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 End Party

내가 속한 팀의 송년회는 지난 주에 일찌감치 치러졌는데, 술을 마시는 송년회는 아니라서 가볍게 넘어갔다. 술을 아주 많이 마셔야 한다는 부담을 주는 자리들이 다음 주에 대기하고 있다.

다음 주 예정된 송년회 중에 o o 동지회라고 불리는 모임이 있다. 나는 o o 가 아니다. 내가 설사 o o 라고 하더라도 그들과 ‘동지’는 아니다. ‘동지’는 북한이 러시아어 혹은 영어인 comrade를 ‘동무’라고 번역해서 서로를 불렀던 것에 대한 반동으로 만들어낸 이름인 듯하다. 꼭 그러한 사연이 없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동지’라는 단어는 ‘배달의 기수’나 반공애국 영화에 즐겨나오는 표현으로 그 자체가 지극히 극우파쇼적인 뉴앙스를 세월에 걸쳐 획득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누구와 ‘동지’라고 불리는 걸 싫어한다. 내가 언제 그들과 함께 뜻을 맞춰 빨갱이 토벌에 앞장섰단 말인가?

‘동지’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내가 그 모임을 껄끄러워할 이유는 따로 있다. o o 동지회는 사실 내가 속한 조직의 엘리트 집단이다. 그들이 조직내의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고, 쥬니어 회원들이 앞으로 그 보직들을 물려받을 것이다. 즉, o o 동지회는 o o 가 아닌 직원들과 구별하여 승진과 인사에서 우월한 위치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리고 그 모임의 입회자격은 o o 라고 하는 동일한 출신성분이다. 따라서 ‘동지’는 빨갱이토벌대의 의미와 별도로 엘리트 출신성분을 공유하는 집단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o o 가 아닌 나를 그 모임에 초대하는 전화가 왔다. 나에게 초대전화를 하기 전까지 o o 동지회의 상부에서는 나와 같은 非 o o 를 모임에 끼워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했을 것 같다. 나를 포함해 5~6 명의 비 o o 들이 조직 내에 있는데, 이들은 o o 들과 같은 직급에서 일을 하고 있고 그들과 같은 승진의 기회를 가진다. 그러기에 o o 들과 실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분명히 o o 는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온 사례가 최근에 들어 늘어났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새롭게 생겨났을 것 같다.

중간의 토의 과정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초대하는 전화의 목소리에는 베푸는 자의 넉넉함이 묻어 있었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게 고마워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도 잘 판단이 안 서는 마당에 …

o o 동지회와 유사한 모임은 다른 조직들에도 있다. 이들 모임들의 공통점은 확실한 위계질서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명하목과 절대복종이 지배하는 분위기이다. 이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인사와 승진이 거래된다.

물론 나는 그런 분위기 싫어한다. 상명하복이나 절대복종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입 발린 소리 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그 자리 나가봐야 물 위에 뜬 기름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No 라고 말하기엔 그 뒤에 따를 보복이라든지 보복은 아니더라도 은근한 배척이 나름대로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끼리끼리 모이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집단에서는 내 편이 아니면 남의 편이라는 편가르기 역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니까.

관련글: 박노자의 노르웨이 직장에서의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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