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존재 – 언니네 이발관 5집

2009년엔 음반을 꽤 산 것 같다. 그 중에 요즘 자주 듣는 게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이다. 

오늘 동네에서 제일 잘 한다고 내가 생각하는 ‘바리스타 빈’에 가서 커피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본 잡지, Cecie였나? 거기에 이석원 인터뷰가 나왔다. 이석원이 최근 ‘보통의 존재’라는 책도 내기도 해서 홍보차 한 인터뷰인 것 같은데, 그 인터뷰를 보니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가 좀더 잘 이해되었다. 38살에 겪은 사랑. 이별. 그리고 고통.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비슷해 보이는 경험에서도 어떤 사람은 주세 수입을 증가시켜 국가 재정에 이바지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음악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그림을 그린다.

집에 와서는 이석원 인터뷰를 검색해 봤다. 씨네21이랑 한 인터뷰가 있더군.  http://blog.cine21.com/cinephile1986/78200

90년대 중반에 새로운 흐름의 뮤지션들이 생겨나게 된 이유에 대한 이석원의 풀이.

90년대 중반에 그런 인디 문화이자 창작 문화가 동시에 붐업한 건 간단한 이유다. 커트 코베인 때문이 아닐까. 그 사람이 모든 걸 바꿔놨다고 본다. 이 발언은 되게 조심스럽다. 그러니까 커트 코베인이 “너도 음악 만들어봐, 음악 만드는 거 되게 쉬워”라고 유혹한 게 아니다. 어떤 계기를, 물꼬를 터줬다고 해야 하나. 재능이나 감각은 있었지만 쉽게 시작해볼 생각을 미처 못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냐면(웃음),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참 쉽게 이야기한다. 그전에는 특별한 재능과 자격이 있어야 음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90년대 중반 이후로 아무나 음악하는 세상이 되었다라는 식의 일반화. 거기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난 90년대 중반 이전에 음악하던 사람 중에는 프로가 한명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음악을 시작했다. 한국 그룹들은 왜 이렇게 창작곡을 못 쓰고 다 카피곡만 하지, 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거다. 그들에겐 어떤 음악적 재능이나 자격이 없었고, 한국에만 존재하는 어떤 보호막 덕분에 특권을 누리다가 그게 너바나라는 밴드에 의해 다 깨졌고, 정말 재능있는 친구들이 그제야 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내가 노래방에서 즐겨부르는 노래가 델리스파이스와 언니네이발관 노래들이다. 같은 직장 사람들은 거의 모르는 노래들이라 욕을 먹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부른다. ㅋ

2집이 망했을 때의 그 실망감은, 정말 말로 설명 못한다.

나는 2집 ‘후일담’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게 쫄딱 망했군.

뮤지션이고, 인사동 카페의 오너고, 올해 계획대로 단행본이 나온다면 작가도 된다.

인사동 카페 오너 ㅡㅡ;

6집은 마지막 앨범이다. 멤버들끼리도 얘기를 다 끝냈다. 몇달만 있으면 난 마흔이다. 사람들이 주변에서 아무리 날 위로하더라도 내가 음악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정점을 생물학적으로 이미 쳤을지도 모른다. 기회가 남았다면 이번 앨범 한장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6집 이후의 앨범들은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6집에 내가 음악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쏟아부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앨범이다. 7집이 나오면 40대 중반이 될 텐데, 40대 중반의 인간의 창작력이라는 게 음악적으로 반짝반짝할 수가 없다. 그건 팝의 역사가 증명해왔다. 그러니까 6집이 마지막 앨범이다.

생물학적인 한계라는 것은 나도 많이 생각하는데… 얼마전 받은 신한 4050카드 ㅡㅡ; 하지만 창작력이란 게 40대가 되면 한계가 된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

밴드 이름 ‘언니네 이발관’의 의미는 다른 인터뷰에 나와있네.   http://www.whatisid.net/whatisidlog/?2476 

Q:언니네 이발관은 무슨 뜻인가요? 그러니까 밴드 이름이 왜 언니네 이발관 인가요?

A:그것은 삐자 일본 포르노 테입 타이틀이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니까 13 년 전이네요. 그때는 정품비디오테입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 잖아요. 자막 이 크게 나오는(흔들리며) 삐자 테입이 주류였죠.어느날 비디오샵에 갔는데 주인아저씨가 권해주었어요. 제목이 “언니네 이발관”이었죠.

(편집자주 : 비디오의 내용은 언니네 이발관에 놀러갔다가 언니는 없고 형 부만 있어서 형부와 섹스를 하게 되고 이후 언니가 들어와 3way로 진행된다 는 협동정신이 잘 나타난 포로노 무비)

석원씨는 98년도에 결혼하였으며 슬하에 다섯 마리의 동물을 두고 있다.

 잉? 그럼 38살때의 사랑은 누구랑?

다른 인터뷰도 있는데, http://kharismania.tistory.com/589, 이석원은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에 꽤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4년전에 나랑 친하게 지낸 분이 40살이 되는 것에 대해 얘기할 때 그닥 실감하지 못했던 40살의 현실. 29살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언니네 이발관은 전속 엔지니어를 데리고 다닌다는데, 음, 록에서도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건 아주 어려운 거구나. 그러고 보면 사람과 악기에만 의존하는 클래식은 오히려 소리에 대한 통제력이 더 높다고 볼 수도 있겠군. 물론 홀의 음향 설계가 괜찮아야겠지만.

4 thoughts on “가장 보통의 존재 – 언니네 이발관 5집

  1. 아름다운 것이란 노래가 참 맘에 드는군요. 저도 넬이란 그룹을 많이 좋아해서 노래방에서 몇번 해봤는데, 사람들의 반응때문에 이젠 안합니다. ㅋㅋ

    • ‘아름다운 것’이 5집에서 제일이라고 보이네요. ‘가장 보통의 존재’도 개않고요. 넬~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겠죠.

  2. 1집에서 미움의 제국을 좋아해서리 꽤 들었는디 그 뒤로 나온 앨범은 안 들었구만요. 근디 요 5집은 다시 관심을 갖게 해주더만요.
    아름다운 것도 좋고 가장 보통의 존재도 좋고.. 5집 밴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구만요.

    추신수: 익스6에서도 댓글 되니 미리 겁주지 마세유

  3. 익스6에서 되나요? 전 잘 안 되던데요. 암튼 된다니 다행이네요.

    이석원이 40세 나이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겠는데, 자기 암시가 강한 타입의 사람 같아서 정말 40대에는 창작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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