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과 요즘 남자

‘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한 요즘 남자들의 문제점’ http://blog.daum.net/yiyoyong/8932839 이라는 글 읽고 나니 생각나는 글은 김어준이 그까이꺼 아나토미에 쓴 ‘의사 표현 모호한 그녀, 날 좋아하는 걸까‘(http://www.hani.co.kr/arti/SERIES/153/333394.html)라는 글이다.

Lifestyle Report에서 말하는 “1. 문자를(문자만) 보내는 남자, 2. 우는 소리하는 남자, 3. 대충 연락하다 대충 연락 끊어버리는 남자, 7. 여자를 물주로 아는 남자”는 ‘의사 표현 모호한 그녀’에 나오는 여자 마음 모르겠다고 징징대는 남자랑 다른 남자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요즘 급격하게 늘어나는 한 무리 남자들의 공통된 특징을 나열해 놓은 것이다.

Lifestyle Report는 이게 다 외동아들로 곱게 자라서 마마보이가 되어버린 남자들이며, 하나만 낳아 잘 기르는 시대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본다.

김어준은 다른 분석을 한다.

이 수컷들 연애 간땡이의 대규모 축소 현상, 경제력과 피임술 그리고 여권 신장이 구성한 새로운 권력 환경에, 수컷들 스스로가 자신을 맞춰가는 적응이라 할 수도 있겠다. 성은 언제나 권력의 문제였으니까. 그 지형이 변하면 새로운 사회적 진화, 진행될밖에.

김어준은 이런 현상의 이유가 되는 사회적 여건 변화가 있다 해서 그 현상이 바람직해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Lifestyle Report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불만이 가득하다.

이 현상의 해설에 Lifestyle Report의 분석과 김어준의 분석 중 어느 것이 더 그럴싸한지는 각자 선택할 문제이다.

나도 이 현상의 바람직하지 않음에 한 표를 던진다. 남자들이 소극적이 되면 세상이 쵸큼 덜 행복해지거든.

여자들의 경제력이 신장되고 여권도 신장되었다 한들, 여자들이 연애에 있어 생래적인 수동성을 후천적으로 타파하고 적극적인 연애 유전자를 취득하게 되지는 않았다. 여자들은 아직도 연애에서 기다리는 쪽이다.

한 세대가 지나면 좀 달라질지 모르지.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여자애들이 남자애들을 차지하려고 싸움을 한다는 얘기도 듣긴 했지만, 아직도 사춘기를 지난 남녀간의 관계에서 여자가 먼저 대시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여자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다 또 기다리는데, 일회용 도끼들은 당췌 간만 볼 뿐 뚝심있게 찍질 않거든. 열번은 고사하고 딱 두번 정도만 찍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딴 나무를 찍는다. 나무들에는 잔 도끼 자국이 무수하지만 언제 자빠질 수 있을지 기약도 못하겠다. 맘 같아선 여자가 확 들이대고 싶지만 여자 자존심에 그럴 수도 없다. 이게 이 시대의 불행이다.

분자 레벨에서 정자가 난자를 찾아 헤엄치고 난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이 거시 단계에서 그대로 재생되는 것이 남녀간의 관계일진대, 어찌된 것인지 요즘은 정자가 난자 껍질을 뚫고 들어가려 하기보단 난자가 정자한테 헤엄쳐 오길 기다리는 거란 거지. 난자한테는 꼬리가 없어서 헤엄을 못 친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도 모르고.

일회용 도끼들은 하지만 나름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즘 세상에서는 결혼을 하는 것, 아이를 낳는 것이 인생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증가시킨다. 세상은 risk management가 극도로 중요한 시대로 들어섰다. 자칫 잘못해서 안 좋은 일 생기면 신불자로 떨어지고 노숙자가 되기 십상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절대선이었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거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멍청한 짓일 수도 있는 시대에서 결혼과 육아로 이어지는 테크를 타기 위해 올인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회용 도끼들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Lifestyle Report나 김어준처럼 남자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그 이전에 “왜 바뀌어야 하는데?”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그래서 나무가 좀더 자주 쓰러지게 되면 뭐가 더 좋아지는 것이지? 뭐 이런 질문이다. 김어준은 일회용 도끼의 무서운 증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사회 환경이 변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양식 변화에 섣불리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 일회용 도끼들은 나름 행복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불행할 수도 있겠지. 일회용 도끼들이 바뀌어서 돌쇠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마냥 기다리는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도끼를 손에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사이에 어떤 것이 요즘 세상에 더 적합한 해법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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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요즘 세상과 요즘 남자

  1. “나는 프롤레타리아야.”라며 훌쩍거렸다는 굉장한 집 딸이 생각나네요(한도사씨는 왜 글을 닫아버려서는 전언을 못하게… http://handosa.egloos.com/ ). 갑자기, 잠수님과 (꼭 이성이 아니더라고)짝이 맞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까먹기 전에 알려줘야겠다고 달려왔어요.(으음, 왜 갑자기 생각이 난 거람.) 민노당에다 결혼이나 애 낳는 것에 부정적이고 하니, 여러 모로 잠수님과 짝이 맞을 거 같네요. 물려받을 유산도 굉장할 걸요.

  2. 하하하, (저 위에 오타 있네요), 글쎄요, 제가 잠수님의 말씀을 이해한 것에 기초하여 답을 하자면, 그걸 제가 아나요. 그런데, 대부분의 민노당원이나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요? 대부분이 배경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던 걸요. 잠수님이나 (일면식도 없는 분을 끼어들이기는 뭣하나)이아고라고 하는 분의 배경도 의심스럽죠. 저를 아주 싫어하던, 위에 나온 “나는 프롤레타리아야”라고 한 사람과 아주 닮게 생긴 여자도 저를 두고 제 앞에서 “부르주와 같다.”고 했죠. 아, 그것 때문에 한도사씨의 글이 인상 깊었죠. 하긴, 그들 아주 닮은 둘다 햇빛 안 쬐어서 피부 흰 것을 빼고는 프롤레타리아 같이 생기기는 했죠. 소주도 좋아할 거고, 운동권 내지는 의식있는 사람인양 굴 거고, 그리고 한 쪽은 법조계의 높은 자리까지 간 인물의 딸이고 한 쪽은 부모님 둘다 의대 교수에 온 가족이 다 의사인 집 딸. 저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저를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알았지만, 나중에 어떤 믿을만한 사람이 전하기로 저를 그렇게 싫어하고 뒤에서 깠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무슨 이야기람. 짝 맞춰주려다가 원… 으음, 잠수님의 성향, 그러니깐 글에 쓴 그대로의 사고, 그리고 그 행동이 일치하는 분일지 확신은 못 하겠지만, 그 사고에 있어서는 해당 여자분과 비슷해요. 결혼이나 애 낳는 것에 부정적인 것 있죠. 특히 후자.

  3. 한도사씨에게 블로그를 잠시 열어달라고 하여, ‘프롤레타리아’나 ‘흑흑’으로 검색하면 금방 나올 것입니다만, 두 분 다 민노당원 아니신가요? 한 쪽분은 한 자리 꿰차고 한때 (비례든 지역구든)국회의원으로도 거론이 된 걸로 아는데요.
    아니면, 이런저런 단어들을 조합하여 검색을 해보세요. 잠수님의 능력 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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