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나쁜 건 죄악인가?

1.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는 명제는 서양에서 만들어진 말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 고등학교 때 가르치는 내용 중에서 학생들의 머리에 쉽게 주입이 되고 아주 오래 머리에 남는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진리를 좀 멋있어 보이는 말로 만들어 교과서에 실어놓고 외우라고 했으니 얼마나 잘 외어지고 기억에 오래 남겠는가?  그 말을 만들어낸 사회에서 어떤 뜻으로 썼든지와 상관없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는 명제는 한국의 평균적인 성인들에게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과 같은 말이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하고도 비슷해진다.   “사회적 동물”로 오래 살다 보면 싫은 거 싫다고 못하고 잘못된 거 잘못되었다 못하게 되기까지 한다. 

2. 입 밖에 내뱉으면 키보드로 던지는 돌멩이를 맞아 압사당할 수 있기에 말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이미 이 블로그를 통해서 해버렸다.  그건 “부모 될 자격 없는 사람은 애를 못 낳게 해야 한다”이다.  이 말 하고 나서 돌멩이는 별로 안 날아오더라.  다 자기는 부모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겠지.  이혼 해서 애 서로 안 맡으려고 싸우는 부부도, 피시방에 유모차 끌고 와서 카트 하는 아줌마도, 부부 싸움 끝에 마누라가 집 나가자 아이한테는 과자만 갖다 먹이는 남자도 다들 자기는 부모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블로그에만 그런 사람들이 안 오나?)

3. 오늘 할 또 다른 돌멩이 맞을 말은, “머리 나쁜 건 죄악이다”이다.  이아고님은 좀 다른 이유 때문에 “머리 나쁜 건 죄악이다”라고 믿는 쪽으로 개종했는데, 나는 사실 좀 오래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살인은 죄악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통들 생각하지만, “머리 나쁜 건 죄악이다”라고 말하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머리 나쁜 건 죄악이다”라는 생각은 약간 다른 노선으로 흐르면 “신체적 장애는 죄악이다”라는 말과 연결될 수도 있고 “유태인인 것은 죄악이다”라는 것까지도 확장될 수도 있는 방식의 사고다.  그래서 상당히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많은 사람들이 이런 소위 선민 사상에 유혹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였고, 또다른 예로 미국의 대법관이자 명판사로 이름이 남아있는 Oliver Wendell Holmes, Jr.도 있다. 

살인은 한 사람을 죽이면서 그 사람의 가족들을 불행하게 한다.  머리가 나쁘면 그 가족들 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만약 어떤 행위나 어떤 존재가 죄악이냐라는 판단이 공공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하는 척도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라면, 머리 나쁜 사람의 존재가 살인 행위보다 더 큰 죄악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쯤에서 박찬욱이 한 말을 인용해 보자.

  • 요즘 부자들은 교육도 잘 받아서 착해요. 얼마 전
    ‘21세기를 준비하는 모임’에 초대 받아서 갔더니, 전부 재벌 3세, 의사, 변호사 등 잘나가는 30대 그룹이었는데 어찌나들
    예의 바르고 겸손한지. 흠잡을 데가 없어요. 속된 말로 얼굴 예쁜 여자들이 마음도 예쁘다고도 하잖아요. 임원희의 불만은
    이것이에요. 나는 너무 가난하게 자라서 성격이 삐뚤어지고 날로 포악해지는데. 너희들은 뭐 하나 부러울 것이 없으니까 점점 선하게
    된다. 왜 착한 것까지 독차지하려고 드느냐! 가난한 사람은 성격까지 나빠진다는 이 현실이 문제라는 거죠.

머리 나쁜 것들은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지고 살기가 팍팍하다.  그래서 성격도 비뚤어져 간다.  주변에는 비슷하게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비슷하게 성격이 비뚤어져 있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 다툰다.  마치 머리 나쁜 상대방과 싸워 이기기라도 하면 자기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존재가 되기라도 하듯이…

부자의 자식들이 잘 생기고 똑똑할 뿐 아니라 착하고 겸속하기까지 한 이 체제에서는 부자 삼대 못 간다는 속담도 통하지 않는다.  돈이 뒷받침되는 데다가 똑똑하고 잘 생기고 착하기까지 한 이들을 경쟁에서 제치고 나아갈 머리 나쁜 가난한 집 자손들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 나쁜 이들은 그렇게 체제를 공고화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로 죄악이다.  더 큰 죄악은 머리 나쁜 이들이 머리 나쁜 자식을 낳아서 돈 많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착하기까지 한 부자 자제들의 착취 구조에 기꺼이 편입시키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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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머리 나쁜 건 죄악인가?

  1. Charlie says:

    제 경우는 부모 자격이 있어서 아무 말을 안한게 아니고
    (부모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제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이 안서네요)
    부모가 될 생각이 별로 없으므로 어차피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아무 말을 안한 겁니다.

  2. 콘칩 says:

    머리 나쁜건 죄악이라고 하시는건 누굴 염두해 두고 글을 쓰신거 같고, 마지막 구절에 대충이나마 짐작 할 수 있게 하셨네요. ‘체제에 순응적인 사람들, 기존 체제를 권력화 하고 유지할려고 하는 세력에 반발하지 않는 사람들’ 뭐 그런 사람들이겠네요. 뭐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이지 않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머리가 나쁘고 이는 죄악이라고 말하고 싶은가본데요. 근데 정말 머리가 나빠서 반발 안하는건가요? 그건 아닐텐데요. 너무 단순하게 도식 하신거 같네요.

  3. 발장갑 says:

    이글을 읽고 참으로 맘이 좋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이곳을 가끔 들르면서 제 주변에 블로그를 하다보니 이런이런 분도 계시더라. 참으로 똑똑하고 이런 젊은 분이 계셔서 살맛나는 세상이구다라고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해를 넘기며 즐겨찾기에 올려 놓고 들랑달랑한 제가 왜 그랬을까입니다.
    2번읽고 콘칩님 댓글 읽고 다시 읽어보았습니다만 잘 살지 못 한다고 삶이 팍팍하다고 삐뚤어지진 않습니다. 주변 사람에 그런 사람들이 그렇다면 전 이말이 하고 싶습니다. 끼리끼리 모인다. 그럼 당신은 그러시겠죠. 그들과 난 틀리다.
    그들은 내 친구가 아니다..
    긴말이 왜 필요하겠어요. 전 머리 나쁜사람이고 당신은 누가 보아도 머리 좋은 사람인데요.
    물어보고 싶네요.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머리가 나쁘게 태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합니까?
    머리 좋은 사람들은 내 자손들이 다 머리가 좋다고 보장을 하시는가 봅니다그려.
    돌을 던지고 싶지 않습니다. 돌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긴말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이곳을 방문 할 때마다 늘 감사하고 늘 잘 되시길 빌고 좋은 글 읽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머리가 나빠 그러 했나 봅니다.
    제가 뭘 알겠습니까? 머리가 좋아 본적이 없었으니요.

  4. 발장갑 says:

    이글을 읽고 참으로 맘이 좋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이곳을 가끔 들르면서 제 주변에 블로그를 하다보니 이런이런 분도 계시더라. 참으로 똑똑하고 이런 젊은 분이 계셔서 살맛나는 세상이구다라고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해를 넘기며 즐겨찾기에 올려 놓고 들랑달랑한 제가 왜 그랬을까입니다.
    2번읽고 콘칩님 댓글 읽고 다시 읽어보았습니다만 잘 살지 못 한다고 삶이 팍팍하다고 삐뚤어지진 않습니다. 주변 사람에 그런 사람들이 그렇다면 전 이말이 하고 싶습니다. 끼리끼리 모인다. 그럼 당신은 그러시겠죠. 그들과 난 틀리다.
    그들은 내 친구가 아니다..
    긴말이 왜 필요하겠어요. 전 머리 나쁜사람이고 당신은 누가 보아도 머리 좋은 사람인데요.
    물어보고 싶네요.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머리가 나쁘게 태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합니까?
    머리 좋은 사람들은 내 자손들이 다 머리가 좋다고 보장을 하시는가 봅니다그려.
    돌을 던지고 싶지 않습니다. 돌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긴말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이곳을 방문 할 때마다 늘 감사하고 늘 잘 되시길 빌고 좋은 글 읽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머리가 나빠 그러했나 봅니다.
    제가 뭘 알겠습니까? 머리가 좋아 본적이 없었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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