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Hahn for Linkin Park

Joseph Hahn은 그 유명한 nu metal/rap core 밴드(Linkin Park를 장르로 정의하는 것도 좀 시기상조인 것 같은데… 그래도 위키피디아에서 그렇게 말하니까..)의 DJ 혹은 turntablist이다. 밴드를 소개할 때는 보통 Mr. Hahn이나 Chairman Hahn으로 불린다. 왜 그를 Mr. Hahn이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감상 그가 다른 멤버들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DJ나 turntablist란 건 힙합에서 비롯된 연주 역할이다. 힙합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에미넴 주연의 영화 “8 mile”을 보는 것라고 생각하는데, 그 영화를 보면 힙합에서 DJ의 역할을 알 수 있다. 간략한 형식의 힙합에서는 많은 연주자가 필요없고 DJ 한 명만 있으면 된다. DJ라 해서 “오늘의 신청곡 들려 드리겠습니다. 최곤의 비와 당신입니다.”라는 멘트를 넣고 최곤의 “비와 당신”을 틀어주는 건 아니다. 힙합에서 DJ는 음악을 틀어주면서 동시에 scratching을 해서 “치키치키치키”같은 소리를 만들어 낸다. 대부분의 경우 두 개 이상의 턴테이블을 동시에 돌리면서 하나는 정상적으로 음악을 틀어주면서 다른 턴테이블을 scratching한다.

영화 “8 mile”에서 랩 배틀을 할 때는 DJ 한 명이 배경음악을 담당한다. 힙합에서는 DJ가 필수적인 연주자인 셈이다. 드럼이나 베이스가 빠져도 DJ만 있으면 힙합을 할 수 있다는 얘기. 물론 DJ의 역할도 입으로(아카펠라) 대신할 수 있긴 하다.

Linkin Park의 공연실황 “Live in Texas”를 보면(이게 내가 중국에서 사온 DVD ^^) Linkin Park의 구성을 알 수 있다. 락/메탈 싱어인 보컬이 있고, 그에 따라 락/메탈의 편제인 기타, 베이스, 드럼이 있다. 그리고 힙합 래퍼가 한 명 있고 이에 따라 DJ가 있다. 이 DJ가 Mr. Hahn이다. 그리고 음악은 락/메탈과 힙합이 섞여 있다. 그래서 nu metal/rap core 밴드라고 불린다.

국내에서도 Linkin Park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 밴드는 엄청난 밴드이다. 그들의 첫 앨범인 Hybrid Theory (2000)는 전세계에 2천만장이 팔렸다 한다. 그 정도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기회가 있으면 실황 영상인 “Live in Texas”를 보시길. 그들의 에너지와 파워를 느낄 수 있다. 느낌상으로는 메탈리카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대체제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웠고 지금도 새로운 걸 하고 있다.

한 가지 의아한 건, 이런 슈퍼 밴드에서 Mr. 라는 칭호로 불리면서 DJ를 맡고 있고 게다가 대다수의 뮤비 감독을 한 Mr. Hahn이 재미교포 2세임에도 한국 언론에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인 2세가 외국에서 뭐라도 하나 잘 하면 신문이나 방송이나 연일 치켜세워주기 바쁜데 Mr. Hahn처럼 대단한 뮤지션이 한국 언론에 거의 나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제대로 된 role model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재미 한인 2세들에게는 미쉘위가 role model이 될 수 없다. 오히려 Mr. Hahn이 재미 교포 2세들의 role model이 될 수 있다. Korean American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주류의 젊은이들과 어울리면서 전혀 꿀리지 않고 밴드를 리드해나가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의 그런 성공은 한인 특유의 부모 희생에 힘입은 소수 인종의 주류 진입 노력의 결과가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 일에 전념한 결과 얻어진 성공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성장이라는 점에서 소수 인종인 한인이 미국 사회의 주류에 진정으로 편입할 수 있는 방식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반면 미쉘위는 부모의 조기교육 열성이 미쉘위의 천부적 재능과 만나서 만들어진 이례적인 결과이다. 한국 언론은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부모의 희생, 재능있는 자녀의 고생과 성취, 세계적인 주목. 이건 조셉 캠벨이 신화를 분석하면서 신화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요소로 뽑아낸 것들과 그대로 일치한다. 재능은 있지만 약한 주인공이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하는데, 그 와중에 훌륭한 조력자를 만나서 능력치가 점프하게 되고 그 결과로 큰 성취를 이루게 된다. 이건 무협지의 스토리 전개에도 똑같이 펼쳐진다. 결국 미쉘위는 무협지 주인공이기 때문에 언론이 좋아했던 것이다.

다시 Mr. Hahn으로 돌아가면, 그에게는 그런 무협지스러움이 없다. 그의 성공을 위해 부모가 희생했다는 얘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이것 저것 하다가 음악에 전념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밴드에 합류하면서 성공했다. 게다가 국내 언론 기자들의 98프로 정도는 이해하지 못하는 힙합이란 장르에서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내 언론 기자들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골프라면 사족을 못 쓰는 기자들이기 때문에 미쉘위는 대단해보였겠지만, 힙합이라면 GOD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DJ가 뭐하는 사람인지 몰랐을 테고 따라서 Mr. Hahn이 왜 대단한지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미쉘위는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한 번도 못했다. 아직 20살도 안 되었기 때문에 기회는 앞으로 많이 있겠지만, 언론들은 아직 성취도 이루지 못한 될성 부른 떡잎에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Mr. Hahn은 이미 이루어 놓은 게 많다. Linkin Park는 지금 은퇴해도 Hybrid Theory만 가지고도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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