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걸푸

“만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화를 무엇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을 만화작가에게 던진다면 답이 제각각 나올 것이다?   “만화작가”라는 말이 대상자를 축소할 수 있으니까 “만화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자?

김성모라면 “만화는 공산품”이라는 대답을 할 것 같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 36권에 달하는 김성모의 “걸푸”를 읽었다? 

1. “걸푸”의 첫번째 특징은 작명 센스이다?  

‘걸푸’는 주인공 이름이다?  이름을 왜 이따구로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짐작하자면 ‘걸푸’는 걸푸렌드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나이이기 때문이다?  

‘걸푸’가 구사하는 권법은 ‘렉권’이다?  ‘렉권’은 세계 최강의 권법이다?  ‘렉’이란 글자는 키보드에서 가장 치기 쉬운 글자이다?  그래서 렉권이다?  세계를 양분해서 노나먹는 두 세력은 ‘X 정부’와 ‘Z 정부’이다?   X, Y 정부가 아니고 X, Z 정부인 것은 수학 시간에 3차원 좌표축을 좋아해서?

‘걸푸’의 스승은 ‘가리’이다?  ‘가리’ 역시 키보드에서 치기 아주 편한 이름이다? 

2. ‘걸푸’의 두번째 특징은 적절한 불량률이다? 

개별 그림의 완성도도 상당히 낮은 편일 뿐만 아니라, 앞 컷과 뒤컷이 맞지 않는 장면도 많다. 

 대놓고 틀리는 오탈자는 무수히 많고, 문법이 틀리는 곳도 많다?

pressure.jpg

엄청난 ‘악력’이어야겠지?  하지만 ‘압력’이라고 해도 다 말이 통한다?  왜냐 하면 김성모 만화니까?    

3. 세번째 특징은 적절한 베끼기이다?

gulfu.jpg 

드래곤볼의 초사이언 모드로 변한 걸푸.

already.jpg

위는 북두신권의 대사를 약간 바꾼 것.  “넌 이미 죽어있다?”

soyun.jpg

이건 슬램덩크의 채소연?

4. 그래도 김성모를 미워할 수는 없다?

만화 만드는 사람한테 작가 정신을 기대하는 사람은 김성모의 만화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의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는 만화를 김성모는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 하여 김성모를 쓰레기 만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폄하해버리는 것도 너무 성급하다. 

김성모의 만화는 대본소용 만화로는 적절한 정도의 품질과 적절한 이야기 전개 템포와 적절한 분량으로 만들어진다.   김성모의 만화는 대본소에 공급할 만화를 만들기 위해 최적으로 세팅된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화이다.  그래서 10% 정도의 용인할 만한 불량률로 생산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불량률이 제품 자체를 쓰지 못하게 할 정도의 불량이거나 혹은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불량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불량은 오히려 애교가 아닌가?  마치 1500원 짜리 짜장면의 면발이 몇 가닥 떡이 져서 나와도 그냥 먹어줄 수 있는 것 같이.

김성모 만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예술과는 다른 차원에 있다.  위쪽에 있지 않고 아래쪽의 다른 차원이다.  애시당초 예술적인 만화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만화가 돈을 벌기 위한 공산품이면서 동시에 문하생들을 연습시키기 위한 실전 훈련용인 것 같다.   새로운 문하생들을 받아들여서 김성모 시스템에 빠른 시간에 적응시키면서 동시에 노동력을 낭비하지 않고 계속 만화를 생산해 내는 효율적인 공장을 김성모가 만들어낸 것이다. 

5. 김대중 정부 시절 만화 대본소 ‘사태’

김성모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달리 말하면 만화계에서 김성모식 비즈니스 모델만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에 저작권법상 ‘대여권’의 입법 여부를 놓고 도서 대여점 단체들과의 힘싸움에서 정부가 밀리면서 시작되었다.   도서의 대여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출판시장의 전체 파이를 줄이면서 저자들에게 가야할 이익의 일부를 도서대여점에 이전시키는 정책이었다.  정부가 밀린 것은 IMF위기 이후 생계형 도서대여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이들을 문닫게 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암튼 구구절절이야 대부분 알고들 있는 내용이고.

요즘 웹에서 만화를 보여주는 방식이 만화 보여주기의 주류로 등장하는 듯 한데, 이거는 결국 광고 모델, 포탈에 기생 혹은 2차적인 출판을 통한 인세 수입이 없이는 저자들에게 수익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전국 4000여개밖에(혹은 그 이하?  요즘 만화방도 계속 문을 닫는 추세니까) 안 되는 대본소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종이만화를 만드는 제작 공장이 생존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검증되는 일이 김성모 공장을 통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성모 만화를 낄낄 대며 보는 것에 아무런 불쾌감이 없다.  B급 혹은 C급 만화도 나름의 즐거움을 주니까. 

6. 해체적 텍스트로서의 “걸푸”

애시당초 드래곤볼류의 권법 만화지만 그나마라도 진지하게 보자면 황당하면서 짜증이 날수도 있는 “걸푸”.  하지만, 만화에서 이격되어 “걸푸”를 포스트모던한 해체적 텍스트로 보는 방법도 있다.  나름 재미있다.  이건 작가주의적 만화에 대한 비웃음이다.  마치 ‘팔아봐야 돈 얼마 되지도 않는 만화 열심히 그려서 뭐합니까?  빨리빨리 만들어서 회전수 올려야죠’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부담없이 책장을 넘긴다.  40단 콤보킥이 40페이지에 걸쳐서 나오는 것도 페이지 넘기는 데에 도움이 된다. 

One thought on “김성모 걸푸

  1. crux says:

    ㅎㅎ 동의합니다 B급도 B급만의 재미가 있죠… 타란티노처럼 일부러 B급 컨텐츠의 표현방식을 빌리는 예술가도 있고요…

Leave a Reply

Please log in using one of these methods to post your comment: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