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을 쓰면 끈적거리는 생선을 먹게 된다?

매일 아침 젤을 듬뿍 발라서 머리 모양을 만들고 출근을 한다. 젤로 머리 모양을 다듬은 다음엔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다. 손에 바른 끈적이는 젤을 씻어버리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반복된 동작을 하면서 상상을 한다. 이렇게 끈적이는 젤이 하수도를 타고 강으로 들어가서 바다까지 가면 출렁이는 물덩어리 속을 시속 60킬로미터도 헤엄치는 참다랭이의 살 속으로 스며들어가 매끈하게 코팅되겠지. 그 참다랭이는 원양어선의 냉동고에 고스란히 보존되어서 육지까지 운반되어서 15,000원이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모듬참치회집의 회접시 위에 올라가겠지. 참치의 끈끈한 맛 속에는 내가 씻어내린 젤도 조금 섞여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

뒷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태클이 들어오는 조직 문화상 머리에 두건을 한다거나 땋는다거나 하는 건 배신자를 자처하는 행동이기에 지금은 별반 선택이 없이 젤을 가지고 모양을 만든다. 환경주의에 기대어서 머리를 땋고 두건을 하고 싶은 생각도 조금 있는 건 사실 ㅋㅋㅋ.

30년 전만 해도 많이 고민 안 하고 판단 내릴 수 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커피 하나를 마시는 데에도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스타벅스에 즐겨가는 여자들을 된장녀라고 마녀사냥 하던 때가 2달쯤 전이었다. 그렇게 된장녀들을 돌팔매질 하던 사람들 중에 스타벅스의 정치성에 대해서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 상처받은 컴플렉스는 손쉬운 복수를 원하기에 눈에 잘 띄고 때리기 쉬운 된장녀들이 그 표적이 되었지만, 정말 공격해야 할 상대는 그런 싸움질과 매출 증가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며 즐거워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다행인 건, 한국 사회에선 진보주의자로 살기 위해 돈이 더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래서 당신은 진보주의자로 살 돈이 있소? 라는 사설이 유효하려면 자본이 좀더 노동자를 쥐어짜는 시대가 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던킨 도너츠나 스타벅스보다 길거리 도너츠와 길거리 커피가 더 값싼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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