나가고 있는 계측이기 때문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민자, 중국, 한국 탓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여성 탓을 합니다.

이렇게 브렉시트, 트럼프 그리고 메갈사냥은 연결되게 됩니다.
(본질은 메갈이 아니었는데, 메갈에 대한 지지/반대 여부만 말하라는 메갈혐오자들의 단순한 이분법이 이들의 성향을 잘 드러내기도 하고요.)

이 흐름은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와도 상관 있는데,
그건 나중에…

개돼지 나향욱 메갈리안 티 김자연

개돼지 발언한 나향욱을 잡아족친 언론과 대중의 행태는 메갈리안 티를 입은 사진을 인증한 김자연 성우가 일자리를 뺏기도록한 행태랑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 행태를 보인 사람들은 나향욱과 김자연이 절대악이기 때문에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나향욱의 개돼지 발언은 천박할지언정 절대악은 아니고, 김자연이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티를 입은 사진을 인증한 것 역시 절대악이 아니다. 설사 김자연이 입은 티의 판매대금이 반대자의 마음에 안 드는 용도로 쓰여졌다 하더라도 그렇다.

언제나 그렇지만, 다양한 생각이 가능하고 그런 생각에 동의는 못하더라도 인정은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게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의 정신이다.

일베가 설사 어떤 조직으로부터 운영 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특정 지역이나 인물에 대한 혐오 발언을 상시적으로 내뱉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 사이트 자체가 전체적으로 폐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는 메갈리안도 마찬가지이다. 홍대 미대 졸업 작품전에 일베의 상징인 손모양을 크게 석고로 만든 작품이 전시된 것도 참지 못하는 것이 지금 시대의 대중이라면 이미 민주주의는 물건너 갔다. 나향욱이 대중을 개돼지라고 부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돼지들은 자기들을 개돼지라고 부르면 분노한다. 즉자적이고 단순하다.

부산행 – 연상호

돼지의 왕, 사이비. 이 두 제목만으로도 부산행은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연상호의 첫번째 실사영화? 그렇다면 한 번 봐줘야지. ‘서울역’도 봐야겠지?

  1. 한국 영화의 클리쉐

‘돼지의 왕’도 그렇고 ‘사이비’도 그런데, 연상호 감독은 한국 영화의 클리쉐에 익숙하다. 클리쉐를 쓰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제작사의 입김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연상호 감독 스스로가 한국 영화의 클리쉐를 좋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살하라’와 ‘구출하라’ 사이의 극적 반전. 반전은 모든 영화에서 기도하는 것이지만, 한국적 반전이란 건 있다. 성경(정유미 분)과 거지가 마지막 순간에 눈빛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이라든지. 천리마 고속 상무(김의성 분)이 마지막에 최종 보스 좀비가 되어서 공유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 공유가 결국 좀비한테 물려서 스스로 몸을 던지는 장면. 다들 좀 오글오글한 한국 영화의 클리쉐이다. 그런 장면이 없이 좀 드라이하게 갔다면 어땠을까? 내가 연상호 감독에게서 기대한 것은, 제작사가 원하는 클리쉐들을 거부하고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이 드라이하면서도 서늘하게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 정도까지는 못 만들겠지? 연상호 감독이 세번째 상업영화를 만들게 되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본다. (곡성이 나홍진 감독의 세번째 영화였기 때문에)

2. 디테일이 어그러진다

대전역에서는 왜 군인 좀비들이 역 바깥 쪽을 바라보며 무리지어 서 있어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들로 하여금 군인들이 밖에서 대전역을 지키고 있다고 믿게 하고, 반전으로 그 군인들이 좀비라는 걸 알려줌으로써 놀라게 하려는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그 앞까지 좀비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일단 움직이는 생명체를 쫓아서 뛰어가는 것이 좀비의 행동양식이다. 대전역에는 움직이는 생명체가 없어서 군인 좀비들이 서 있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 전에 이미 누군가를 쫓아서 어디론가 이동했어야 했다. 동대구역도 그랬고 나중에 나오는 부산으로 들어가는 터널 앞에서도 군인 좀비들이 무리지어 서있지는 않았다. 뛰는 좀비라면 일관되게 뛰는 좀비였어야지.

성경(정유미 분)이 무궁화호 기관차를 타러 가는 장면에서는 좀비가 성경을 따라붙지 못한다. 어? 정말 그런가? 좀비는 수한도 따라잡지 못한다. 쩝. 공유가 스테이시스 필드를 쳤겠지. 그렇게 생각하자구.

좀비들이 무궁화호 기관차에 주르륵 달라붙는 장면. 꽤 좋은 장면인데, 거기서도 디테일이 죽었다. 바닥이 돌이기 때문에 좀비들이 그렇게 질질 끌려가면 좀비들 살이 돌에 갈려나가면서 핏자국이 나야 한다. 그런데 바닥이 너무 깨끗해. 그리고, 좀비들이 매달려있는 있는 모양이 삼각형이야. 그 삼각형 모양이 너무 잘 유지되더라. 기차는 굴곡진 구간도 지나가는데 말이야. 이유는 간단하지. 기차에 삼각형 매트를 달고 그 매트 위에 좀비역 엑스트라들이 매달려서 끌려갔기 때문이겠지. 그 장면은 좋은 장면이긴 한데, 좀더 사실감 있게 만들질 못했어. 원래는 다이아몬드 모양이 되었어야 하지. 그리고 중간에 좀비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야 하고. 떨어져나가는 좀비들은 바닥에 깔려 있는 좀비들이고 그 좀비들의 살이 갈려 나가면서 너덜너덜한 상태로 떨어져나가야 했었지. 그렇게 안 하니까 너무 티나잖아.

좀비가 헬기에 매달려 있고, 기차 위로 뛰어내리고 하는 장면은 액션감을 살리기 위한 장면이라고 이해해주려고 하긴 하는데, 그것도 좀비가 창궐할 때 일어날 일 같진 않은데. 좀비가 왜 창을 깨고 기차 위로 뛰어내릴까?

마동석, 공유, 야구선수의 삼인조가 좀비들이랑 싸울 때는 좀비들이 왜 그렇게 약한지. 마동석이 좀비들을 때릴 때는 사실감이 좀 있지만, 좀비가 한대 맞고 넘어졌다고 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기차 좌석에 너무 맥없이 앉아있다가 공유랑 야구선수한테 맞고 얌전해지는 건 좀 사실감 떨어지긴 함.

1등석 승객들이 공유 일행을 거부할 때도 좀 디테일이. 이전 장면까지는 사람들은 좀비에 물리자마자 좀비가 된다. 잠복기가 없다. 그런데 눈 앞에서 멀쩡하니 서 있는 사람들이 감염되었는지를 의심하는 건 좀 이상해. 그 장면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메시지 전달을 위해 사실감이 희생되어서는 안 되지. 공유 일행이 어디 물린 데가 있는지만 검사해봐도 간단히 해결되는 거 아니었나?

김대리는 어떻게 살아남았지? 김대리는 그 사건이 종원 바이오에서 일어난 일이란 건 어떻게 알았을까? 그 난리가 시작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야. 방송이 마비되고 사람들이 다 좀비가 되어서 전화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말야. 기껏해야 부산 정도만 방어에 성공한 상황.

다시 말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실감과 디테일의 일관성을 희생하면 안된다.

3. 좋은 액션 좀비이지만…

일단 한국에서 이 정도의 좀비 영화가 나온 것은 상찬 가능. 기차에서의 좀비 액션이라니. 괜찮은 설정이다. 그리고 잘 살려냈다. 거기다가 몇 가지 메시지를 넣은 것도 장점. 근데 그 장점이 동시에 단점도 된다는 것.

 

보호무역의 확산

브렉시트는 하나의 고립된 국가가 광란 속에서 무분별하게 저지른 결정이 아니다. 전세계적인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은 영국 내의 사회불만세력들이 51.9%를 차지하게 되면서 1인 1표의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그들의 불만을 표출한 사건이다. 전세계적인 변화는 (1) 신자유주의의 완성, (2)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 (3) 연방주의의 한계이다.

(1) 신자유주의의 완성

신자유주의가 극한까지 왔고 이건 한껏 높아진 지니계수로 알 수 있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가 지금은 사람들이 이름도 가물가물해하는 토마 피케티의 연구가 그 실증적 증거이다.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를 야기했고, 그에 대한 대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수정주의 정도로는 극복되지 않는다.

이 완성형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가장 손해를 많이 본 사람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했다는 것은 여러 언론 기사에서 보여진다. 학술적으로 ‘그렇다’라고 말하기에는 좀더 증거 수집이 필요하겠지만, 학술적 입증 이전에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명제이다.

(2)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

유럽이 출산율에서 1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내려 앉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본, 캐나다 등등 선진국들에서는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이 의외의 예외로 보일 수 있겠지만, 미국은 국가 내에서 잘 사는 사람들의 출산율은 낮은 반면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높아서 전체 국가의 출산율은 높게 나타난다.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민자 문제가 얽혀 있다.

영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이민자들 때문에 밀려나는 과거의 주류 계층 사람들이 늘어난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을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믿는다. 결국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미국에서 살았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이란 얘기다.

브렉시트 레퍼렌덤 때와 비슷하게 미국 내에서 사회불만 계층이 51.9%가 된다면 트럼프가 당선된다.

나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0%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지율이 0%라는 것과 당선 가능성이 0%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것은 통계학 공부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지율이 30%라고 하고 그 지지율이 꾸준히 나오고 상승하지 않는다고 하면, 표본이 충분한 경우에는 당선가능성이 0%라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이 30%인데 당선가능성은 0%라는 계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트럼프는 지지율도 꽤 높기도 한데, 당선가능성도 40% 이상으로 보인다.

이민자들은 계속 아이를 많이 낳는다. 영국 사람들은 동유럽 이민자 탓을 하는데, 미국의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출산율과 비교하면 동유럽 이민자들의 출산율은 오히려 선진국 수준이다.

(3) 연방주의의 한계

브렉시트는 연방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고려연방제 제안한 것 기억하는지? 연방이란 것은 좋은 절충안이면서도 한계가 명백하다. 좋은 시절에는 연방이 잘 유지되다가 안 좋은 시절이 오면 각 참가국의 이해관계가 안 맞으면서 파토 나기 십상이다. 영국은 (1)과 (2)의 문제 때문에 연방주의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51.9%의 의견 때문에 연방을 탈퇴하게 된 것이고.

미국은?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서 미국 연방이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계층간, 지역간 분열을 이용해서 지지율을 높여나가는 사람이어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러한 분열을 어떻게 봉합해나갈 것인가는 큰 문제일 것이다.

자유무역은 여전히 대세가 될 것인가?

앞의 세 가지 추세와 더불어 이미 조짐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는 자유무역주의를 밀어내고 대세가 될 것인가?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EU는 당분간은 영국에 대해서는 현재의 자유로운 교역은 거부하고 일정한 장벽을 쌓으려고 하는 듯 보인다. 트럼프는 대놓고 고립주의를 천명했다. 영국이 공식적으로 브렉시트를 위한 절차를 개시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면, 이제까지 전세계 국가들이 열심히 체결해놓은 FTA에 기반한 자유무역주의는 분명히 퇴조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TPP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폐기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애시당초 자국 제품을 수출하는 데는 관심이 크지만 자국의 수입을 늘리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서 FTA 체결도 그닥 적극적이지 않은 중국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맞서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주변국과의 영해 분쟁 때문에 또다른 고립주의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기도 하고.

사드 THAAD 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 갑자기 허벅지밴드가 생각났다. 예전에 정말 즐겨 들었는데. 뜯어먹어 날. 몇년 전에 인터넷 검색해본 바로는 허벅지밴드는 학원을 하면서 문화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하던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왜 갑자기 허벅지밴드가 생각났나 내 머리속을 헤집어보니, 사드 때문이었다. 허벅지밴드의 앨범 전반이 사디즘, 메저키즘, 도착 같은 걸 다루고 있는데, 노래 중에 사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있었던 것 같다. 요 며칠 사드 때문에 시끄러워서 그런 듯.

방금 검색해보니 페이스북의 뿌까언니 페이지에 아래 내용이 있다.

언더그라운드밴드 ‘허벅지’의 보컬 활동으로 클럽문화 운동, ‘기분 좋은 QX’ 대표, 서울대공원 원장을 거쳐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 세미나를 통해 ‘동행숲’이라는 이름으로 멸종위기동물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기획전문가 안영노를 찾아라!

맞아. 안영노. 페이스북 ‘동행숲’ 페이지가 있고, 페이스북에서는 Youngro Annyee 라는 이름으로 활동중.

젠장. 사드 얘기하려던 거였는데.

난 사드가 정말 ICBM과 SLBM을 요격할 수 있다면 공학적으로 엄청난 성취라고 생각한다. 이 무기체계가 ICBM을 요격하는 걸 보고 싶다. 그걸 촬영하는 것 자체도 엄청난 수준의 공학이 필요한 것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런데 이게 한국에 배치된다.

비용 문제는 미국이 거의 다 부담하는 것으로 나와있으니 문제가 없어졌다. 예전부터 미국은 THAAD를 deploy한다고 표현해왔다. 우리 말로는 ‘배치’라고 번역해서 그 뉘앙스가 잘 전달이 안됐는데, 미국이 deploy한다고 표현했으면 자기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부대 등을 특정 지역에 위치시킨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걸 전제하는 표현이지.

그렇다면, 미국의 주로 비용을 부담하는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일 아닌가? 공격 체계가 아니고 방어 체계이기 때문에 주변국과의 긴장을 조성할 것도 아니고.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자기들 공격 무기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 싫어서 반발하는 것이지 자국 영토에 사드가 purple rain처럼 떨어질 걸 우려해서는 아니지. 중국이 동펑(東風)을 배치해서 미국 제8함대의 작전 영역을 후퇴시키는 것과 유사한 것 아닌가? 군사력의 평형이 이동할 때 당연히 나타나는 정치적 제스처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할 것이다? 언론들은 항상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마련이지. 정말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 예전에 희토류 사건에서도 봤지만, 경제적 보복을 떠들썩하게 한 것 치고 그 결과가 신통한 적은 별로 없다. 경제적 영향력은 가스불에 얹어놓은 찜통에 개구리가 익어가듯 서서히 행사하는 것이 정석이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어느덧 세계를 호령하고 AIIB에 너도나도 가입하도록 만든 것처럼 말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한다면, 그건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느냐에 대한 테스트가 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이며 당이 국가보다 위라고 생각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그런 이념은 중국의 경제가 계속 발전하고 대외개방도가 높아지면서 시시각각으로 시험받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감행하면, 한국 경제에 타격이 오겠지만 중국의 기업들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중국의 기업들이 손해를 보게 될 때 중국 정부의 호령발이 언제까지 먹혀들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서의 성주? 뭐 사람 좀 적게 사는 지역에 두는 것은 당연하고 휴전선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 외에 다른 고려사항이 있었겠지. 그러다보니 성주가 선택되었는데 나쁘지 않다. 지역 주민들이 좀 손해를 보겠지만 그거야 할 수 없고. 그쪽 지역 사람들은 김정은이 언제 쳐내려올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사람들 아닌가? 이참에 사드로 튼튼하게 방비해두는 것도 좋겠지. 고소해하는 것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