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동기라는 이데올로기

“이윤동기”라는 말은 경제학에 자주 나옵니다. 경제학에서 인간은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한다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이게 “이윤동기”라는 말로 표현이 됩니다. 이는 경제학 모델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세상을 간략하게 묘사할 수 있도록 도입한 하나의 가정이기도 합니다. 즉, “인간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를 한다고 가정하면 경제학 모델은 좀더 간단하게 이렇게 만들 수 있어”라는 생각에서 도입한 가정입니다.

이 “이윤동기”라는 가정이자 전제는 많은 경제학도나 경영학도들의 머리 속에 인간의 본능을 대변하는 말로 자리잡게 됩니다. 경제학 모델들에서 인간은 이윤을 따라 이리 쏠렸다가 저리 쏠렸다가 하는 일개 입자들에 불과합니다. 그 입자들은 라이프니치스런 미적분학이 분석해서 계산해야 할 대상이지요. 그렇게 인간들을 입자로 보고 미적분학으로 계산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 놓은 게 미시경제학 모델들입니다.

이런 미시경제학 모델들은 너무나 강력한 듯 보여서 그 타당성은 이제 확고한 듯이 보입니다. 미시경제학 모델들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생기는 현상은 미시경제학 모델에 쓰여진 가정과 전제들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말하자면, (1) 이윤 동기 전제, (2) 모델 수립, (3) 결과가 경제현상을 설명함. 그렇다면 (1)의 이윤 동기라는 전제는 맞는 것이 아니냐라는 겁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과학적 방법론입니다. 가설, 실험 및 검증이 순환되는 구조이지요.

미시경제학 모델들이 언제나 맞는다면 이윤동기가 인간의 경제적 행동 및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는 강력한 인자가 되겠지만 미시경제학 모델들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제에 맞는 환경에서는 설명력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다지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정적인 시스템(static system)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미시경제학 모델들은 많지만 변화하는 시스템(transient system)을 설명하려 할 때 미시경제학 모델들은 한계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미시경제학 모델들이 한계를 보이는 환경에서도 인간들은 언제나 호흡하며 밥을 먹고 섹스를 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말하겠죠. “우리가 아직 충분히 많은 모델들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이지 계속 연구한다면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거는 일전에 말한 두번째 줄기의 과학만능주의입니다.

그러니까 미시경제학 모델을 충분히 많이 만들어낸다면 결국 인간은 이윤동기에 의해 움직인다는 전제도 증명하게 되는 것이라는 셈이죠. 경제학이 자연과학과 다른 점은 이 부분입니다. 자연과학의 방법론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모델을 세우고 검증을 합니다. 가설 자체가 증명하거나 반증(disprove)해야 할 주제가 됩니다. 경제학의 방법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일단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제를 도입합니다. 전제가 없이 세상의 모든 변수들을 다 집어넣은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는 너무나 엄청나기에 아직 아무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경제학은 전제를 입증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고 단순화된 모형으로 실제 세계를 가능하면 근접하게 설명하기 위한 학문입니다. 경제학의 전제들은 모형을 만들 때 이러이러한 단순화를 하자는 약속일 뿐입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경제학 모델을 만들 때 단순화를 위해 도입한 전제들이 마치 진리인 양 사람의 본성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는 겁니다. 그것도 체념하고 회의하는 시각으로 사람을 바라볼 때 쓰입니다. “결국 사람은 돈을 쫓아 가게 마련이야”라는 식의 체념과 회의입니다.

“이윤동기”는 이제 너무나 널리 퍼져서 자본주의적 인간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키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이 전제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겁니다.

“내 행위의 가장 중추적인 동기는 이윤인가?”

이 “이윤동기”라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내는 부작용의 하나로 내가 관찰하고 있는 것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인간을 이윤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입자로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이 예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게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입니다.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 네이버 지식인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지식을 제공하면 대가를 준다는 겁니다. 네이버 지식인은 미국의 위키피디아(http://www.wikipedia.org/)와 비교할 만합니다. 위키피디아를 네이버 지식인과 비교할 때 가장 큰 특징은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대가를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네이버는 대가를 주면 사람들이 지식을 제공할 것이라는 지극히 “이윤동기”스러운 발상에 기반한 서비스입니다. 반면 위키피디아는 그와 정반대로 사람들은 “이윤동기”가 없더라도 다른 동기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관점으로 만든 서비스입니다.

내가 네이버 지식인 개발자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업계의 풍토를 어느 정도 알기에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머리를 “이윤동기”라는 이데올로기가 장악하고 있는 겁니다. “이윤동기”없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라는 체념주의가 깔려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네이버 지식인 개발자들 스스로가 “이윤동기”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개발자들은 나름대로 변명이 있겠지요. 사장이나 주주들이 원하는 대로 개발안을 만들다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구요.

하지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십시오.

“나는 대가를 받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제공하지 않을 것인가?”

인터넷이 상업적이지 않은 움직임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Alphageek님이 지적한 대로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인터넷 비지니스가 사업모델(Business Model)이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변모했고, 사업모델은 결국 어떻게 이윤을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귀착합니다. 하지만 사업모델이 위주가 되어 개발된 많은 사이트들을 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사이트들보다 더 낫던가요? Alphageek님은 이에 부정적이신 듯 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많은 것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네이버 지식인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요즘 네이버 지식인에 뜨는 광고성 글과 여기저기서 긁어온 글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그 반면 위키피디아는 간혹 정보의 정확성에 문제가 생기기는 하지만 18만개가 넘는 키워드에 대해 놀랄 정도로 방대한 지식이 중복없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고 그 양은 점점 늘어납니다. “이윤동기”에 바탕한 모델들이 실패하고 비영리적인 모델이 성공하는 지점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윤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입자(capitalistic particle)”로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도 자본주의의 입자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저속한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긴 글을 써내려가는 이유는 오늘 아침에 본 오마이뉴스의 “팔자에 없는 호강 … <오마이뉴스>는 밥값을 했다”라는 기사 때문입니다. 그 기사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오마이뉴스>의 세계화에는 참고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시민참여저널리즘의 세계화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역으로 나는 그게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토론은 여기까지. 토론회에서 안 한 내 얘기를 덧붙이자면 <오마이뉴스>가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나는 기여한 게 없지만)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는 방식이 통했다고 본다.

운영자나 시민기자들이나 돈보고 <오마이뉴스>를 굴리지 않았다. 난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비전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입사하고 나서 계속 떠나지 않는 주제다. 인터내셔널을 운영하면서 나 역시 그 비전을 추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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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이윤동기라는 이데올로기

  1. spyer007 says:

    제가 봤던 경제학 책에서는 이윤동기라는 가설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대체할 다른 가설이 없다는 부연 설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즉 학식있는 경제학자들 중에서 이윤동기가 황금률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이 점점 상업화가 되어 가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막을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마치 환경파괴와 마찬가지로요. 나중에는 이메일 보내는데도 전파사용료를 내야할 것이며, 뉴스를 보는데도 구독료를 내야할 것이라는 것이 저의 전망입니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초창기에 비상업적 사이트가 많았던 것은-지금 상업화된 사이트의 대부분도 초창기에는 비상업적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저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창구를 조금 열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애플의 기술력을 범용성으로 극복한 마소의 사례를 다들 인터넷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오마이뉴스에 대해서 전 잘 모릅니다만 아마도 그 회사도 만약 인터넷 뉴스의 중심 자리에 서게 된다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수익모델을 창출하려고 할 것입니다.

    안철수 연구소에 대해서도 역시 아는 바가 그다지 없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안철수 사장이 처음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이걸 팔아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조금도 안했으리라고 확신하지만 어쨌든 지금 안철수 연구소는 이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주식회사가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계속 자유로운 장소가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통제를 할 수 있을만한 기술력이 갖춰진다면 언제든 통제는 가해질 것입니다. 인터넷을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데 그 바다 역시 18세기까지는 프리랜서(해적)들이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장소였지만 그후로 기술력으로 통제가 가능해지자 어림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보의 바다도 언제까지나 지금-물론 지금도 점점 변해가는 추세이지만- 지금과 같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런지 확신이 없네요.

    저는 지구가 유형의 삶의 공간이라면 인터넷은 무형의 삶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구의 발전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이 따라갈거라고 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청동기 시대를 거치면서 사유화(달리 생각하면 이윤동기와비슷한 맥락이겠죠)가 일반화 된 것처럼 인터넷은 태동으로부터 구석기, 신석기를 거치고 이제 청동기로 넘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진행속도가 무지 빠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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