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정말 좋았는지도 몰라

현재 50대 정도의 사람들 중에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거나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옛날엔 정말 지금보다 좋았는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국민이 평균적으로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20년 전의 물질적 풍요를 바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남들과 비교해서 성취감을 느끼니까. 남들이 자전거 타고 다닐 때 포니 타고 다닐 수 있었다면 지금 벤츠 타고 다니는 것만큼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다카키 마사오가 개발 독재를 밀어붙이던 시절에는 20대에 회사원으로 시작해서 30대에 사장이 될 수도 있었고, 20대에 고시 붙어서 30대에 국장이 되고 40대에 그 이상을 바라볼 수도 있었던 시대였지. 모든 게 숨가쁘게 돌아가던 때에는 성공의 급물살만 타면 서핑 보드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밀고 올라갈 수 있었던 때였지. 어느 정도 윗자리에 올라가기만 하면 아랫사람을 조지기만 하면 아랫사람들의 희생적인 노동으로 조직은 돌아갔으니까.

지금은 저성장이 만성화되어가는 시대이고 어느 부문에서든지 성공은 적체되어 있지. 회사도 그렇고, 공무원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다. “뜻한 바 있어” 직업을 바꾸는 경우도 그저 돈 조금 더 벌기 위한 몸부림일 뿐 예전같은 휘황찬란한 변신은 어렵다. 뭐 나야 이런 세상에서 내가 관심있는 것만 파면서 한 평생 사는 것에 큰 불만은 없다만, 이런 세상에서도 결혼하고 애를 낳아서 그 아이들을 남의 아이보다 잘난 아이로 키워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정말로 힘든 세상이다.

박노자가 그러더군. 지금의 중산층은 자식들을 중산층으로 만들어줄 수 없다고. We will see, but I mostly agree.

2 thoughts on “옛날에는 정말 좋았는지도 몰라

  1. 최호영 says:

    저 역시 회사 들어온 이후로 많이 공감하는 면인데, 지금의 물질적 풍요에 아버지 세대의 땀이 있었다고 배우지만, 아버지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쉽게 살았단 생각도 지울 수 없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해야할 일 가운데에는 후자가 더 어렵다고 보는데, 전자는 목표도 단순하고 그만큼 단선으로 노력하면 결국에는 해결되는 문제지만, 후자는 목표도 복잡하고, 또 목표 달성에 대한 기준도 노력도 모호하기 때문이죠. 특히 금융권에서 극명한데, 예전 아버지 세대 은행원들은 대학 졸업장과 성실함 하나면 큰 문제가 없었죠. 대학 졸업장 자체가 엄청나게 차별화된 무기였고, 또 고도의 금융 테크닉보다는 성실함이 요구되던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대학 졸업장 하나로는 팬티 한 장 입은 정도죠. 덕지덕지 붙은 자격증에, 어학 실력에(실제로 쓰는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한국 금융사에서 어학실력을 요구한다는게 넌센스이긴 하지만) 요구하는 능력들은 왜 그리 많은지…문제는 그 모든 것을 갖춰도 자신을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거죠. 정말 옛날에 비하면 올라가는 길은 좁고 어렵기만 한데, 아래로 향한 구멍은 엄청나게 넓고 크네요.

  2. 그래서 공무원을 선호하는 요즘 추세가 생긴 게 아닐까? 그래도 공무원이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타쿠스럽게 하는 게 가능할 거 같은데 말야.

Leave a Reply

Please log in using one of these methods to post your comment: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