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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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드라마 작가들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써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를 쓰면 보는 사람들이 넘 우울해진다.  시청자들은 현실을 잘 보여주는 우울한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고로 시청률이 낮아진다. 

나는 드라마 작가들의 변명을 이렇게 해석한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현실이 암울하다고 느끼고 그걸 획기적으로 타개할 방법도 모른다.   당신들은 현실 속에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데우스 엑스 마키나든지, 백마탄 왕자든지, 신데렐라가 나와야 행복해질 수 있다.  당신들의 드라마는 당신들의 세계관을 반영한다는 것이지. 

‘노다메 칸타빌레’는 약점을 가진 주인공들로 이야기가 짜여진다.  이들이 자신의 약점을 고쳐가는 과정이 드라마의 전개이다.  클래식을 소재로 삼고 있고, 클래식이란 게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그만큼 클래식이라는 음악에는 그 자체로 많은 드라마가 있다.  하지만, 약점을 극복하는 약한 주인공들이라는 설정이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백마탄 왕자에 가까운 치아키는 성격적인 결함 때문에 백마탄 왕자와 거리가 있다.  오히려 주인공들 중 가장 큰 결점을 가진 사람이다.  지휘자가 인간성이 더럽다는 것.  근데, 이 드라마가 서민들에게 어필하는 지점이 여기이다.  지휘자란 게 알고 보면 회사의 과장이나 부장 같은 관리자랑 비슷한 거 아닌가?  드라마 보는 사람들은 알게 된다.  이 이야기는 조직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조직의 손발로 일하는 사람의 고민과 관리자의 고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  이게 드라마를 엮어 나가는 날줄과 씨줄이다.  

그보다 좀더 큰 구조로 ‘마에스트로’가 치아키와 오케스트라를 키워나가는 롤플레잉 게임스런 면이 있긴 하다.  이건 ‘취권’스러운 이야기 요소인데, 나름 귀엽다.  거기에 우에노 쥬리의 귀여움, 각 주인공들의 개성.  쩝.   개성이란 게 객관적 미모보다 중요한 것인데 …  우에노 쥬리의 매력과, 한국에서 붕어빵처럼 같은 성형외과 의사한테서 양산되는 연예인들의 매력의 차이란…

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드라마는 인간의 선한 의지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조직을 관리하다보면 알게 되는 것이다.  채찍과 당근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고 믿는 관리자는 중간 정도의 관리자다.  채찍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는 마이너스 50점.  당근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는 중간 이하. 

채찍과 당근 이론보다 상위에 있는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 그 선한 의지에 대한 믿음에 바탕한 관리이다.  채찍이나 당근과는 별도로, 동기를 부여하고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최선의 관리이다.  치아케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거를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2007년에 히트친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공유가 커피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한 일은?  별로 없다.  직원들은 왜 열심히 일했을까?  걍 으쌰으쌰 스피릿으로?  으쌰으쌰 스피릿도 따지고 보면 개별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한다.  그런 동기부여가 없는 으쌰으쌰 스피릿은 지속될 수 없다.  이 부분이 ‘노다메 칸타빌레’와 ‘커피프린스 1호점’의 차이이다.   ‘커피프린스1호점’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과정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각본을 바꿔야 할까?  이게 드라마 작가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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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노다메 칸타빌레

  1. 리샨 says:

    커피프린스 1호점이 성공한 건, 꽃미남 직원들 때문이 아닐까하오.
    손님이 거의 여자들이었잖소.ㅡ.,ㅡ

    나도 아마추어 지휘자로서 동기 부여와 목적 달성을 위한 도움 역할에
    마음을 담아 한표 던지오. 그리고, 관리자…그거 맞소.
    오페라 연출가도, 오케스트라 지휘자도…결국은 다수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오. 별거 없소.
    다만…약간의 예술적 재능?ㅡ.,ㅡ

  2. daighter says:

    일본 드라마는 과장되고 결국은 만사가 잘 풀릴 거라는 낙관주의에도 불구하고 그 디테일 면에 있어서 현실바닥에 기반을 깊이 두는 듯합니다. 최소한 디테일은 말이 된다는 느낌입니다. 반면 드라마 상으로는 벌써 3만달러인 한국은… 재미없습니다. -_-

  3. daighter/ 네,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잘 안 하더군요. 한국 드라마는 그 자체로 이미 판타지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고 할 정도라고 평가합니다.

  4. rakko says:

    요즘 시간이 많은 저는 이 드라마를 어둠의 경로에서 다운로드 받았으나 아직 못 봤어요.
    게을러서. ㅋ 잠수님 포스트를 읽고나니 얼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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