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발표를 방해하지 마

강의, 발표, 세미나, 집담 등 이름이야 어떻든 한 명이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이 듣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모임의 분위기를 체험해보면 한국과 미국의 토론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공부할 때는 그저 평범하게 수업시간에는 입 꽉 다물고 강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주력했고, 세미나에 가면 질문거리가 있어도 안 하고 역시 입 꽉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그런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미국에선 수업시간이나 세미나나 어떤 형태의 집단적 지식 공유의 장에서나 의문이 있거나 첨언을 하고 싶을 땐 주저없이 손을 들어서 말을 한다. 이거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된다. 한국에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조금 지나면 적응이 되는데, 이게 적응이 되면 수동적으로 참여할 때보다 토론의 내용에 훨씬 집중하게 되고 그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뿐만 아니고 순발력 있게 토론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향상된다.

미국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또다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국에선 세미나를 하면 발표자가 발표하는 도중에 질문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발표를 시작할 때 아예 발표 중에는 질문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발표자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사회자가 질문을 가로막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다 되어서”가 대부분이다. 황당했던 경우는, 사회자가 “강의가 안 좋으면 질문이 많을 것이고 강의가 좋으면 질문이 없을 것인데, 오늘 강의가 너무 좋았으므로 질문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질문을 하지 말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경우였다.

경험에서 자신있게 말하건대, 강의가 좋으면 질문이 많고 강의가 안 좋으면 질문이 없다.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이 아저씨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격식이나 형식을 따지고, 딱딱하게 발표를 진행하며, 활발한 의견개진이나 아이디어 공유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안 그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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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나의 완벽한 발표를 방해하지 마

  1. 최호영 says:

    회사에서 보내준 UCSD의 6개월 과정은 매우 진지하지 않게 듣고 있지만, 발표나 토론 수업 때는 나름대로 참여는 하면서도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듯한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네요. 재미있는건 한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동양권 학생들은 수업의 전체적 목표나 교수의 의도에 맞춰 토론의 결론을 유도하는데 반해, 서구 문명권의 학생들은 감히(!) 그와는 별개로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매우 엉뚱하고 발칙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래서 말인데 저도 젊은이는 아닌가봐요. ^^

  2. ^^ 권위의식이 약하다는 건가? 같은 학계의 대선배가 표절했다는 걸 논문으로 썼다가 파문(문파란 건 없어졌지만 아직 파문은 유효한 단어지)당한 모 강사의 경우와 비교하면 극과 극의 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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