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현실감각 회복 프로젝트

내가 추석을 가족들과 안 보낸 게 벌써 7년째이다. 가족들과 안 보냈다 해서 다른 사람과 보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추석 연휴는 철저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잡지 않은 데다가 감기까지 겹쳐서 집에서 뒹굴대다가 졸리면 자고 잠이 깨면 DVD에 담아둔 The Simpsons를 보는 루틴의 반복이다. 덕분에 The Simpsons Season 4까지 거의 다 보았다. 이걸 다 보고 나면 Law and Order 안 본 부분을 다시 볼 계획이다.

출근을 안 하다 보니 집 주변 동네의 가게들을 거의 다 파악했다. 셀프빨래방을 이용해서 밀린 빨래를 해결했다 (셀프빨래방이 싼 게 아니더군 ㅡㅡ;).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모든 식사는 밖에서 해결한다. 다행히도 추석날 아침에도 문을 연 식당들이 있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 “라디오스타”를 한 번 봐주셨고.

이사 올 때는 몰랐는데, 좀 지나보니 내가 사는 동네가 대전의 강남이라 불리는 곳이었더군. ㅡㅡ;; 그래서 그런지 부모 덕으로 편하게 건들거리며 사는 것 같은 젊은이들이 좀 많이 보이긴 하더라.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저녁이면 예쁘게 차려입고 나가는 아가씨들도 몇 명 살고 있고, 독신용으로밖에 쓸 수 없는 작은 아파트인데 가족이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집에 인터넷을 안 깐다는 원칙에 따라 집에서 블로깅을 할 수 없으므로 지금은 피시방에 와있는데, 추석이든 뭐든 상관없이 피시방에 와서 죽치고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또 어떻게 된 인간들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중고등, 대학교, 각종 시험에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성적이 좋다 하는데, 그게 컴퓨터나 담배 술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남학생들이 그렇게들 술 담배를 하고 피시방에 죽치고 앉아서 게임들을 하고 있는데 성적이 나올리 만무하며, 생생하던 머리가 썩어들어가지 않을 리 없다.

암튼, 추석 들어서 내가 적어도 명절에 대해서만은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이젠 사람들이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겠다. 나한테는 그저 4일 연휴에 불과한 날들을 다른 사람들은 어떤 야단법석을 떨면서 보내는지 말이다. 하기야 어렸을 때도 우리 집은 추석 연휴를 정상적으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이제 현실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 낯선 사람의 가정에 초대받아 추석을 같이 보내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외국인으로서 미국인의 추수감사절 저녁에 초대받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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