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광풍 몰아치다

필름2.0의 허지웅 기자의 블로그가 디빠들의 맹폭을 받고 있다.  블로그에 댓글 524개(현재 시간 기준)가 달리는 것도 흔히 보는 광경은 아닌데.  ( 디워 광풍  )   황우석 사건 때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의 블로그에도 500개의 댓글이 달리지는 않았다.   디시인사이드 영화 갤러리에 가봐도 그렇고.

얼마 전에 British Idol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Paul Potts가 오페라 Turandot의 Nessun Dorma를 부르면서 전세계적으로 뜬 적이 있었다.  나는 오페라에 조예가 깊질 않아 Paul Potts의 성악이 얼마만큼의 수준인지는 판단을 못하겠다.   어떤 이는 실력만 놓고 따지면 대단한 건 아니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잘 부른다고 하기도 한다.

Paul Potts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그의 성악 실력 때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설사 그가 훌륭한 노래 솜씨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성악가는 세상에 바글바글할 거라는 것 정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Paul Potts와 비슷한 실력을 가졌거나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성악가보다 Paul Potts가 유명해진 이유는, 그의 인생 드라마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핸드폰 세일즈맨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성악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다가 결국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를 가지게 된 Paul Potts의 드라마에 매혹된 것이다. 

이건 심형래의 디워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워가 개봉되기 전부터 심형래는 자신의 지난 5년(아니면 6년?)간의 고난을 역설했다.  700억이라는 액수와, 영화 제작시의 어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  등등.  그리고 나서는 ‘영화를 보고 나서 판단해달라’라는 말을 했던가? 

많은 이들(소위 디까들)이 말하는 민족주의 열풍도 이 광풍을 몰아가는 힘이다.  그리고 이런 문맥에서 말하는 민족주의는 민족적 열등감이다.  맨날 당하고 살았는데, 이번에는 한 번 이겨보자는 그 열등감.  (이건 여러 사람들이 말한 것이기에 걍 대충 패스)

심형래는 영화의 내러티브로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브라운관에 들이밀면서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게 어느 정도 먹혀 가는 것 같다. 

심형래에게는 한국 최고의 코메디언으로서의 경력도 딴따라로서밖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광대의 삶이고, 신지식인으로 지명되면서 700억씩이나 영화 제작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도 그저 고난의 과정이다.  그 누구보다 영화 홍보를 위한 TV 출연을 쉽게 해낼 수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모든 충무로의 제작자, 감독, 배우, 스태프들이 똘똘 뭉쳐 왕따시키는 마이너이다.  

이런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면, 심형래는 앞으로 영화 각본을 쓸 때 자신이 TV나 인터뷰에서 한 말들을 편집해서 영화로 만드는 게 좀더 드라마틱한 영화를 만드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디워 빠들조차 영화의 스토리는 별 게 없다고 인정을 하지만, 심형래의 인생 드라마에는 감동하지 않았나?

2 thoughts on “또다시 광풍 몰아치다

  1. 호영 says:

    인터넷 댓글 문화의 특징은 무언가에 대해 “판단”을 강요한다는 점입니다. ‘좋다’, 혹은 ‘싫다’ 식의 이분법적 의견 피력을 강요받죠.(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가령 ‘디워에 드라마는 없지만 CG는 그럭저럭 볼만하더라’란 댓글을 단 사람 마음속에는 심형래에 대한 편견이나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어떠한 비평이 가미되지 않았더라도 그 댓글 자체는 달리기 무섭게 ‘디빠’ 혹은 ‘디까’ 양진영중 어느 하나로 편입됩니다. 그리고 묘한 것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 문화 가운데 하나가 익명 중에도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무언가에 대해 아주 쎄게 이른바 “까거나” 혹은 “띄웠을 때” 누군가가 짧은 댓글 한줄로라도 인정해주면 우쭐해지는거죠. 그러다보니 인터넷 댓글이나 토론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극단적 표현이 가중되는 성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인터넷 기사를 볼 때에는 되도록 댓글쪽으로는 스크롤을 내리지 않죠. 어쨌거나 인터넷 댓글이라는거 꽤나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이 아닌가 싶네요.

  2. 응, 좋은 지적이야. 댓글을 다는 사람들마다 목적은 다 다르겠지만, 편갈라서 싸움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말야. 현실에선 편갈라 싸우면 후유증 등이 부담되지만, 인터넷에서는 걍 잠수타 버리면 상황 끝이니까 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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