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요지경은 원래 peep show라는 서양의 문물을 들여올 때 붙여진 이름 같다.  우리말의 ‘요지경’은 ‘세상은 요지경’이란 말에서처럼 복잡다단하고 현란하며 재미있는 그런 장면들의 연속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향들이 있다.  반면 영어 단어 peep show는 현대에는 거의가 여자의 나체나 성행위 장면을 바늘 구멍을 통해서 보면서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장치 정도의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듯 하다.

그래서 ‘요지경’은 더이상 ‘peep show’로 번역해서는 안 되고, ‘peep show’ 역시 ‘요지경’으로 번역해서는 안될 듯 하다.

요근래 이슈가 된 가수 이안의 소위 망언 사건이나 동국대 교수 신정아씨 사건 등을 보면 내가 요지경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peep show로서의 요지경이 아니라, 신신애의 요지경.

가수 이안이 한 말이 망언인가 아니면 적정한 말인가는 논란의 여지도 있기 때문에 딱 잘라서 말하기는 힘들고, 더구나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 그냥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하자. 

이안의 ‘그래서 그렇구나’ 발언을 동영상으로 보고서 바로 든 생각은, ‘아 저 사람은 토크쇼에 나왔다고 착각하고 있구나’였다.  하지만, 가수 이안이 자기가 토크쇼에 나왔는지 토론쇼에 나와있는지를 착각할 정도의 바보는 아닐 터이다.  이안이 그 발언을 의도적으로 했든가, 아니면 습관적으로 나온 발언이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구나’를 말할 때의 톤이라든지 제스쳐가 토크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고, 적절하게 터져나와준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토론쇼의 분위기를 토크쇼로 바꿨다.  그냥 그 사람들이 계속 토론하게 하고 제목만 ‘토크쇼’라고 바꿨으면 적절할 장면이었다.

이제 상식이 된 가수들의 성공 등식은 앨범 1장을 내면서 여자의 경우 적당히 노출해주면서 섹시한 춤을 추고 –> 야한 옷을 입고 토크쇼에 나가서 수시로 웃어주면서 상체도 종종 숙여주면서 cleavage를 카메라에 들이대주고 –> 드라마나 영화를 노린 후 –> 잘 되면 계속 하고 안 되면 화보를 찍는다.

내가 ‘그래서 그렇구나’ 사건 이전에 이안이란 가수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미루어, 이안은 아직 토크쇼에 종종 나올 정도 수준의 가수는 아니었던 듯 하다.  그러니까, 기회만 있으면 텔레비젼에 얼굴을 노출시켜서 인지도를 높이는 게 필요한 신인 수준의 가수였겠지.  그래서 EBS 토론쇼에도 냉큼 출연하겠다고 했을 것 같다.

그리고 EBS 토론쇼에 참석하는 이안의 마음가짐은 여성들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전달하여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겠다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튀어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좀더 잘 알려질까 하는 데 초점이 있지 않았을까?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사건은 이안의 사건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지만 유사한 시기에 터져서 뉴스에서 비슷한 섹션에 들락날락한다.  그러니까 알고 보니 학부도 졸업을 못했던 사람이 처세를 잘해서 큐레이터가 되고 동국대 교수까지 되었다는 것이지. 

이안의 ‘그래서 그렇구나’ 사건과 신정아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의 공통점은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둘다 자기네 업계에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떠보려고 노력하다가 일을 그르친 경우이다. 

이안은 내가 모르는 가수이니 유명 가수가 아니고 (내가 모르면 유명 가수 아님), 유명 가수 되어보려고 이래저래 노력하는 모양인데, 생뚱맞게 토론쇼 나가서 토크쇼 나간 것처럼 노는 바람에 지뢰 밟은 거고,

신정아 교수는 대학도 졸업 못해서 힘들게 지내다가 에라 인생 한 번 도박 걸어보는 거지 하며 모든 걸 위조해서 베팅 한 번 친 건데, 잘 되어서 동국대 조교수까지 되었지만 그게 2년 밖에 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걸 보면서 요지경이란 생각이 드는 건, 세상에 희한한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가 아니고, 이른바 재산 순위 상위 1%에 드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평민’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남을 밟고 올라가서 잘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하는 모습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보이겠는가? 하는 의미에서다. 

이안이 아무리 잘나가는 가수가 되어서 이효리처럼 된다 한들, 결국 몸뚱아리 팔아서 남들보다 비교적 많은 돈을 벌게 될 뿐이고, 신정아씨가 교수가 된다 한들 자신의 위조 학력을 커버해준 사람들의 말 한 마디에 벌벌 기는 하수인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들은 1%들에게는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요지경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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