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 전수일

독립영화는 대부분 저예산 영화이다. 그래서 저렴한 배우를 쓰고 저렴한 장비를 쓰고 저렴하게 촬영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면 독립영화속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고, 대사가 문어체고, 이야기가 지리하게 늘어지는 게 미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십몇년 동안 독립영화계에서 영화 만들었다고 소위 원로급 대우를 받으면서 꼰대짓 하는 게 곱게 보아져서도 안 된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 이 영화, 사람 생각 많이 하게 만들더군.  심지어 내가 낸 7,000원의 입장료가 한국 독립영화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인가 하는 가치 판단까지 하도록 만들더라구. 

1. ‘그녀에게 묘하게 끌리게 되는데 …” 

영화를 보기 전에 받은 전수일 감독 특별전 감상노트에는 “개늑시”에 대해 이렇게 쓴다.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기 위해 두려운 여행을 계속하는 그녀에게 묘하게 끌리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서 내가 든 생각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끌리는 게 참 짜증난다’였다.  걍 개가 발정난 것보다 더 고차원일 게 없는 순수한 욕정일 뿐인 것을 “감상노트”를 쓴 사람은 ‘묘하게 끌린다’라고 해주는 건 서로서로 빨아주는 동업자 정신인가?   

2. 맥없고 부자연스러운 주인공들

남자 주인공도 그렇고 여자 주인공도 그렇고 조연들도 그렇고 엑스트라도 그렇고 모두들 연기가 축 늘어져서 힘들이 없다.   내가 독립영화를 뜨문뜨문 보아온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독립영화 연기자들은 맥아리가 없는 연기를 한다.  감독이나 배우들은 그런 연기가 삶의 깊이를 드러내는 연기라고 DDR 치는 것 같은데, 관객의 입장인 나는 그런 연기가 참 짜증난다.   삶이 깊이가 있으려면 정사신도 맥아리 없이 연기 하든가.   그건 아니고 정사신은 나름 열심히 하대.

그리고 속초의 할머니들은 어찌 그리 잘 배우시고 점잖으신지 대사를 또박또박 책을 읽으시더만.  김희선 뺨치는 연기를 지도한 감독에게 박수를.  사람이 나이가 들면 책 읽듯이 대사하라 그래도 그리 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 속초 토박이 할머니들이 책읽기 신공을 펼치도록 한 감독의 연출 공력에 찬사를!

3. 이런 건 다큐멘타리로 찍으시죠

영화 다 보고 나서 한 줄로 요약하려니, “아, 그래서 사북은 그렇게 없어져 가는구만요.”이다.  사라져 가는 폐광촌에 대한 이야기는 다큐멘타리로 찍는 게 더 쟝르 특성이 맞거든요.  사는 게 갑갑한 패배자 감독 얘기를 찍을라면 극영화 쟝르에 맞게 찍는 게 맞는 거고, 폐광촌 사북이 카지노에 먹혀서 없어지는 게 안타까우면 그걸 다큐멘타리로 만들어서 보존하는 게 맞는 거거든요.  처음에는 패배자 감독 얘기를 찍을라나보다 했더니, 십몇년 지나서 느닷없이 잃어버린 동생 찾는 여자 얘기로 가는가 싶더니, 주인공인 패배자 감독이 발정나서 껄떡대는 이야기로 가더니, 사북 다큐멘터리로 빠지는 이 팔색조 쟝르의 영화를 뭐라고 정의내리기도 힘들다. 

4. 매너리즘에 빠진 꼰대짓은 고만

제일 맘에 안 들었던 건, 십몇년은 된 거 같은 영화문법(??)을 그대로 쓰면서 십몇년 된 것 같은 연기 연출을 하고 또 십몇년 된 것 같은 스토리 전개 기법을 쓰면서 영화를 만들어놓고는 서로들 아트무비라고 빨아주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걍 90년대 초반에 나왔으면 좀 먹어줬을 영화를 2007년에 보고 난 불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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