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파더 – 황동혁

이번 달에 제네바 출장을 갈 때 탔던 비행기는 프랑크푸르트행 대한항공 747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제네바는 루프트한자 항공이었다.  서울-프랑크푸르트 노선이 경쟁이 치열한지 대한항공 비행기의 좌석 편의장치는 내가 타본 대한항공 비행기 중 최고였다.  이코노미석에 개인 LCD 화면이 있고 리모컨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온-디맨드로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온-디맨드로 되어 있으니 영화를 많이 보게 되더군.   무려 다섯 편이나 보았다.   그 중에 ‘마이 파더’는 좌석에 비치된 영화 소개 책자에서 영화 안내를 읽다가 감독 이름이 낯익어서 보게 되었다. 

황동혁

황동혁은 내가 엘에이에 있을 때 모임에서 두 번 정도 만났다.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냥 간단하게 인사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들은 정도였다.  그는 USC에서 영화학을 공부하고 졸업한 후에 영화를 만들고 있다 했다.  자세한 건 잘 몰랐다. 

그 이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2006년인가에 ‘Miracle Mile’이란 영화를 극장에 걸었고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후에 단체 이메일을 통해 다니엘 헤니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 이후에는 황동혁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다니엘 헤니가 나오는 영화가 바로 ‘마이 파더’였더군.  그래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 안에서 ‘마이 파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내 ‘생각’이 어떠했냐 하면.  예술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예술을 한답시고 이야기가 긴장감 없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고, 자기만이 아는 자폐적 세상에 빠져 사람들이 자기 예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자기의 개인적 경험 때문에 아주 특별한 이야기라고 착각하면서 사람들이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마이 파더’는 그렇지 않았다.  이야기는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엮여져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는 특별했다.

이 영화는 ‘입양된 아이가 성인이 되어 부모를 찾기 위해 미군에 입대해 한국에 와서 아버지를 만나고 자기를 입양보내야 했던 과거를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고으고 고아서 맹물 밖에 안 나오는 곰국이 아니다.   이야기에 대한 스포일링은 안 하겠다.

볼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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