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클럽과 뮤지션들의 공존방식

미국에서 재즈바에 갈 때는 크게 고민하지 않던 문제인데 한국에서 재즈바를 가게 되면 고민하게 되는 게 있다. 내 일도 아닌데 그냥 음악 듣다보면 자연스레 고민하게 된다. 바로 돈 문제다. 올댓재즈의 경우 주말에는 입장객 한 사람당 5,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평일에는 입장료가 3000원(이거나 혹은 없다)이다. 천년동안도는 평일 주말 상관없이 음식이나 음료수 가격을 비싸게 받는데 거기에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클럽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압구정동의 원스인어블루문도 음식값이 아주 비싼 편인데 그 또한 공연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 관객의 입장

음악을 들으러 재즈바에 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음악을 듣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것이 5천원이냐 아니면 만원이냐에 따라서 쉽게 가지느냐 아니면 가끔 가게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 재즈바의 입장

재즈바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시경제학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입장료에 따라 찾아오는 사람의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하여 공연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을 계산해서 최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입장료를 책정해야 한다. 같은 뮤지션이 매일 연주한다면 공연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계산하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다. 하지만 매일 다른 뮤지션이 연주하게 되면 이 계산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또한 재즈바와 뮤지션간에 입장료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5대5, 6대4, 7대3 등 일정한 비율로 가르는 경우에는 재즈바 입장에서는 고정비용 이상의 입장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입장객을 많이 늘려야 하는 인센티브가 생긴다. 이는 재즈바가 여러 가지 마케팅을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되게 되며, 인기 있을 수 있는 뮤지션을 잘 골라내는 안목 또한 필요하게 된다.

만약 재즈바가 뮤지션에게 고정된 급료를 주는 방식이라면 그 고정된 급료가 고정비용에 포함되므로 고정비용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부담이 재즈바에 넘어오게 된다. 재즈바는 입장객의 수를 늘리는 여러 가지 마케팅을 하게 되고 또한 뮤지션의 고정급료를 가능한한 낮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재즈바 입장에서 최선의 방법은 입장객이 일정 숫자 이상이 되면 뮤지션에게 고정급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입장료 수입이 뮤지션의 고정급료를 커버하고 남을 정도가 됐을 때 뮤지션에게 급료를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재즈바는 거의 위험도 제로의 경영을 하게 된다.

(3) 뮤지션의 입장

배장은씨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jbfunkyjazz) 에 갔더니 스크랩되어 있는 글이 있어 원본 글을 찾아갔다. 최은창씨의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loop288) 에 있는 글을 인용한다. 미니홈피의 글들은 링크가 없어서 인용하기가 쉽지 않다.

울나라에서 지금 내가 아는 재즈클럽에서 연주를 하면 다들 하루 연주에 몇만원 이런식으로 연주자들에게 페이가 지급되는데(대개는 사오륙만원선에 더 낮은데도 있긴하더라)..

이건 내가 올댓재즈에 가서 대충 계산해본 것보다는 많은 돈이었다. 인기있는 밴드가 와서 홀이 꽉 차면 4~6만원 정도의 연주비를 뮤지션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일인당 입장료를 고스란히 뮤지션들에게 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계산의 방식은 이렇다. 홀이 꽉 차면 대략 100명이 찬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50만원의 입장료 수입이 생긴다. 그리고 하룻밤에 두 밴드 정도가 연주하므로 뮤지션이 8명 정도는 된다고 보면 1인당 6만원 정도가 돌아간다. 그러하므로 재즈바들이 야박하게 경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무작정 올려달라고 하기에는 재즈 클럽측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고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뮤지션들이 먼저 이해하고 있는것. 분명 연주하다보면 저정도 관객의 수로는 연주자들 연주비 주기에도 한참 모자라보이는 날들이 종종 있으니까 가끔 관객이 좀더 드는 날이라고 더달라고 할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내가 늘 사람들 붙잡고 해본 얘긴데, table cover혹은 cover charge라고 부르는 금액(재즈클럽에서 연주비라고 머 오천원정도씩 더 받는 돈)이 연주자들에게 직접 지급되는것 말이다. 그야말로 냉혹한 시장의 원리를 바로 체감하게 되는 얘긴데..관객이 많이 오는 날은 그 숫자만큼 돈을 더 받고, 적게 오는날은 반대로 덜 받게 되는거다. 산수를 해보자면, cover charge x 관객의 수 / 밴드멤버 = 일인당 연주비 인 것.

이 방식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재즈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 고정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하루 장사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즈바에서 좀더 경영을 잘할 인센티브도 생긴다. 뮤지션들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이런식으로 연주자들과 클럽이나 레스토랑 등지에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하룻밤에 얼마 이런식으로 flat rate을 주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내생각에 이런 방식(cover charge를 뮤지션들이 받는)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첫째는 뮤지션들이 일한 대가가 바로 뮤지션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뮤지션들이 느끼는 큰 박탈감중에 하나가 ‘내가 연주 잘해서 관객들이 많이 보러와도 결국 돈버는건 클럽이군’ 이란 생각이다. 연주자가 실력이 있고 관객들이 그에 호응해서 점점 관객 숫자가 늘어난다면 그 대가는 분명 뮤지션에게 돌아가야하는게 아닐까?

만약 재즈바에 오는 손님들이 하룻밤에 100명 이상이라면 뮤지션들이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할 것 같다. 위에 대략 계산한 것처럼 하룻밤에 100명 정도가 오면 뮤지션 1인당 6만원의 연주비를 벌어들이게 되는 셈인데, 이 때부터 뮤지션은 조금만 더 잘 하면 1인당 10만원의 연주비를 벌 수 있게 될 거라는 희망이 보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실을 배경지식으로 깔고 생각하면, 뮤지션들이 저렇게 요구를 하면 재즈바 주인은 기분 나쁠 수 있다. 지금까지 입장료 수입으로 연주비가 커버가 안 되는 상황인데도 뮤지션들에게 고정급료를 줬는데, 이제 조금 인기가 있어졌다고 입장료를 나누자고 하면 괘씸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모든 뮤지션들에게 동일한 제도를 적용한다면 그런 불만이 없어질 것이다.

두번째는, 비슷한 요지인데, 인기있는(관객동원능력이 있는) 뮤지션이 그렇지 못한 뮤지션들이 내는 적자를 메꿔줄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클럽 연주비가 회사 월급처럼 경력이 쌓인다고 호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지금 상황에서는 무대에 첨 올라가는 사람이건 미국에서도 충분히 먹힐만한 날고기는 뮤지션이건 결국 똑같은 금액을 들고 돌아가게 된다. 물론 젊은 학생들이나 이제 시작하는 뮤지션들(다시말해 달리 돈벌기도 힘든)이 그나마 이거라도 벌게되는게 감사할수도 있는건데, 관객동원이 안되니까 그것도 받지 말라고 하는것이 쉬운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내가 열심히 연주하고 인지도가 쌓여가면서 앞으로 십년후에는 내가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연주할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갖는것이 이제 무대에 첨 오르기 시작한 학생이 ‘아, 이제 내가 죽을때까지 받는 연주비는 사만원이군’ 이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거다. 젊을때 고생은 할만하지만 나이들어서는 비참해지니까.

조금 냉정하게 말해서 인기를 얻지 못하는 뮤지션들이 돈을 적게 받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잘하는 뮤지션과 그렇지 못한 뮤지션이 같은 대가를 받는다면 불합리하며 이를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왜곡이 발생한다. 뛰어난 뮤지션이 연주를 하면 입장료 10만원에도 보러 오려고 한다면 뮤지션이 하룻밤에 100만원씩 버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마일스 데이비스나 빌 에반스 같은 뮤지션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문제는 거장이 될 수 있는 싹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일찌감치 말라죽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재즈바의 입장에서 손해볼 것이 없고 뮤지션의 입장에서 잘 연주할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안할 이유가 없다. 이건 뮤지션들과 재즈바 경영자들이 잘 협상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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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재즈클럽과 뮤지션들의 공존방식

  1. 웹서핑을 하다가 아주 재미있는 글을 봤네요..좋은 내용입니다.저 역시 재즈라이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커버차지 들어오는대로 뮤지션에게 주는 방법입니다.그러면 뮤지션들은 더욱더 손님을 유치하느라 노력하겠고 운영주는 따로 자신의 경비가 지출되지 않으니 좋은 것이고…허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직도 한국의 재즈클럽 손님들은 커버차지에 대해 이해를 못한다는 것입니다.그것을 따로받는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합니다.그정도로 재즈팬이 많지는 않다는 것입니다.또한 위의 방법으로 하면 손님이 정말 없는 날 주중의 경우 뮤지션에게 정말 돌아갈 페이가 적다는 것입니다.정자동에서 운영 당시 커버를 받앗는데 하루 평균 4~5테이블이 들어왔다가 커버차지 받는 다는 설명과 함께 나가는게 일상사입니다.그래서 지금은 그런 손님을 안보기 위해서라도 아예 안받고 운영주가 뮤지션 페이를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그냥 인건비 지출로 생각하죠.
    곧 한국에선 아직은 이런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정착안된것 같아 아쉽지만 그럴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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