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조류독감 바이러스 공유 안하기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의 샘플을 외국 연구기관과 공유하지 않고, 제약회사 Baxter에게만 샘플을 제공하기로 했다는군요. 기사 원문

정식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고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수준의 협약을 맺은 것으로 나오는데, Baxter의 대변인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Baxter가 독점적인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는군요. 양해각서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더 분명해지겠지만 양해각서를 공개하지 않을테니 힘들겠지요.

대략적인 조건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바이러스 샘플을 Baxter에 제공하면, Baxter가 백신을 개발하고 그 판매권을 인도네시아 정부가 갖는 것 같군요. 그 때 가격 결정권을 누가 갖는지와 생산량을 누가 결정하는지 판매권의 양도가 가능한지 등의 복잡한 이슈들이 있는데 그게 양해각서에 다 포함이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이런 양해각서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땅에서 발견한 바이러스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을테고 그걸 어떻게 이용하든 인도네시아 정부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나라들의 동산(動産, personalty)법 원칙이니까요.

근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아닌 인도네시아 국민(한 개인)이 조류독감에 걸린 새로부터 바이러스를 추출해서 다른 나라의 연구기관에 제공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동산법의 일반적인 원칙에 따르면 충분히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이고, 그런 일이 일어날 실제적인 개연성도 충분하지요.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Baxter에게만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제약회사나 연구기관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 샘플을 구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테니까요. 그러니까 돈을 벌고 싶은 개인들이 조류독감 바이러스 샘플을 찾아내서 팔아버릴 수도 있겠지요.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판 개인이나 그걸 구매한 연구기관에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지 인도네시아 정부와 Baxter간의 양해각서가 진정 의미가 있겠지요.

궁금한 건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가 인도네시아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 안 됐나요?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조류독감이 발견되어서 가축을 폐사시키고 그랬던 것으로 기억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에서 바이러스를 안 받아도 조류독감 연구가 가능한 건가요?

인도네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만 하면 Baxter가 아닌 제약회사나 연구기관은 굳이 인도네시아에 손 벌리지 않아도 조류독감 연구가 가능할텐데요.

그러니까 어쩌면 이건 인도네시아 정부와 Baxter의 양해각서가 전세계 조류독감 연구를 몇년간 지연시키는 반인륜적인 행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사건의 핵심은 Baxter가 아닌 제약회사나 연구기관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이전의 가격보다 약간 더 비싸게 사야만 하는 나름 X같은 상황이 생기니까 짜증을 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참고로 조류독감 백신은 이미 몇 개가 개발된 걸로 압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타미플루이구요. 타미플루는 조류독감의 빠른 확산 때문에 상당히 신속하게 판매허가가 난 신약인데 임상에서 많은 부작용이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제약회사들 입장에서는 조류독감 같은 유행성 질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게 나름 돈을 벌 새로운 기회이지요. 타미플루의 예에서도 보듯이 유행성 질병이 퍼질 때는 각국 정부에서 신약 허가를 빨리 내주기도 하는 혜택을 주기도 하니까 사업하기가 편해지지요. 그리고 신약이니까 물론 높은 가격을 매길 수도 있구요.

조류독감이 몇십년간 지속된다면 다른 얘기지만, 조류독감이 정말 유행성 질병으로 몇년간만 인류를 괴롭히고 지나갈 질병이라면 조류독감 백신 시장도 ‘치고 빠지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선점하는 제약회사만 대부분의 수익을 챙기고 나가는 경우가 되고 다른 제약회사들은 멍청히 앉아서 당하는 꼴이 되겠죠.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Baxter 양해각서가 다른 제약회사들한테 짜증나는 일이 되는 거겠죠.

신약=높은 가격에 대해서는 “TRIPS and Public Health”에 관한 WTO decision이 2005년 채택되었고 현재 4개국이 이를 채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중 한 나라이구요. TRIPS and Public Health는 조류독감처럼 위급한 보건상의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약을 “높은” 특허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실시권”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결정이었지요. 이는 선진국의 주장만이 계속 받아들여지던 TRIPS 이사회의 분위기에서 개도국의 입장이 반영된 드문 경우입니다.

만약 조류독감이 중국에서 창궐했다라고 가정했을 때, 그 백신이 Baxter에서 만든 모 신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면 중국 정부가 강제실시권을 행사할 것인지가 이슈가 될 겁니다. 만약 그 국가가 중국이 아니라 파푸아뉴기니처럼 자체적으로 약을 생산할 시설이나 경험이 거의 없는 나라라면 우리나라에서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서 조류독감 백신을 만들어 파푸아뉴기니에 현실적인 가격(높은 특허권료가 포함되지 않은)으로 판매하여 재난을 극복하도록 할 수도 있게 한 것이 “TRIPS and Public Health” 결정이죠.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그냥 돈이나 좀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한 행동인 것 같은데, 좀 심하게 비판을 받는 것 같군요. 인간 생명 가지고 장난치는 건 선진국의 제약회사들인데 말이죠.

그리고, 이 이슈는 얼핏 기사를 보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지적재산권으로 취급하는 것이냐 하는 게 중요한 이슈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사실 그런 이슈는 아닌 듯 합니다. 양해각서를 읽어봐야 알겠지만,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특허로 보호하려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 특허출원을 했어야 했고 이들 나라들의 심사기간이 2년이 보통 넘으므로 심사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남았을 거고,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특허가능한지에 대한 것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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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인도네시아가 조류독감 바이러스 공유 안하기로

  1. daighter says:

    이런 심각한 이야기에 이런 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여하튼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약회사를 직접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었지만 새 병균연구를 위해 인명살상도 감수하는 정부의 음모이론을 다룬 X-files 에피소드나 Outbreak를 보면서 흠, 설마, 했지만, 정말 사람 생명을 자본화해서 대놓고 경시하는군요…

  2. 재미삼아 읽으시라고 쓴 겁니다. 그래서 사실관계에 대해 엄밀한 검증은 안 하고 추측으로 쓴 게 많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사람 목숨은 돈이지 않습니까? 보건복지부나 재경부 공무원들에게는 인간 목숨과 관련된 것이 다 돈으로 환산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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