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서울-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서 본 또 하나의 영화.

처음 1시간은 많이 지리하지만 (‘지루하지만’이 표준어가 아니라 하던데, 아직도 그런가?) 그 다음부터는 볼 만하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고, ‘세븐 데이즈’에서도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가 나오는데,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이야기는 요즘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아닌가?   그런 장면 보는 건 좀 불편하다.  이 불편함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주제를 잘 잡아서 성공한 영화이다.  이야기 진행은 좀더 짜임새 있었으면 좋겠다.  중간에 좀 늘어진다.  언제부터인가 1시간 이상 영화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영화가 짜임새가 있으면 2시간 동안 볼 수 있겠는데, 안 그러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이 영화의 핵심 부분은

 —  스포일러 주의 —

유괴범이 교도소에서 형을 사는 중에 전도연이 면회를 간다.  전도연은 ‘당신을 용서하겠다’라는 말을 하러 간 것인데, 유괴범이 선수를 친다.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하고 참회했더니 하나님께서 용서해주셨다.’라고 말한다. 

“이런 죵니 XX지 없는 ㅅㄲ”라고 말하며 뱃가죽을 갈라 곱창 길이를 재어봐야 할 상황이지만, 기독교인은 그래서는 안 되지.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가르침이 있지 않은가?  용서함으로써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려 했던 전도연의 의도는 유괴범의 선제적인 자기 용서(preemptive self-pardoning)로 무력화되고, 전도연은 미쳐버린다.  

이 영화는 기독교의 내적 모순을 까는 영화다.   좋게 말하면, 진정한 종교에 다가가지 못하고 그 열매만 빨아먹으려는 99%의 기독인들을 까는 거고, 1%의 진실된 기독교인들에게 확신을 주는 것이지.   용서를 함으로써 정신적 보상을 받으려 한다면 그건 진정한 용서가 아니라는 거지.  

똑똑한 목사들은 이 영화를 재해석해서 들려주면서 신도들의 인기를 얻을 것이고, 멍청한 목사들은 신도들에게 이 영화 보지 말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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