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 불치병 환자를 보는 이 사회의 시선

“도마뱀”은 아직 끝까지 보지 못했다. 너무 뻔한 결말이 날 것 같아서다. 이 영화를 쉽게 말하자면, 불치병의 여주인공 + “엽기적인 그녀” + “안녕 UFO”이다. 그러니까 장사 될 만한 아이템들을 혼합시켜 놓은 짬뽕 영화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지방선거 실패의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헛다리 짚는 정책만 계속 내놓는 거가 이 영화 보면서 왜 생각났을까? 무릇 다른 영화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면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서 자기 영화 만들 때 이용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못하니 답답할 따름.

그래서 영화에 대해 할 말은 더 이상 없고, 왜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는 불치병이 자주 소재로 등장하느냐 하는 얘기만 하고 싶다. 다른 나라에서도 불치병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만들지만 그 빈도에 있어서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오죽하면 B급달궁이 “다세포소녀”에서 아래와 같은 장면을 그렸겠는가?

좀 진부한 얘기지만, 불치병이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이유는 불치병 자체가 병리학적으로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비극적이라야만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것이니까. 즉, 우리 사회에서 불치병이 다른 사회에서보다 더 사회적 비극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는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불치병이 사회적 비극이란 말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병의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병리학적 비극)에 더불어 병 치료 혹은 생명 연장을 위한 비용을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물론,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들이 불치병/난치병을 병리학적 비극에서 비롯되는 개인적인 비극에 치중하고 그 사회적 비극에는 일관되게 무관심한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 작가들 스스로가 직업병의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그 사회적 의미를 이해할 정도의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됐든 불치병/난치병의 사회적 비극은 개인적 비극을 극대화하는 배경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불치병/난치병 걸리면 가족 재산 다 날려먹고 환자는 결국 죽게 되며 가족들은 파산 신청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동생들은 형 때문에 고등학교도 못 마치고 거리를 떠돌고, 부모는 노숙자 생활 끝에 병에 걸려 숨진다. 불행의 종합선물세트가 불치병/난치병 하나 걸린 것으로 쉽게 완성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드라마에 비극적 요소가 필요할 때 작가들이 불치병/난치병을 집어넣고 싶은 유혹이 생길 법 하다.

지극히 사회적 비극인 불치병/난치병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개인적 비극으로 축소시켜 다루게 되면서 사람들이 불치병/난치병을 개인적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불치병/난치병에 대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지극히 단발적인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AIDS가 발견된지 20년이 넘었고, 그 동안 지속적으로 먹으면 AIDS를 영원히 억제할 수 있는 약도 개발되었다. 이제는 AIDS의 감염경로가 다양해져서 수혈 등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사회적인 병리현상들이다. 이제 AIDS 환자들의 인권이 병리적인 치료만큼이나 중요해진 시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혈병의 대타 정도로 AIDS를 써먹고 있는 “도마뱀”을 보니 정말 OT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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