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여행 취소

이번 주말에 백령도 여행을 갈라 했는데, 태풍이 온다 해서 취소 됐다.  그래서 this weekend is wide open. 

내가 자연재해를 좋아한다는 걸 몇몇 사람들은 알고 있다.  여기서 ‘자연재해를 좋아한다’는 게 토네이도 속을 지프차를 몰고 돌진한다든지,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서핑 보드 하나만 믿고 바다에 뛰어든다든지 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연재해를 관전하는 입장에 서는 걸 좋아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시원한 방안에 앉아서 영화 투모로우를 본다든지 하는 것과 유사한 체험을 말하는 거다.  영화 투모로우보다 훨씬 강도높은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는 텔레비젼 영상이 있다. 

내가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여름 장마철이었다.  텔레비젼 뉴스에 모 강(아마 금강 어디메였던듯)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로 낚시를 즐기던 몇 사람이 고립되었는데 한 사람은 구조되고 한 사람은 물에 쓸려갔던가 그랬다.  나머지 한 사람은 구조하는 사람들이 쳐놓은 줄을 붙들고 근근히 버티고 있었다. 

난 이 부분이 정말 궁금한데, 그 줄이란 게 강의 한 쪽 변에서 다른 쪽 변으로 강을 가로질러 쳐진 줄이었다.  원래 평소에도 그런 줄이 쳐져 있는 강이 없다는 걸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때 물이 불어서 사람이 위태로워지자 줄을 친 건데, 그렇게 줄을 칠 수 있었다면 사람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나의 궁금함은 답변을 얻지 못한 채, 텔레비젼에는 그 줄에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는 낚시꾼이 30여초 가량 비춰졌다.  30초의 동영상이란 건 아주 긴 거다.  30초 동안 눈으로 들어오는 생사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의 영상은 아주 강한 기억을 남긴다. 

뉴스는 그 사람이 물에 쓸려내려가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앵커가 그 낚시꾼이 힘이 빠져 줄을 놓게 되었고 결국 물에 쓸려가게 되었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구조대원들이 줄을 잡고 낚시꾼에게 가까이 가려 했으나 물살이 너무 세어서 중간에 포기했고, 헬리콥터가 출동했으나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낚시꾼이 쓸려내려갔다는 상황이었다. 

그 뉴스 영상이 이후로 내가 본 어떤 재난 영화보다 더 분명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었다. 

광우병으로 지금까지 죽은 사람과 앞으로 죽을 사람을 다 합친 숫자보다 바다낚시 하다가 파도에 쓸려가서 죽은 사람의 수가 더 많지 않을까라는 짐작도 든다.  먹을 것에는 무쟈게 민감하면서도 정작 태풍 오는 날 바다 낚시나 소나기 올 때 강 낚시 하는 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단정짓기보다는 좀더 팬시한 심리학적 설명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태풍 갈매기라는 게 온다는데, 이건 부산으로 오는 건가요?  부산 갈매기? 

태풍 이름에는 동물(특히 새나 곤충) 이름을 많이 붙이던데, 굳이 동물 이름을 붙여야 되는 게 아니라면 이번 태풍은 광우병이라 붙이든지 꼬리곰탕이라 붙이는 것도 비슷한 정도로 태풍의 무서움을 표현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암튼, 재난영화가 고프다.  개않은 재난영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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