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거스르기

대전은 나름 큰 도시이다. 지하철도 있고. 과학기술도시로 중점 발전시켜온 곳이라 연구단지도 많고, 그래서 많이 배운 사람들도 많은 곳이다. 그래서 나름 대전을 좋아하며 살고 있는데, 그 동안 한 가지 거슬려 왔던 건 대전 사람들의 운전 습관이다.

운전의 기본 규칙이라고 할 것들이 여기선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대전의 도로에서 적용되는 가장 상급의 규칙은 ‘잘 판단하여 적절하게 운전한다’이다. 이 규칙보다 하급의 규칙이 빨간 불일 때 멈추고, 파란 불일 때 통과하기. 우회전할 때는 일단 멈춰서 좌우를 살핀 후 가장 바깥 차선을 이용해 우회전하기. 등등의 운전의 기본 규칙들이다. 그렇다고 거리가 ‘매드 맥스’ 수준은 아니지만, 출퇴근 시간에 도로를 보면 정말 가관이다.

며칠 전부터 보궐선거 유세를 ‘억지로 듣게 되면서’ 대전의 촌시러움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내 방이 대전의 큰 도로를 향해 있다 보니 보궐 선거 유세가 본의 아니게 잘 들리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파트촌에 사는 사람도 같은 불평을 하는 걸 보고서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 대전 서구을에서 당선된 국민중심당 후보가 유세기간 내내 빵빵하게 틀어준 곡명 모를 뽕빨 트로트를 지역 주민들은 다 기억하리라. 트로트를 개사해서 유세곡으로 쓴 후보나, 그 후보를 찍어서 당선시킨 지역주민들이나 다 수준이 비슷하다. 국민중심당이라면 … 에잇! 말하기도 귀찮은데. 박정희 시절부터 지역감정 유발 공작에 화답하며 지역감정 증폭기 역할을 담당했던 정당이 아닌가?

유세곡으로 힙합 랩을 하거나 아니면 오페라를 쓴다 하여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트로트라 하여 수준이 낮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중심당 후보는 트로트가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해서 트로트를 틀어주기면 가장 효과적으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결국 ‘요놈의 촌구석에서는 막걸리 같이 마시면서 트로트 노래 같이 불러준’ 한 집 건너 국민중심당을 찍어주는 그런 동네라는 거 아닌가? (국민중심당이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얘기는 아니고, 비유적으로 쓴 말임) (당선되기 전이나 당선된 후나 국민중심당 후보가 지역주민들과 막걸리 마실 일은 절대 없겠지만) 결국 그게 맞아들었고. 그러니까 다음 번 선거에서는 또 뽕빨 트로트를 틀겠지.

대전에서만 가요 순위를 별도로 매긴다면 트로트가 1위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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