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의 확산을 팔아먹는 자들

보호무역의 확산은 대세

이건 부인할 수 없다. 그 시작은 중국 경제의 확대였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경제 강국이 되었지만, 자국 시장을 서구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개방한 적이 없다. 국제통상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한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를 수는 있을 것이다. 무역 장벽은 관세 장벽이 있고 비관세장벽이 있다. 관세 장벽은 WTO를 통해서 많이 낮아졌고, FTA를 통해서 더 낮아지고 있다. 비관세장벽은 WTO에서 건드리기도 했지만 많이 낮아진 것은 아니고, FTA를 통한 비관세장벽의 철폐도 한계가 있다.

관세장벽은 무척 투명하다. 어떤 물품에 대해서 어떤 나라가 몇 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는지는 인터넷 검색만 좀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거기에다가 원산지규정을 제대로 적용할 줄 알면 관세는 정확히 계산된다. 하지만, 비관세장벽은 워낙 다양한 모양을 띄고 있기 때문에 투명하게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비관세장벽을 무역의 주된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관세 장벽을 충분히 낮추지 않았다. WTO에 가입하고 다른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면 모든 상품에 대해 관세가 0%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그런 의무를 부과하는 협정은 아직까지 없다. 그리고 중국은 그 와중에서도 비교적 낮은 개방율(많은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율 유지)을 유지하고 있다.

비관세장벽에 들어가자면 더욱 그러하다. 중국은 과거 무역보복 사례(희토류 수출 금지, 다양한 수입금지 등)에서 비관세장벽을 유감없이 사용해왔고, 이는 명백한 WTO 위반이거나 FTA 위반이 아닌 것들도 많았다.

중국은 그렇다 치고, 미국와 EU는 어떠한가? 요즘의 반덤핑 관세 부과 건수를 보면 요상하게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1990년 대에 칼라 힐스 USTR이 슈퍼301조를 매일 한 번씩 들먹일 때의 분위기로 회귀하는 것 같다. 왜 이런가? 그 근본에는 신자유주의가 그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자 털리고 난 미국과 유럽의 前중산층(現저소득층)의 불만이 높아졌고 정치적으로(표를 통해) 표현되다 보니 자유무역을 지지하기보다는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정치 권력을 장악하게 된 데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그러한 흐름에서 고립주의를 천명하는 정당이 저지른 일이고, 미국에서 도널드 제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고 지지율에서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을 앞서기 시작하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되어 있다.

과거 중산층이었다가 탈락하여(marginalized) 저소득층이 된 사람들에게는 버니 샌더스류의 주장보다는 트럼프류의 증오 발언이 더 잘 와닿는다. 이 모든 게 중국, 한국, 유럽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게 탈락자들에게는 듣기 좋은 말인 것이다. 그래도 일본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더라. ㅋ

누가 보호무역으로 장사하는가?

근데 보호무역이 대세가 되면 그걸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통상 관료들이 있고, 통상법을 자문하는 로펌도 있다. 이 둘은 보호무역이 대세가 될 때는 일자리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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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vs 스페이스고지라

고지라 vs 스페이스고지라

영화 초반에 나오는 페리선이 바로 세월호라길래 영화를 찾아서 봤다. 고질라 vs 스페이스고질라는 1994년 영화인데,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고지라 vs 디스트로이어(1995) 바로 앞이다.

세월호

영화 속에 세월호는 “LINE”이라는 이름을 옆구리에 박아넣고는 평화롭게 운행한다. 그 배가 꼭 20년 후에 한국에서 침몰하게 되었다.

메구미 오다카

영화에서 인간으로서는 주인공에 해당하는 미키 사에구사 역으로는 메구미 오다카가 나온다. 메구미 오다카는 고지라 시리즈에서 두번 이상 캐스팅 된 배우. 전성기 때는 아주 예쁘고 깔끔한 외모를 갖고 있다.

스페이스 고지라

우주에서 날아온 고지라인데, 일단 메카고지라의 개선형인 모게라는 쌈싸먹을 정도로 넘사벽이고 고지라보다 강한 듯 하다. 결국 마지막에는 고지라와 모게라가 힘을 합쳐 스페이스고지라를 죽인다는 간단한 설정.

표현의 자유

메갈 사냥 문제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이다. 표현의 자유 중에서 정부에 의한 표현의 탄압이 아닌, 무지한 대중에 의한 표현의 억압이 이번 사건의 키포인트다.

원래 헌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정부가 국민들의 표현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의도였다. 그 의도는 우리나라처럼 관에 의한 언론의 통제가 공공연했던 나라에서는 더욱더 중요한 가치였다. 그렇게 중요한 표현의 자유가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게 보호되기 시작했다고 말이나마 꺼낼 수 있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기 “시작”한 것은 문민정부 시절부터였다. 참여정부에서도 비교적 잘 보호되던 표현의 자유는,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입막음은 아니었다. 우회적인 방법을 통한 언론 장악, 여론 조작이 그 도구가 되었다.

그러한 와중에 새롭게 생겨나는 흐름이 있었으니, 대중에 의한 자발적인 표현 억압이다. 이번 메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의견은 입막음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어느 정도 의미있는 움직임이 되어 남초 사이트를 지배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이라는 주관적 기준과 “입막음을 한다”라는 표현의 자유 억압이다.

표현의 자유는 그 본래의 의미인 정부에 의한 억압 금지 뿐 아니라 대중에 의한 입막음 금지에서도 일정 정도 예외가 있다. 그 예외는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되지 않는다. 엄격한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만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야 한다. 이번 메갈 사건은 남초 사이트의 열혈분자들이 자기들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서 메갈리안이나 메갈리안 지지자, 그리고 메갈리안 용인자(메갈리란 그냥 놔두면 되지라는 쪽)들 모두에 대해 입막음을 하려 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대중이 주관적 잣대에 의해 다른 일군의 사람들의 표현을 차단하려 한 사건이다. (일부는 메갈을 “박멸”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건 일종의 인종청소(제노사이드)의 개념이니 표현의 억압에서 더 나아간 것인데, 여기서는 표현의 자유만 이야기하기로..)

두번째 문제인 “입막음을 한다”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비교적 잘 보장되는 미국의 헌법 판례에서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표현의 자유 판례에서 거듭 거듭 언급되지만,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어떤 권리보다 중요하다고 얘기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까지 연방대법원에서 말해지는 가치가 표현의 자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인종차별, 남녀차별 같은 각종 차별, 범죄, 혐오 같은 사회에 해악이 됨이 분명한 표현들에 대해서만 입막음이 허락된다고 누누히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남초사이트의 떼거리들은 메갈리아를 “입막음”해야 한다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얘기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박멸”해야 한다는 표현은 이 글의 포인트에서 벗어나므로… )

대중이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다른 일군의 사람들의 표현을 입막음 하려는 시도는 따라서 헌법 정신에 어긋나며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행위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러한 떼거리들은 메갈을 페미나치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이 파쇼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남초 사이트에 가서 “파쇼가 준동해서는 안되죠” 정도의 댓글을 남기면, 그 떼거리들은 메갈을 욕하는 줄 알고 좋아한다. 자기들을 파쇼라고 부르는 것도 모르고. 웃긴 일이다.머리가 나쁘거나 모른 척 하는 것일게다.

사실 메갈리아에 대한 민주주의적인 대응은 (1) 메갈리아를 지지하거나, (2) 메갈리아에 반대하는 논리적 표현을 하든가, (3) 메갈리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 안하거나 중의 하나이다. 메갈리아를 입막음하겠다거나 메갈리아를 박멸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위험한 파쇼적 생각이다.

 

열등감은 나의 힘

사실 메갈 혐오라는 건 남자들의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바로 열폭.

누구한테 “가난뱅이가~”라고 했다고 해봅시다.
어떤 사람은 화내고 어떤 사람은 “뭐래?”라고 합니다.
차이는 뭘까요? 화 내는 사람은 가난뱅이이고, “뭐래?”하는 사람은 가난뱅이가 아닙니다.

사람은 열등감을 건드리면 폭발합니다. 애초에 여혐이라는 흐름이 생긴 것은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취업시장에서 남성들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3대 고시 합격생 중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현상은 10년 넘었고 이젠 완전히 고착되었습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취업 시험에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낫습니다.

취업시장에서 탈락한 남자들은 여자들한테서 열등감을 느낍니다. 재미있는 건, 자기보다 잘난 남자에게는 열등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수긍하고 복종합니다. 자기보다 잘난 여자한테는 열등감을 느낍니다. 열등감은 자기보다 못난 것 같은 사람이 자기보다 잘 나갈 때 느끼는 것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못 났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잘 나갑니다. 마음 속은 부글부글하지만 언젠가는 너를 꺽고 말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게 열등감입니다.

6.9센치라 했던가요? 메갈에서 그런 표현으로 남성을 조롱한다고 합니다. 그 표현에 대해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뭐래?”라고 합니다.
차이는 뭘까요? 화내는 사람은 6.9센치이고 “뭐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트럼트 약진, 메갈 사냥

이게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예요.

마치 우리는 그런 흐름에서 동떨어져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 모양새가 달랐을 뿐 한국도 거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죠.

영국과 미국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에서 떨궈져나간 (영어로는 marginalized) 사람들이 사회 불만세력을 구성하고 그들이 보수적인 가치에 경도되면서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트럼프에 환호하게 됩니다.

한국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취업 시장에서 여성의 강세, 그리고 남성의 상대적 약자화로 인해 떨어져나간 남성들이 여성혐오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 여성혐오에 대한 반작용으로 메갈 같은 사이트들이 생겨나죠.
그리고 메갈에 대한 공격.

메갈 혐오자들의 배경을 보면 흥미로워요. 정의당 지지자들이 꽤 되는 듯 보입니다.
전체 메갈 혐오자 중에서 정의당 지지자들의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정의당 지지자보다 높아 보이긴 해요. (통계 조사를 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지금까지 정의당 탈당했다는 인증글을 보면, 없는 살림에 당비 내오던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올곧은 이념을 가진 정의당 지지자가 메갈 사냥을 한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메갈 사냥이 문제가 아니라, 메갈과 관련이 있으면(소위 메갈 묻었다?) 검증해서 조리돌림하겠다는 게 핵심이죠.
파쇼/메카시즘/홍위병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정의당을 지지해 오다가, 왜 갑자기 메갈 사냥의 메카시즘에 동참하게 됐냐고요?
그들은 사회에서 떨어져나가고 있는 계측이기 때문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민자, 중국, 한국 탓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여성 탓을 합니다.

이렇게 브렉시트, 트럼프 그리고 메갈사냥은 연결되게 됩니다.
(본질은 메갈이 아니었는데, 메갈에 대한 지지/반대 여부만 말하라는 메갈혐오자들의 단순한 이분법이 이들의 성향을 잘 드러내기도 하고요.)

이 흐름은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와도 상관 있는데,
그건 나중에…

개돼지 나향욱 메갈리안 티 김자연

개돼지 발언한 나향욱을 잡아족친 언론과 대중의 행태는 메갈리안 티를 입은 사진을 인증한 김자연 성우가 일자리를 뺏기도록한 행태랑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 행태를 보인 사람들은 나향욱과 김자연이 절대악이기 때문에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나향욱의 개돼지 발언은 천박할지언정 절대악은 아니고, 김자연이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티를 입은 사진을 인증한 것 역시 절대악이 아니다. 설사 김자연이 입은 티의 판매대금이 반대자의 마음에 안 드는 용도로 쓰여졌다 하더라도 그렇다.

언제나 그렇지만, 다양한 생각이 가능하고 그런 생각에 동의는 못하더라도 인정은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게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의 정신이다.

일베가 설사 어떤 조직으로부터 운영 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특정 지역이나 인물에 대한 혐오 발언을 상시적으로 내뱉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 사이트 자체가 전체적으로 폐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는 메갈리안도 마찬가지이다. 홍대 미대 졸업 작품전에 일베의 상징인 손모양을 크게 석고로 만든 작품이 전시된 것도 참지 못하는 것이 지금 시대의 대중이라면 이미 민주주의는 물건너 갔다. 나향욱이 대중을 개돼지라고 부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돼지들은 자기들을 개돼지라고 부르면 분노한다. 즉자적이고 단순하다.

부산행 – 연상호

돼지의 왕, 사이비. 이 두 제목만으로도 부산행은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연상호의 첫번째 실사영화? 그렇다면 한 번 봐줘야지. ‘서울역’도 봐야겠지?

  1. 한국 영화의 클리쉐

‘돼지의 왕’도 그렇고 ‘사이비’도 그런데, 연상호 감독은 한국 영화의 클리쉐에 익숙하다. 클리쉐를 쓰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제작사의 입김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연상호 감독 스스로가 한국 영화의 클리쉐를 좋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살하라’와 ‘구출하라’ 사이의 극적 반전. 반전은 모든 영화에서 기도하는 것이지만, 한국적 반전이란 건 있다. 성경(정유미 분)과 거지가 마지막 순간에 눈빛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이라든지. 천리마 고속 상무(김의성 분)이 마지막에 최종 보스 좀비가 되어서 공유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 공유가 결국 좀비한테 물려서 스스로 몸을 던지는 장면. 다들 좀 오글오글한 한국 영화의 클리쉐이다. 그런 장면이 없이 좀 드라이하게 갔다면 어땠을까? 내가 연상호 감독에게서 기대한 것은, 제작사가 원하는 클리쉐들을 거부하고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이 드라이하면서도 서늘하게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 정도까지는 못 만들겠지? 연상호 감독이 세번째 상업영화를 만들게 되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본다. (곡성이 나홍진 감독의 세번째 영화였기 때문에)

2. 디테일이 어그러진다

대전역에서는 왜 군인 좀비들이 역 바깥 쪽을 바라보며 무리지어 서 있어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들로 하여금 군인들이 밖에서 대전역을 지키고 있다고 믿게 하고, 반전으로 그 군인들이 좀비라는 걸 알려줌으로써 놀라게 하려는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그 앞까지 좀비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일단 움직이는 생명체를 쫓아서 뛰어가는 것이 좀비의 행동양식이다. 대전역에는 움직이는 생명체가 없어서 군인 좀비들이 서 있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 전에 이미 누군가를 쫓아서 어디론가 이동했어야 했다. 동대구역도 그랬고 나중에 나오는 부산으로 들어가는 터널 앞에서도 군인 좀비들이 무리지어 서있지는 않았다. 뛰는 좀비라면 일관되게 뛰는 좀비였어야지.

성경(정유미 분)이 무궁화호 기관차를 타러 가는 장면에서는 좀비가 성경을 따라붙지 못한다. 어? 정말 그런가? 좀비는 수한도 따라잡지 못한다. 쩝. 공유가 스테이시스 필드를 쳤겠지. 그렇게 생각하자구.

좀비들이 무궁화호 기관차에 주르륵 달라붙는 장면. 꽤 좋은 장면인데, 거기서도 디테일이 죽었다. 바닥이 돌이기 때문에 좀비들이 그렇게 질질 끌려가면 좀비들 살이 돌에 갈려나가면서 핏자국이 나야 한다. 그런데 바닥이 너무 깨끗해. 그리고, 좀비들이 매달려있는 있는 모양이 삼각형이야. 그 삼각형 모양이 너무 잘 유지되더라. 기차는 굴곡진 구간도 지나가는데 말이야. 이유는 간단하지. 기차에 삼각형 매트를 달고 그 매트 위에 좀비역 엑스트라들이 매달려서 끌려갔기 때문이겠지. 그 장면은 좋은 장면이긴 한데, 좀더 사실감 있게 만들질 못했어. 원래는 다이아몬드 모양이 되었어야 하지. 그리고 중간에 좀비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야 하고. 떨어져나가는 좀비들은 바닥에 깔려 있는 좀비들이고 그 좀비들의 살이 갈려 나가면서 너덜너덜한 상태로 떨어져나가야 했었지. 그렇게 안 하니까 너무 티나잖아.

좀비가 헬기에 매달려 있고, 기차 위로 뛰어내리고 하는 장면은 액션감을 살리기 위한 장면이라고 이해해주려고 하긴 하는데, 그것도 좀비가 창궐할 때 일어날 일 같진 않은데. 좀비가 왜 창을 깨고 기차 위로 뛰어내릴까?

마동석, 공유, 야구선수의 삼인조가 좀비들이랑 싸울 때는 좀비들이 왜 그렇게 약한지. 마동석이 좀비들을 때릴 때는 사실감이 좀 있지만, 좀비가 한대 맞고 넘어졌다고 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기차 좌석에 너무 맥없이 앉아있다가 공유랑 야구선수한테 맞고 얌전해지는 건 좀 사실감 떨어지긴 함.

1등석 승객들이 공유 일행을 거부할 때도 좀 디테일이. 이전 장면까지는 사람들은 좀비에 물리자마자 좀비가 된다. 잠복기가 없다. 그런데 눈 앞에서 멀쩡하니 서 있는 사람들이 감염되었는지를 의심하는 건 좀 이상해. 그 장면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메시지 전달을 위해 사실감이 희생되어서는 안 되지. 공유 일행이 어디 물린 데가 있는지만 검사해봐도 간단히 해결되는 거 아니었나?

김대리는 어떻게 살아남았지? 김대리는 그 사건이 종원 바이오에서 일어난 일이란 건 어떻게 알았을까? 그 난리가 시작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야. 방송이 마비되고 사람들이 다 좀비가 되어서 전화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말야. 기껏해야 부산 정도만 방어에 성공한 상황.

다시 말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실감과 디테일의 일관성을 희생하면 안된다.

3. 좋은 액션 좀비이지만…

일단 한국에서 이 정도의 좀비 영화가 나온 것은 상찬 가능. 기차에서의 좀비 액션이라니. 괜찮은 설정이다. 그리고 잘 살려냈다. 거기다가 몇 가지 메시지를 넣은 것도 장점. 근데 그 장점이 동시에 단점도 된다는 것.

 

보호무역의 확산

브렉시트는 하나의 고립된 국가가 광란 속에서 무분별하게 저지른 결정이 아니다. 전세계적인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은 영국 내의 사회불만세력들이 51.9%를 차지하게 되면서 1인 1표의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그들의 불만을 표출한 사건이다. 전세계적인 변화는 (1) 신자유주의의 완성, (2)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 (3) 연방주의의 한계이다.

(1) 신자유주의의 완성

신자유주의가 극한까지 왔고 이건 한껏 높아진 지니계수로 알 수 있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가 지금은 사람들이 이름도 가물가물해하는 토마 피케티의 연구가 그 실증적 증거이다.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를 야기했고, 그에 대한 대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수정주의 정도로는 극복되지 않는다.

이 완성형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가장 손해를 많이 본 사람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했다는 것은 여러 언론 기사에서 보여진다. 학술적으로 ‘그렇다’라고 말하기에는 좀더 증거 수집이 필요하겠지만, 학술적 입증 이전에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명제이다.

(2)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

유럽이 출산율에서 1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내려 앉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본, 캐나다 등등 선진국들에서는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이 의외의 예외로 보일 수 있겠지만, 미국은 국가 내에서 잘 사는 사람들의 출산율은 낮은 반면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높아서 전체 국가의 출산율은 높게 나타난다.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민자 문제가 얽혀 있다.

영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이민자들 때문에 밀려나는 과거의 주류 계층 사람들이 늘어난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을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믿는다. 결국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미국에서 살았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이란 얘기다.

브렉시트 레퍼렌덤 때와 비슷하게 미국 내에서 사회불만 계층이 51.9%가 된다면 트럼프가 당선된다.

나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0%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지율이 0%라는 것과 당선 가능성이 0%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것은 통계학 공부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지율이 30%라고 하고 그 지지율이 꾸준히 나오고 상승하지 않는다고 하면, 표본이 충분한 경우에는 당선가능성이 0%라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이 30%인데 당선가능성은 0%라는 계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트럼프는 지지율도 꽤 높기도 한데, 당선가능성도 40% 이상으로 보인다.

이민자들은 계속 아이를 많이 낳는다. 영국 사람들은 동유럽 이민자 탓을 하는데, 미국의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출산율과 비교하면 동유럽 이민자들의 출산율은 오히려 선진국 수준이다.

(3) 연방주의의 한계

브렉시트는 연방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고려연방제 제안한 것 기억하는지? 연방이란 것은 좋은 절충안이면서도 한계가 명백하다. 좋은 시절에는 연방이 잘 유지되다가 안 좋은 시절이 오면 각 참가국의 이해관계가 안 맞으면서 파토 나기 십상이다. 영국은 (1)과 (2)의 문제 때문에 연방주의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51.9%의 의견 때문에 연방을 탈퇴하게 된 것이고.

미국은?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서 미국 연방이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계층간, 지역간 분열을 이용해서 지지율을 높여나가는 사람이어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러한 분열을 어떻게 봉합해나갈 것인가는 큰 문제일 것이다.

자유무역은 여전히 대세가 될 것인가?

앞의 세 가지 추세와 더불어 이미 조짐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는 자유무역주의를 밀어내고 대세가 될 것인가?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EU는 당분간은 영국에 대해서는 현재의 자유로운 교역은 거부하고 일정한 장벽을 쌓으려고 하는 듯 보인다. 트럼프는 대놓고 고립주의를 천명했다. 영국이 공식적으로 브렉시트를 위한 절차를 개시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면, 이제까지 전세계 국가들이 열심히 체결해놓은 FTA에 기반한 자유무역주의는 분명히 퇴조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TPP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폐기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애시당초 자국 제품을 수출하는 데는 관심이 크지만 자국의 수입을 늘리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서 FTA 체결도 그닥 적극적이지 않은 중국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맞서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주변국과의 영해 분쟁 때문에 또다른 고립주의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