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한 결단력과 추진력은 자제효

야후! 블로그 – 싸이코 짱가의 쪽방에 “37개 서울언론사 기자, 청와대에 항의방문”이란 기사가 링크되어 있고 그 기사에 붙은 핵심 찌르는 댓글이 인용되어 있다. 

기자실 없애겠다는 노대통령의 방침을 들었을 때, 그냥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깊이 생각을 안 했다는 거다.  그런 실험을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라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대충 다들 알겠지만, 정부부처에 있는 기자실이라면 기자들이 앉아서 날로 기사를 받아먹는 곳이다.  기자이기 때문에 장관, 차관한테 반말 찍찍 하면서 이거 내놔라 저거 내놔라 명령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장관, 차관이라 해서 기자들이 떠받들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말 찍찍 하는 것도 보기 안 좋다.  그건 다 예전의 군사정권 때부터 내려오는 정부와 언론의 유착 관계에서 내려오는 관습 아닌가? 

그래서 기자실을 없애는 실험을 한 번 해볼만하다 생각한 것이다.  기자들이 (기자실이 없으니까 앉을 때가 없어서라도) 발로 뛰어서 (더워서 뛰기 힘들면 걷거나 택시를 타서라도) 기사를 만들어보는 것도 해봐야 할 시대가 아닌가?  안 그래도 요즘엔 블로그 글들을 갖다가 고대로 베껴서 기사를 쓰는 도둑넘들도 많은데.

자기가 직접 취재원 관리하면서 정보를 캐가면서 기사를 써봐야 정보원이 중요한 줄도 알고, 정보원과의 도의적인 관계도 유지할 것이다.  기사 한 번 잘못 쓰면 정보원들이 다 떨어져나갈테니 기사를 쓰는 데도 더 책임의식도 생길 것이다.  이런 단계까지 나가려면 꽤 시간이 걸릴테지만, 그런 기반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이번 방침은 괜찮은 실험의 첫발로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노대통령이 한미 FTA 타결 이후, 국민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사실에 한껏 도취되어 약간 high 한 상태에서 일을 저지른 것 같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려다가 한 발 물러선 노대통령이 한미 FTA 이후 용기 있게 밀어붙인 거 같단 말이지.  한미 FTA를 세게 밀어붙여서 타결되니까 국민 지지도가 높아졌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나한테 부족한 건 결단력과 추진력 뿐이었어’라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것. 이러다가 좀더 큰 일에 잘못된 결단력과 막을 수 없는 추진력을 보이는 것 아닌가?  한미 FTA보다 더 큰 일이 남아있을 것 같진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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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너무 심한 결단력과 추진력은 자제효

  1. says:

    교육부 출입기자로 몇 년을 보낸 제 친구 또한 기자이면서, 기자실은 없애야 한다고 하더군요.
    밖에서 보는 것보다 기자실 문제가 복잡하고 구질구질한 것은 맞는 듯해요.
    새삼스레 웬 언론탄압…요새 언론들이 애교로라도 탄압을 받아준답디까.

  2. 기자실에서 정부부처랑 언론사들이 공존공생했지요. 기자실 없어지고 난 후의 취재 관행이 기대가 됩니다.

  3. daighter says:

    기자실은 없애야하는데 그걸 발표한 시기가 재미있습니다. 임기를 얼마 안 남긴 시점에서 막판까지 이슈메이커로 (의도적이 아니라고 해도) 남게 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나라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거 외에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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