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블로그의 주인으로서의 나

직장을 구하고 일을 시작한 지 2달이 조금 넘은 즈음에 Q.M.님(http://law4u.net)이 그 동안 빼꼼히 들여다보다 지치셨는지 글 좀 올리라는 투의 댓글을 다시고 나서 “근황”이란 글을 올렸습니다. 근황에는 내가 왜 그 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는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간략하면서도 편리한 대답은 “그 동안 좀 바빴어요”이겠는데, 바쁜 것만이 이유는 아니기에 적절한 답변은 아닙니다. 게임 중독 때문이었다고 하면 부분적인 이유가 됩니다. 더 적확한 이유라면 복잡한 마음과 많은 생각거리입니다. 게다가 저를 오프에서 아는 분들이 이 블로그에 오시면서 이 블로그가 더 이상 익명 블로그가 아니게 된 것도 이유입니다.

이 블로그에서 뭐든 “까는” 게 주된 기조였는데, 아는 분들이 블로그에 오시면서 더 이상 맘대로 까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까기” 전용 익명 블로그를 만들었다면 나름대로 그 쪽에 글을 올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도 못했지요.

복잡한 마음의 일면만 여기다 적자면, 큰 병을 앓고 거기서 회복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제 생명은 더 이상 제 것만이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죽을라 해도 맘대로 죽지 못하는 생명이 됐다는 거죠. 생명이 유지되고 연장되는 것도 다 빚으로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는 내 생명이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생명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내가 집착하지 않는 내 생명에 대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집착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이게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업보 때문에 블로그에서 “까기”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조심스럽게 까는 것은 까는 게 아니므로 블로그에 글 올리기도 어려워졌죠. 이 업보를 다 씻어버리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까기 시작하면 깔 거리가 아주 많지만, 업보도 있는 데다가 직장에서 지득한 사실을 불법으로 유포할 우려가 있어 더욱 조심스럽네요. 민감한 얘기들은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있겠지요. 그보다는 부드러운 소재로 다시 블로그를 정상화시켜볼까 합니다.

5 thoughts on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블로그의 주인으로서의 나

  1. 이카루스 says:

    수술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니 참 다행입니다.
    회사까지 다니신다니 더더욱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때문에 블로그에 뜸해지신 것은 아쉬운 일이군요.
    그래도…

    Everybody needs sometime on their own

    from November Rain

    P.S. 쓰고 보니 문법적으로 이상하네요.

    Everybody needs sometime on one’s own 이 맞을 듯…요즘 문법 공부를 하는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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