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중국 출장

11일부터 13일까지 짧게 중국 출장을 다녀 왔다. 중국측이 환대해주어서 좋은 음식도 먹고 좋은 구경도 했다. 회의를 좀더 잘 준비했어야 했는데, 내가 리드(lead)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경을 많이 안 썼다. 게다가 나는 대타로 지명되어서 출장 준비할 시간이 6시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핑계는 될 것 같다.

직장을 옮기고 나서 벌써 두번째 해외출장인데, 출장을 가면 전후로 출장 준비 및 출장 사후 정리로 상당 시간을 쓰게 된다. 그래서인지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한달 하고도 1주 정도가 지났다. 뿐만 아니라 국내 출장도 몇 번 있었으니 …

중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P형을 만나서 (6년만에 본 거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도 교환하고, 북경에서 가장 고급스런 대만 식당이란 곳도 갔다. 가장 고급스런 식당을 가도 음식값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중국의 장점이다. 이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 나와 P 형을 같이 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그들을 위해서 P형을 좀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이향중”이란 필명으로 “저 낮은 중국”이란 책을 번역해서 출판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이향중” 형과 나는 홍콩전문가인 인천대학교 J 교수(호칭은 “누나”이지만)와 함께 ’98년에 양쯔강을 따라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상해에서 시작해서 남경, 무한, 성도(내 기억엔 성도를 갔는데, “이향중” 형은 안 갔다고 주장한다. J 누나는 이 블로그 보시면 이 부분에 대해 기억을 되살려 주시압), 광주, 홍콩을 아주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때 상해에서 우리를 영접했던 은 형도 지금 중국 경제 분야 교수가 되어 있으니 그때 상해에서 모였던 4명중 3명은 중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살고 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중국을 간 적이 없었다. 그때 북경을 방문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출장이 나의 첫번째 북경 방문이었다.

배낭여행의 형식으로 도시를 둘러보는 것과 출장의 형식으로 둘러보는 것은 차이가 많다. 배낭여행이면 공항에 내리자마자 사소한 일부터 큰 일(!)까지 알아서 다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허허벌판에서 시속 100킬로의 광풍을 얼굴에 맞는 것처럼 문화의 충격을 꽝 느낀다. 그래서 상해에서 시작했던 8년 전의 여행은 생소한 중국을 느끼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출장에선 중국측이 공항에 차량까지 보내주면서 편의를 제공하고, 첫날 밤은 “이향중” 형이 안내해주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둘째 날은 중국측이 제공한 관광과 내가 속한 조직에서 주재 형식으로 나와있는 분의 안내를 받으며 편안하게 즐겼던, 장님 코끼리 만지다가 수박 겉핥는 여행이었다.

역시 문화란 천천히 변하는 것인 듯 하다. 여전히 길거리는 무질서하고, 길을 건널 때는 파란 불일 때라도 조심해서 건너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대접은 8년전의 상해보다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었다. 영어는 여전히 안 통하지만, 그래도 덜 불편하다. 겉만 보고 하는 말이지만 여기저기에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지금도 계속 공사는 진행 중이다. 그래서 몇 년 후면 북경의 스카이라인이 또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 겉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 보면 신식 건물임에도 화장실은 수세식 변기(이게 뭔지 모르는 한국인도 있다!!)로 되어 있고 화장지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도대체 어떡하라고?). 8년 전에 비해서 공중화장실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공중화장실을 써보진 않았다.

8년 전 상해를 방문할 때 중국이 조만간 한 번의 성장통을 겪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도 나는 중국이 언젠가는 성장통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예측을 못하겠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의 성장통을 원하지 않으니 상당 기간 중국의 고도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오만한 중화주의도 부활하게 될 것이고.

4 thoughts on “짧은 중국 출장

  1. 최호영 says:

    오랜만이네요, 형… 중국이 성장통을 겪으리라는 형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저 역시도 시점이 자꾸 늘어지니까 자신이 없어지긴 하네요. 하지만 일찌감치 겪어야 할 성장통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단 느낌도 들구요. 경제적으로 20년 가까이 매년 1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가 성장통을 겪지 않는다면 궤변이겠죠. P형님을 잘 계신지 모르겠네요. 학교다닐때 현실적인 E형이 늘 이상주의자인 P형의 앞날을 걱정했던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네요. 형이 P형과 J누나와 한 여행담은 대학원에서 꽤 오랫동안 이야기거리였죠.

  2. 호영, 지금 샌디에고에 있나?

    P형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예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 그리고 E형이 이제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현실적이 된 것 같고.

    내가 P형, J누나와 한 여행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야.

Leave a Reply

Please log in using one of these methods to post your comment: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