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거의 2년 전에 쓴 Brown v. Board of Education 포스팅으로 학교 숙제를 해가는 학생들이 최근에 몇 있었다. 그래서 나도 오랫만에 내가 쓴 아주 지루한 글을 읽어볼 기회도 있었다. 그런 즈음에 하인스 워드가 청와대를 방문했던 일도 생기고 한국의 국제결혼 비율이 높아진다는 기사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튀기”이기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았던 오죠디씨 기사도 읽게 되었다.

미국에서 Brown v. Board of Education 판결 이후 공립학교에서 흑백을 가르는 일은 불법이 되었지만, 흑백 차별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항상 같지는 않다. 어떨 경우에는 사회 구성원의 공감이 이루어진 내용이 제도로 정착된다. 다른 경우에는 제도가 먼저 만들어지고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이를 맞춰간다. 좀더 면밀히 살펴보면 사실은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제도의 변화가 반영한다. 제도의 변화는 사회 구성원의 의식변화의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

Nigger, Jap 등의 인종차별 단어들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다. 이는 제도에 의한 금지사항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명시적으로 혹은 묵시적으로 합의한 내용이다. 마음 속으로 인종차별을 하더라도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된다. 이런 합의는 Brown v. Board of Education 판결이 난 때로부터 수십년이 흘러서야 사회 전체가 공감하는 규범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인종차별을 금기시하고 부끄러워하게 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오쥬디씨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음에도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 병역 기피가 아니라 한국 군대에서 그를 받아주지 않은 때문이다. 군대에 갔다오는 것은 그에게 진정한 한국인이 되기 위한 한 방법일 수 있었지만 한국 군대는 허락하지 않았다. 오쥬디씨와 같은 사람들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을 한다면 Brown v. Board of Education만큼이나 의미 있는 소송이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에게 시집 와서 애를 낳기 시작한 것이 확연한 추세가 되기 시작한지 몇년 지났다. 아이들은 빨리 자란다. 그들이 10대가 되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쯤이면 우리도 우리 자신만의 인종 문제를 가지게 될 것이다.

2 thoughts on “혼혈

  1. daighter says:

    사실 이미 학교에 들어간 지는 꽤 된 듯합니다. 문제는 있어왔지만, 주류 언론이 외면해왔다고나 할까요? 인종문제가 백인-비백인 구도에서 비백인-비백인 구도로 간 것도 사실은 오래 전 같은데… 요즘에라도 좀 공론화가 되는 듯해 다행입니다. 다만 얼마나 오래 갈 지 지속적일지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지 두고 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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