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는 결코 폐기처분된 적이 없다

얼마 전에 Oxford World’s Classics에서 펴낸 맑스의 자본론을 사서 조금씩 읽고 있다. 이 책은 맑스의 자본론 1, 2, 3권 중에서 1권 전부와 2, 3권의 일부를 넣어서 합친 책이다. 맑스의 자본론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자본론은 금서였다. 구해서 읽으려면 읽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끔씩 맑스의 이름을 들먹였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나의 지적 불성실이었다.

지금은 쓰지 않는 경제 개념이라고 편집자가 설명하고 있는 노동의 가치 이론 혹은 가치의 노동이론 (labor theory of value)를 왜 맑스가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그 해결을 위해 골치아파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교환 가치가 유일한 가치의 척도인 현재 주류 경제학의 대안으로 다른 가치 체계를 도입할 이론을 생각하는 공상가들에게 이 역시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로의 선회와 외자를 적극 도입하는 개방경제로의 전환 이후 많은 문제가 생겨서 중국 공산당에서 맑스주의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는 기사가 한겨레에 떴었다.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그 정도와 시기의 차이가 있고 구체적인 하부 구조까지 들어가면 양태는 다를지언정 2006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동일하다.

Oxford가 펴낸 자본론의 편집자인 David McLellan이 말한 바

맑스는 임금을 압박하고 따라서 자본가의 이윤율을 유지하며, 독립생산자와 독립생산수단을 약화시킴으로써 사회를 양극화하며, 이에 따라 임금고용이나(정규직) 계약직(비정규직)의 숫자를 증가시키고, 또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빈곤해지도록 하는 데 있어서 실업률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Marx is thus keen to stress the role of unemployment in depressing wages and thus sustaining capitalist profitability, the polarization of society through the decline of independent producers and those of independent means, the numerical growth of those dependent on a wage or salary contract, and the relative impoverishment of those so dependent.

이 일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확히 그대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가 말한 대로, 소련이 붕괴했다 해서 자본주의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자본가들은 적당한 때에 수정 자본주의로 문제가 폭발하는 것을 막아왔지만 자본가에게 이윤율의 유지 혹은 증가라는 것은 자본가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압박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맑스가 말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맑스는 폐기된 적이 없었다. 자본주의에게 맑스는 떼어내버릴 수 없는 alter eg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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