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정과 된장녀, 그리고 신데렐라

젊은 남자는 무슨 꿈으로 살까?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노현정 “사건”이 생겼다.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노현정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사람들이 노현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된 기회도 됐다. 내가 그걸 알아서 뭐하겠냐마는.

“젊은 남자는 무슨 꿈으로 살까?”에서 된장녀 신드롬과 남자들의 좌절된 욕망과 신데렐라 신드롬 사이에 관계가 있을 거라는 정도만 얘기했다. 그 글 쓰고 나서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된장녀 신드롬에는 젊은 남자들의 컴플렉스가 반영되어 있다고 느꼈고 그게 신데렐라 컴플렉스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추정이었다. 여기서 된장녀 신드롬은 “젊은 남자들이 소위 된장녀를 증오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현정 결혼 소식 알려지고 나서 인터넷 상의 반응을 보니 역시 된장녀 신드롬, 젊은 남자의 좌절된 욕망, 그리고 신데렐라 컴플렉스는 관련이 되어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노현정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젊은 남자라는 사실이다. 젊은 남자들은 블로그나 댓글에서 노현정이 된장녀라고 비난한다. 된장녀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비난받을 일인가는 좀더 논구해볼 일이다. 그와 별도로, 노현정을 된장녀라고 비난하는 젊은 남자들이 그저 시청자일 뿐이고 노현정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서 그들은 노현정과의 계약적 혹은 사회적 관계에서 노현정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감정을 분출할 뿐이라는 걸 주목해야 한다.

스타를 비난하는 대중들은 스타의 행동에서 손실을 입어서라기보다는 그 행동이 자신들의 컴플렉스를 건드렸기 때문에 비난한다. 나는 젊은 남자들이 노현정을 비난하는 이유 역시 노현정의 결혼 소식이 젊은 남자들의 컴플렉스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컴플렉스는 요즘 젊은 남자들의 좌절된 욕망과 관련이 있다.

이영미가 한겨레 칼럼에 쓴 대로, 요즘 젊은 남자들은 욕망이 좌절된 상태로 사회로 나간다. 나의 세대나 혹은 그 이전의 세대들이 사회 생활을 한참 한 후에야 좌절을 겪게 되는 것과 비교가 된다.

이런 세태를 잘 반영하는 말이 “웰빙 9급”이다. 9급 공무원의 삶이 지갑은 얄팍할지언정 정년이 보장되는 편안한 삶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그 말은 동시에 꿈과 야망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의 자조이기도 하다. 사시 1000명 시대에 사시에 합격하는 것만으로는 예전 같은 부와 명예가 보장되지 않는다. 의대가 늘어나고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의사 자격이 더 이상 부의 보증수표가 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행정고시나 외무고시가 예전처럼 출세의 방편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여기에 회사원에 대해 한 줄을 넣는 것조차 격이 맞지 않는다. 결국 젊은 남자들은 자조적으로 “돈 많은 넘이 최고야”라고 말하며 좌절한다.

“웰빙 9급”이 꿈이 되어버린 젊은 남자들에게 노현정의 결혼 소식은 현대판 신데렐라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확인시켜주면서 젊은 남자들을 다시 좌절시킨다. 남성판 신데렐라 신드롬은 1970년대 드라마에서나 찾을 수 있는데, 여성판 신데렐라 신드롬은 노현정을 통해 형형하게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젊은 남자들의 좌절이 곱절이 된다.

거기다가 영원히 젊은 남자들에게 참한 여자로 남아있을 줄 알았던 노현정이 알고 보니 신데렐라를 꿈꾸는 된장녀였다니!! 젊은 남자들의 좌절은 세곱절이 된다.

여기서 고전적인 의미의 “신데렐라”가 2006년의 한국에서는 “된장녀”라는 단어로 치환되는 걸 볼 수 있다.

순진하고 마음씨 착하기만 하다가 우연히 백마 탄 왕자의 도움으로 불행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여자였던 신데렐라. 그녀가 사실은 초절정 내숭쟁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신데렐라는 내숭쟁이가 아니었고 정말 착하디 착한 여자였다고.

우리의 “된장녀”는 어떠한가? 2006년 한국판 신데렐라인 “된장녀”는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겨두면서 겉으로는 내숭으로 마음씨 착한 신데렐라를 연기할 줄도 알고, 또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모든 도전(성형수술 등)을 마다하지 않는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가 백마 탄 왕자(정대선씨)가 나타났을 때 실수하지 않고 그의 백마에 올라탈 수 있는 승마 실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 남자들은 “된장녀”를 증오한다.

노현정의 결혼 소식에 젊은 여자들이 분노하지 않는 것은 젊은 남자들과 대조적이다. 젊은 남자들의 경우와 비교하면, 노현정의 결혼 소식은 젊은 여자들의 컴플렉스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래서 젊은 여자들이 노현정을 비난하지 않았다.

노현정이 백마 탄 왕자단의 일원인 정대선씨와 결혼을 함으로써 백마 탄 왕자의 수가 한 명 줄어들었다는 건 신데렐라를 꿈꾸는 젊은 여자들에겐 다소 암울한 소식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노현정의 결혼 소식은 이 땅의 “된장녀”들에게 신데렐라 신드롬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보여준 드라마적인 반전이다.

신데렐라를 꿈꾸지 않는 여성들에게 노현정의 결혼 소식은 그저 또 하나의 신데렐라이며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 세상에 또 하나의 신데렐라가 생겨났다 하여 자신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겠는가? 분노할 일도 아니며 자극받을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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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houghts on “노현정과 된장녀, 그리고 신데렐라

  1. 최호영 says:

    불과 며칠 사이에 세간에 파다해진 된장녀 관련 글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글이네요. 그나저나 된장이 얼마나 맛있는건데 이미지가 이 따위로 격하된건지, 미식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라는…쩝..

  2. 김보람 says:

    저 역시.. 며칠간 읽은 된장녀 관련 글 중 가장 명쾌하네요^^ 혹시.. 스크랩 해가도 될까요?

  3. 출처를 명기하고 스크랩하시는 건 허락합니다. 개인적인 보관을 위해 비공개로 스크랩하시는 거야 허락받을 필요도 없지만요. 공개로 스크랩하시면 어디다 하시는지 알려주세요.

  4. zz says:

    남자인 제가 보기엔 말이죠…차인 남자가 외모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학력으로 보나 절대 허접한 남자가 아니란 점이 어린 남자애들의 좌절을 네제곱으로 만들었어요.
    거기다, 노현정을 낚은 남자가 비록 현대가이긴 하지만, 기댈 데라곤 중기업일 뿐인 BNC스틸밖에 없다는, 재벌가라고 하기엔 좀 떨어진다는 점이 좌절을 다섯 제곱으로 만들었어요. 그런 남자가 3년 사귄 남자를 밀어내고 2주만에 결혼 결정하게 만들었다는 거죠…노현정이 그런다면, 내 옆에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 여자도 2주 후에 어떤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통보할 지 알게 뭡니까 -_-;;;차라리 통보라도 하면 좋겠죠? 신문 기사로 자기 여자친구가 딴 남자랑 결혼한다고 발표된 걸 보는 것보단 —;;;

  5. 한국여성 says:

    요즘 마마보이들 과 지나치게 의존적인 여성들이 많은 문화적인 배경속에 “된장녀” “머슴” 같은 유행어들이 생겨났읍니다. 남성과 여성은 편싸움하듯 갈라서서 누워서 침뱉기식인 상대방 헐뜯기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에 바쁜것같읍니다. 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증오로 원수같은 존재가 되었을까요? 왜 이지경에 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이혼률 2위? 사랑없이 사는 결혼보다는 이혼이 현명한 선택이겠지만, 극단적인 이혼률 증가에 뭐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인 가부장적 제도가 사회전면에서 보여집니다. 우선 가장먼저, 전업주부률이 아직까지 너무 놉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장되어있지않고 시설들이 제대로 갖혀있지않은것 같읍니다. 남성들과 똑같이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결혼이나 출산등의 이유로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접는것을 너무 쉽게 당연하다는듯이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가 아쉽습니다. 한국드라마에서, 시부모가 여자가 결혼했으면 직장같은건 그만두고 살림해야지 하는식을 종종 접하는데, 여성들의 직장생활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쉽게 엿볼수있읍니다. 먼저, 집안 식구들의 이해와, 베이비시터등 각종 사회시설들, 여성들과 남성들의 태도가 바뀌어야지만 급증하는 이혼율과 경제적갈등등을 해소할수있겠지요. 남성들은 더이상 “돈만 벌어오는 존재에서 여성들은 남성의존에서오는 자신감 상실에서 벗어나 당당히 한 독립체로 인정을 받겠지요. 미국에서는 전업주부가 거의 없읍니다. 물론 힘들지만 모두가 바쁘게 직장생활과 가정을 병행합니다. 미국남성들은 좀더 가정적이지만,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성을 요구합니다. 남성은 경제적 의무를 여성과 동등히 나누어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에 가사의무도 나눕니다. 사회활동에 필요한 시설이 잘되어있기때문에 전업주부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미국전반에 깔려있읍니다. 미국에서는 여성의 직장생활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한국여성들도 남성의 힘이아니라 자신의 사회활동을 통해 경제적 정신적 자유와 가사분담을 얻고 남성들도 여성들 (엄마, 아내, 누나 등) 에 의지할게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능력(요리, 청소, 빨래등)을 길러 서로에게 평등한 동반자로서의 자질을 구비해야 하지않을까요? 외국상대자나 이민이 문제를 해결할수없읍니다. 오직 자기자신이 먼저 바꿔야 어디를가든 어떤국적의 상대자를 만나든 인생의 동반자로 성공할수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의 교육방식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읍니다. 딸들을 남자에게 의존해서 살지않고 독립성 있는 평등한 존재로 아들들을 미성숙한 이기적인 마마보이들이 아닌 멋진남성들로 키울수 있는 한국 어머니들 기대합니다.

  6. 독립녀 says:

    왜 한국여자들은 일할생각을 안하고 남자에게 매달려서 살생각만할까? 된장녀들은 자기를 돌봐줄 돈많은 남자만 찾는데, 스스로 열심히일해 자유롭고 행복한생활을 추구하지않는지 이해할수가없다. 한국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맞벌이를 요구하지않는것도 이해가 안간다. 왜 그 무거운 재정의 의무를 혼자 어깨에 짐고 가려할까? 가사분담이 재정분담에 비해 얼마나 약소하고 쉬운일인데??

  7. 백인남자와 사는 한국여자의 충고. says:

    된장녀는 백인남자를 좋아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걸. 된장녀는 일하지않고 남자 돈만으로 사는걸 원하잖아. 그런데, 서양남자들은 일안하는 여자는 상상도 못하고, 벌어먹인다는 개념자체가 없는데, 된장녀가 과연 정신없이 돈벌면서 가사분담도 해야되는 외국생활을 이겨낼수 있을까? 여자에게 돈을 맡기고 용돈 타쓰면서, 잔소리들어야되는 남자들은 한국남자 밖에 없어. 미국에서는 어림없는 얘기지. 위자료는 돈번만큼 나누고, 일안하는 여자로부터 보호받기위해 약삭빠른 미국남자들은 프리납이라는 것에 서명하기를 원하는경우가 많아, 이혼할때 돈한푼 못받는경우가 수두룩한게 백인남자와의 결혼 현실인데, 과연 된장녀가 한국남자를 깔볼수있는 상황일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건 정말 명백한 사실이야!! 일하기싫고 직장스트레스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한국남자를, 직장생활 열심히 할 자신있으면, 서양남자를 고려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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