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와 막걸리

다카키 마사오는 쥐 실험을 하는 심리학자가 쥐를 보듯이 한국 국민들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든 건 과거 전매청을 통해 청자, 백자, 거북선 등의 담배를 팔고,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통주조법이 다 맥이 끊긴 후에 밀가루를 누룩에 쪄서 만든 술인 막걸리를 전국적으로 보급했던 일을 상기하면서다. 조국근대화의 책무를 짊어지고 새마을운동의 기치 아래 밤낮으로 일하던 국민들은 값싸게 중독되어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방도가 필요했을테고,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그런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던 다카키 마사오는 (고쳐 쓰면, 그래도 한 놈이라도 덜 낙오하고 열심히 부려먹으려면 현실과 환상을 오락가락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으므로) 담배와 막걸리를 전격 보급하기로 한다.

담배를 아무나 팔게 하면 현실을 너무 과도하게 잊는 나머지 폐에 구멍이 나서 죽어버릴지도 모르므로 (고쳐 쓰면, 담배처럼 돈 되는 장사는 역시 나랏님이 해쳐먹어야 하고, 담배 피는 인구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전매청이라는 관청을 만들어 담배 재배와 판매를 관할하게 하여 현실 망각과 국민 건강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줄타기 하게 만들었다.

여느 나라처럼 3년 묵은 포도주나 10년 숙성한 위스키로 국민들의 시름을 잊게 해주면 좋으련만,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그나마 머리를 짜내어 값싸게 중독될 수 있게 만든 술이 막걸리였다. 막걸리 마신 다음 날 머리가 미칠듯이 아파도 그건 전날의 시름을 잊는 데 도움이 되는 추가적인 약효였다.

3 thoughts on “청자와 막걸리

  1. 찰리 says:

    에릭, …그리고 생각안나지만 암튼 미국식 이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왠지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 세상인데…마사오는 혹시 50년 후를 내다본 건 아닐까요?(당시로선 일본이 우리나라가 보기엔 가장 우방이자 가장 선진국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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