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Writing – Stephen King

건축에 비교해서 내가 하는 일의 성질을 정의하자면, 커다란 강당을 짓는 일에서 기둥을 세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수십 개의 기둥 중에 하나를 세우는 일인데, 그것도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랑 같이 세우는 일이다.  나중에 만들어질 강당의 모양이 어떻게 될지 대략 짐작은 하지만, 내가 기둥을 원래 설계도와 약간 다르게 만든다 해서 강당의 모양이 심히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 그런 기둥이다.

작가의 일이란 커다란 강당을 혼자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짓는 일이다.  지반 다지기부터 시작해서 주춧돌 놓기, 기둥 세우기, 지붕 올리기까지.  그 모든 것들은 작가의 상상의 세계 속에서 설계되며, 작가의 언어를 통해 완성된다. 

하나의 건축물을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이 주는 만족감의 원천이다.  다른 직업에서는 흔히 느낄 수 없는 그런 만족감.  그래서 많은 이들은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들 중 극소수만이 글을 꾸준히 쓰게 된다.  그리고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 중 극소수만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언감생심 작가가 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나조차도 SF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해왔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소설로 만들어보려고 하지만 막상 소설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짜나가야 하는가의 문제.  그 이야기를 어떤 구조로 독자들에게 들려줄 것인가의 문제.  문체는?  시점은?  묘사는? 비유는?  이런 끊이지 않는 질문들을 고민하다 보면 정작 이야기는 써내려가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는 Stephen King의 ‘On Writing’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소설 쓰기에 대해 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 가장 실용적인 가이드이면서 독자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책이다.  우리말로는 ‘유혹하는 글쓰기’라고 번역이 되어 있는데, Stephen King은 유혹하는 글쓰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 어디에도 ‘유혹’과 비슷한 단어는 없다.  한국에서 책이 팔리려면 그 정도의 낚시질은 해야 하는 것은 이해한다. 

이 책은 분명히 작가 지망생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다.  나처럼 제대로 된 소설 한 편 써보지는 않았지만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진지하게 부지런히 써야 한다는 교훈을 주면서 동시에 어떻게 소설 쓰기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미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더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쓰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쓰기에 대한 책이다.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Please log in using one of these methods to post your comment: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