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가 읽는 책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된장녀 얘기를 너무 오래 하는 것 같은데, 오늘 블로깅 하다 보니 또 하게된다.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의 블로그에 올라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서평을 읽으니 영락없이 된장녀 얘기다.   책의 기획 자체가 된장녀의 감성을 건드릴 목적이 아니었겠는가?  미국 사람이 쓴 이 책이 미국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아서 미국 여자들에게도 된장녀와 유사한 속성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부정적인 뉴앙스의 ‘된장녀’라는 이름이 이미 붙어버려서 부정적인 꼬리표는 항상 달고 다니겠지만, 된장녀 신드롬이란 것도 하나의 트렌드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악마는 프라다는 입는다”는 현재 출판시장에서 흐름을 이루고 있는 20대 여성을 위한 현실적이고 노골적인 책들과 맥을 같이한다. 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상징되는 요즘 여성들의 환상과 허영을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것이다. 뉴욕이란 도시가 주는 환상, 값비싼 명품 브랜드의 세계, 패션업계란 무언가 다를 것 같은 기대속에 전문직의 세계를 엿보는 재미, 직장생활의 애환 등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원하고 또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이 책에는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온갖 명품들의 이름은 물론 실제 인기상품들의 이름이 그대로 등장한다. 내용면에서도 젊은 여성이 직장에 처음 들어가 겪게 되는 상황들과 어려움들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오로지 젊은 여성들만을 위한’ 책이고, 이는 판매에서도 그래도 입증됐다.  

독자들의 평가가 실로 극과 극을 달리는 점도 이 책의 특성이다. 호평은 예외없이 상쾌하고 발랄한 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부정적 반응은 그 강도가 다른 책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하다. ‘재미가 없다’. ’취향에 안맞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짜증이 난다’, ‘화가 난다’는 식의 강한 거부반응이 많다. 독자의 나이가 많거나 직장생활 경험이 많을수록 별 재미가 없다는 비율이 높은 반면 나이가 어릴수록 좋다는 평가가 많은 점도 두드러진다. 평가야 어떻든 이 책이 현재 20대 사회초년병 연조의 여성들이 갖는 ‘로망’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 가장 폼나게 사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제시해 대리만족을 주는 점 만큼은 분명해보인다.

5 thoughts on “된장녀가 읽는 책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koala says:

    제가 볼땐 된장녀란게 결국은 철저하게 자본주의화 되버린 어떤 여자의 추한 일면을 비하하는 말이니까…
    미국같은 나라에 된장녀가 많은 건 당연한 것같아요

  2. 이카루스 says:

    제가 보기싶은 영화 중 순위 안에 드는게 동명의 영화인데…흠 원작이 책이었군요.

    이 말을 보고 ‘허, 이 녀석, 된장남일세.’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된장남, 된장녀가 정확히 뭘 말하는 것이고, 어떻게 ‘된장’이라는 좋고 유용한 음식을 지칭하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는지 또한 궁금하고 불유쾌합니다만, 만약 여기서 ‘된장’이 의미하는 바가 ‘가진 것은 없으면서 고상한 체 하는 소위 Snobbism(속물근성)’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감히 저는 거기에 해당한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더불어 위의 정의가 맞다면 된장남의 한명으로서 된장남을 변명하자면, 저는 필기구에서부터 유선전화기, 밥솥, 미니오디오 등 자잘한 가전기구들을 살 때 주로 제가 가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삽니다. 언제가 제 여친이 저에게 ‘왜 돈은 없으면서 물건을 살 때 가장 좋은 것을 사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을 했지요.

    ‘최고의 차를 타고 다니고 싶지만 나는 돈이 없어서 그러지 못한다. 최고의 집에서 살고 싶지만 나는 돈이 없어서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볼펜이나 지우개, 공책, 신발에서부터 컴퓨터스피커나 밥솥에 이르기까지 내 능력이 되는 한 돈을 많이 가진 사람 못지 않은 제품을 사서 쓰려 한다. 그걸로써 나는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쓰는 (소위 부자들이나 느끼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러면 결국 나는 부자들 부럽지 않은 만족감을 누리고 있는 것 아니냐’라구요. 그리고 지금도 저는 제가 맹목적인 돈의 노예로 전락하거나, 자본주의 자체를 완전부정하고픈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방편의 하나로 이런 요법이 꽤 효과가 있음을 자주 실감합니다.

    한편 우리는 ‘된장’이라는 단어를 씀으로 해서 그 단어가 가진 함정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제가 보기엔 ‘된장’이라는 말은 소위 가진 사람들이 괜히 가지지도 못한 주제에 저처럼 만족감을 느끼려는 사람들을 깎아내리고 비하해서 ‘네가 아무리 그런 식으로 대리만족을 하려고 해봤자 너는 그저 속물근성에 찌든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일 뿐이다’라고 말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말 같군요.
    현대 사회에서는 돈 20만원만 있으면 내일 당장 굶어죽을지언정 오늘은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부자들 못지 않게 식사대접을 받고 내일 떳떳이 생을 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자들은 이런 인간들 때문에 자신들만의 고유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피해의식을 느낄 수 있겠지요. 그래서 ‘니들은 니들 수준에 맞게 살아라’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위의 ‘된장’이라는 말을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끝으로 ‘된장’이라는 단어를 차라리 ‘피자’나 ‘스파게티’ 같은 것으로 바꾸면 안될까 싶군요. 다시 말하지만 ‘된장’은 절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3. 서평이라 책으로도 나왔나 보군요. 전 영화로 보았는데. 참 의미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많네요. ^^ 자주 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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