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고

2009년 1월 1일이 되면 음력설을 쇠자면서 미루고, 2009년 1월 26일이 되면 설이 이미 지나갔다고 우기려고 했다.  뭐 딱히 2009년이 되었으니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 늘어놓는 사람들이 없으니 저런 핑계거리는 써먹을 데도 없었고 오히려 남들 위로해주는 데 써먹어야 했다.

이 나이에 벌써 나이 먹어가는 남들 위로해주고 있어야 하다니. 같이 나이 먹어가면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

40줄에 들어선 노총각, 노처녀들이 40 평생 되짚어 보니 딱히 이뤄놓은 것은 없고, 지구를 지킬 유전자 제공은 할 요량이 까마득하고, 세상은 점점 암울해지니까.  아, 그렇다고 “20세기 소년”의 우민당원이 되라는 건 아냐.

이렇게 말하면 조금 위안은 되려나 몰라. 지금 40대들은 명퇴니 뭐니 직장 짤릴 불안감에 하루를 편하고 못 지내고 있고, 20대들은 아예 평생 제대로 된 일자리도 못 잡아보고 살아야 될 것 같은 친구들이 80%는 되는 것 같아.  30대 후반에 썩 괜찮은 직업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생산활동 인구의 80%보다는 낫다고 생각지 않아?

이런 식으로 대충 30대 후반의 우울증을 토닥거리고 나면, 20대 후반들이 징징거린다. 우울하다고.

참 나.

뭐라 해줘야 하나? 드라마 주인공들이 단골로 걸리는 병에 걸려서 맨날 약 먹고 살면서 아직 결혼도 못한 30대 후반도 해피하게 사는데, 고깟 남자친구가 연말에 잠시 없다고 우울하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20대 후반은 어떻게 해줘야 정신을 차릴까?

진짜로 진지한 사람이 있다면 “자, 우리 함께 생애 가장 역동적인 한 해가 될 2009년의 세계 정세를 같이 전망해 보지 않으련?“이라면 손을 내밀고 싶지만, 뭐 이건 ‘진지 개그’ 정도로 무시당할 것 같아서 아직 시도해보진 않았다.

암튼, 새해가 되었다고 달라지는 것은 많다. 이틀 사이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지 않나? 우울하다고 징징댈 때가 아니다. 바다로 나가야지.

p.s. 1. 자기가 자식을 낳는 게 털끝만치라도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아니, 이 질문 자체를 생각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p.s. 2. “지구 따위 어떻게 되어도 좋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노래를 추천하자면, 눈뜨고 코베인의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p.s. 3. 요즘은 헷갈려. 진짜 지구를 지키려 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던 거야?

7 thoughts on “울지 말고

  1. daighter says:

    comments가 위로 갔군요!
    잠수 님, 약간 늦었지만 새해 늘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바, 많이 이루시길!

  2. daighter says:

    2009년 1월 1일이 되면 음력설을 쇠자면서 미루고, 2009년 1월 26일이 되면 설이 이미 지나갔다고 우기려고 했다— 흠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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