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S Mode 3

미국의 Golden State Fence Company라는 펜스 만드는 회사가 불법이민자를 고용했다는 이유로 5백만 달러(약50억원)의 벌금을 내고 회사 경영자는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군요. (Marginal Revolution)

인용된 사실 중 재미있는 건 이 회사가 샌디에고주와 멕시코를 나누는 경계선에 펜스를 설치하는 일도 했다는군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대략 상황은 이렇지 않을까요? 멕시코에서 (비자 없이 불법으로) 건너들어온 사람들을 고용하여 펜스사업을 하는데, 이 사람들을 샌디에고와 멕시코 사이의 경계에 펜스를 박는 작업도 시켰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펜스는 국경을 확고하게 하여 불법이민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펜스 회사가 불법이민자들을 용이하게 수급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을 수도 있겠죠. 그 이상 상상의 나래를 펴면 안 되겠기에 여기까지만 하죠.

미국의 불법이민 근로자와 관련하여 항상 기억하게 되는 일인데, WTO를 탄생시킨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과 그 이전 라운드의 협상들에서 다루었던 많은 주제들 중에 서비스, 투자, 노동의 분야는 상품과는 차원이 다르게 민감한 주제들이었죠. WTO 협정문과 그 부속서들은 상품의 교역에 대해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WTO 협정이 전세계적인 관세 장벽 낮추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죠. 하지만 돈 많은 서구의 회사들에게는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들이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들 아니었을까요?

일례로 TRIPS 협정 발효 후 10년이 지난 2005년에 인도는 물질특허를 보호하기로 법을 개정하지요. 물질특허를 보호한다는 이야기는 새롭게 만들어낸 물질 그 자체를 발명으로 보호한다는 말입니다. 좀더 쉽게 얘기하면,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되면 그 의약품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고, 그 의약품을 어떻게 제작했는지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물질’ 특허라는 말 자체는 거의 의약품과 생명공학에서 독점적으로 쓰는 말이죠. 2005년 이전 인도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약들을 싸게 복제해서 수출까지 하던 나라였죠.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죠. “혁신적 신약”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회사가 전세계적으로 손꼽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의약품에 대한 특허보호가 강해지면 그 소수의 회사들이 돈을 왕창 많이 벌고 약을 사다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내고 약을 먹어야 하죠.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es는 그 도입부에 Mode 1, Mode 2, Mode 3, Mode 4라는 국경간 서비스 제공 방식에 대해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a) from the territory of one Member into the territory of any other Member;

(b) in the territory of one Member to the service consumer of any other Member;

(c) by a service supplier of one Member, through commercial presence in the territory of any other Member;

(d) by a service supplier of one Member, through presence of natural persons of a Member in the territory of any other Member.

이건 사실 국경간 사업을 하는 회사들의 드림 시나리오입니다. (a)가 Mode 1, (2)가 Mode 2, (3)가 Mode 3, (4)가 Mode 4인데, 이런 Mode 1, 2, 3, 4 방식은 WTO 설립 이후의 다자 협상에서 서비스 분야의 기본용어가 되고 FTA 협상에서도 서비스 분야의 기본용어로서 틀이 됩니다.

서비스는 투자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요. 서비스와 투자는 노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서비스 Mode 1, 2, 3, 4가 자유롭고 그에 따라 투자의 각종 제한들이 풀리고, 또한 노동의 국경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걸 원하겠지요. 그렇다면 땅값이 저렴하면서 노동력도 값싼 저소득 지역에 플랜트를 지어놓고 하루 1달러짜리 단순노동을 쓰면서, 회사의 경영진은 자국에서 전용제트기 타고 다니면서 초호화 별장에서 위성으로 송수신되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고 그곳에서 벌어들인 돈은 금융가들이 몰려있는 뉴욕, 런던, 홍콩 등으로 보내서 돈놀이를 하겠죠.

WTO 협정문은 사실 이런 초국적기업들의 드림이 표현되어 있는 문서입니다. 제대로 읽어보자면 그렇다는 것이죠. WTO 협정문과 그 부속서를 읽으면서 자유화의 꿈을 실현하려는 회원국들의 의지가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성경을 읽으면서 그 책이 신이 불러준 걸 그대로 적어놓은 문서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옆길로 많이 샜는데, 다시 펜스 회사로 돌아가면, 이런 상황을 상상해 봅니다. 그 회사가 샌디에고에 있으면서 멕시코 불법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샌디에고에서 국경 펜스를 치는 경우하고, “에이 더럽다” 그러면서 차라리 회사를 멕시코에 세워서 멕시코의 합법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멕시코에서 국경 펜스를 치는 경우가 좀 다르겠죠? 그건 미국과 멕시코의 회사법과 노동법이 다르니까 회사입장에서는 분명히 다를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불법 노동자를 고용하여서 이민국의 단속을 받는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기는 것보다는 멕시코에 회사를 설립해서 합법적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그들을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시켜 펜스를 친 다음에 다시 멕시코로 데려오면 좋겠죠? 그게 GATS 협상에서 회사들이 꾼 드림이었죠. 하지만, NAFTA가 체결된 이후에도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는 서비스, 투자,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지적으로나마 Golden State Fence Company 같은 사례가 생기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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