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정의

SF가 아닌 걸 SF라 부르니… 에서 이어지는 글. 

SF는 science fiction의 acronym이고, Sci-Fi는 축약형이다.   Sci-Fi는 이제는 B급의 저예산 저급 science fiction을 가리키는 말로 종종 쓰이면서 다른 뉴앙스를 갖게 되었으니, 이 글에서는 Sci-Fi는 논외로 하고 science fiction만 이야기한다.

우리말로는 공상과학이라고 번역이 되어서 오랫 동안 고착되었는데,  ‘공상과학’이란 표현이 science fiction을 애들이나 보는 소설 혹은 주의가 산만한 열등생들의 백일몽을 도와주는 문학 정도로 인식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거기다가 사농공상의 봉건적 계급 관계에서 이름조차 들어가지 않는 ‘과학’이 그 위계관계에서 최하위를 차지함을 의미한다는 조크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다.  (공상과학이면, 공인과 상인 밑에 과학자가 있으니 상인보다 낮은 계급)  ‘과학소설’이라고 번역했으면 science fiction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나아졌을 것이다. 

근데 막상 science fiction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는 확고한 게 없다.  (Arthur C. Clark once said in a preface of his book, “Attempts to define it will continue as long as people write PhD theses.”) 

Science fiction 작가이자 편집자인 Damon Knight는 “science fiction이란 내가 어떤 작품을 가리켜 ‘아, 그건 science fiction이야’라고 말하면 science fiction이다”라고 했다. (“Science fiction is what I point to and say “That’s science fiction.”)

때로 science fiction은 환타지(fantasy), 공포(horror)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폭넓은 개념은 적당하지 않다.  작가나 평론가나 편집자들이 science fiction을 정의 내리기 힘들어하는 이유에는 science fiction과 환타자니 공포물 등을 깔끔하게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었지 science fiction이 환타지와 공포물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 되도록 방기한 것은 아니었다. 

science fiction에서 ‘science’라는 단어가 지배적(operative)인 단어라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나는 환타지와 science fiction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 과학적 개연성(scientific probability)라고 본다.  

이 차이점에 대해서 Arthur C. Clark이 재미있는 말을 했다.  “science fiction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이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 이야기이며, 환타지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사람들이 한 번씩 공상해보는 것이다.” (“Science fiction is something that could happen – but usually you wouldn’t want it to.  Fantasy is something that couldn’t happen – though often you only wish that it could.”)

Robert A. Heinlein은 science에 좀더 비중을 둔 정의를 내렸다.  “간편하고 짧은 science fiction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연성 있는 미래의 사건에 대한 현실성 있는 상상으로, 과거와 현재의 현실 세계에 대한 적절한 지식에 기초하고 과학적 방법의 성질과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에 바탕한 것.”  (a handy short definition of almost all science fiction might read: realistic speculation about possible future events, based solidly on adequate knowledge of the real world, past and present, and on a thorough understanding of the nature and significance of the scienctific method.”)

‘공상과학’이란 말은 science fiction과는 동일한 말이 아님은 위의 설명을 읽으면 이해가 될 것이다.  굳이 용어를 정확하게 만들자면, 공상과학이라는 말에서 공상만을 떼어놓으면 환타지가 되고, 과학이란 말만 떼어놓으면 science fiction이 되는 것이다.  즉, 공상소설 = 환타지, 과학소설 = science fiction이 되는 것이다. 

공상과학이라 하면 환타지와 science fiction을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이다.  그게 science fiction을 ‘공상과학’이라고 번역했을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공상과학’이라는 번역이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지는 모르나, 우리나라에서 황당무계하거나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에 바탕을 둔 공상영화까지도 SF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내가 공상영화(환타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science fiction이란 장르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가를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science라는, 즉 과학이라는 영역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환타지의 친구로 인식된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디워 난동에서 디빠(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심빠)들 중에 ‘한국형 SF’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SF’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한국형 SF’가 뭔지를 물어보는 것은 가당치 않다. 

심빠들에게는 디워가 SF이든 환타지이든 상관이 없는 것이며, 그 영화가 과학적 개연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SF’의 S가 science가 아니고 심형래의 Shim이고, F가 fiction이 아니고 Forever라는 거니까.  (심형래 Forever!!) 

밑에 댓글에 달린 ‘SF’가 더 적절하네. –> Shim 형래 Fighting! 

아니면 간단하게 ‘심빠’?  –> Shim Fa.   그러면 ‘한국형 SF’ = ‘한국형 심빠’인데 이 조어는 말이 된다.  

애국영웅 + 과학(science) –> 이게 황구라 사건과 심구라 사건을 같이 엮을 수 있는 매듭이라는 건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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