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의 문화혁명

MB 정권에서 정부의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표현 자유의 억압으로 인해 인터넷에 글 쓰는 게 많이 두려워졌다.
근데 올해 들어서는 정부에 의한 표현 자유의 억압보다는, 인터넷 상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공격적인 사람들 때문에 글 쓰는 게 더욱 두렵다.

MB 보고는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자유를 차단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진중권과 허지웅의 나꼼수 비판을 참아내지 못하는 것. 그런 비일관성에 대한 자성도 없는 대중들. 진중권과 허지웅이 대중을 상대로 오프라인에서 토론 벌였다면 죽창 맞을 분위기이다. 논리로 안 되니까 관심법까지 동원해서 저열하게 비난(비판이 아님)한다.

진중권도 그렇고 허지웅도 그렇고 일관되게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이유에 바탕한 대중의 쏠림을 경계하는 신호를 보내온 사람들 아닌가? 그건 사회에서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경계의 목소리에 대해 홍위병들이 보내는 반응은 일관된다. 황우석, 심형래, 곽노현, 나꼼수를 기억해 보자.

진중권에 대한 격한 반응은 대중의 파쇼화 징후이다. 진중권 정도 수위의 발언에 대해서 “아, 그래?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정도의 반응이 나오지 않고, “나꼼수 까면 사살”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사회. 뭔가 무섭지 않나?

진중권 같은 의견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사회는 오히려 건강하지. 대중들 안에 의견의 다양성이 존재하고 합리적 자성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진중권의 경우를 김어준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예전에 황우석, 심형래, 곽노현을 지지하다가 틀린(“다른”이 아니라) 김어준에 대한 엄격한 비판은 그닥 없다. 이건 많은 걸 말해주는 사실인데, 김어준은 이런 사람들의 쏠림을 조장하고 즐기고 있다. 그게 이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까? 21세기 한국에 시민의 자발적인 운동에 의해 문화혁명이 일어나고 진중권과 허지웅에게 죽창을 꽂으면 만족할텐가?

지금 정부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 있으며, 똑같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금의 진중권 척살대들은 그것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 하다. 아니면 애시당초 민주적 절차니 그런 고준담론보다는 꼴보기 싫은 진중권 죽이는 게 관심사였는지도.

진중권이 물어본 대로, “나꼼수로 대동단결”이나 “진중권 척살”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그저 캐주얼하게 나꼼수를 즐기지 못하고 정치적 어젠다화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진중권의 질문은 지극히 타당하다. 거기에 대해 “MB 감옥 보내기”라고 하는 한 척살대원의 대답은 많은 이들에게 나꼼수가 그저 캐주얼한 즐김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MB 감옥 보내기”는 정치적 어젠다가 아니며 정치적 어젠다가 되어서도 안된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MB가 행한 일에 대해서 그것이 설령 진짜 사기였다 한들 그것이 정치와 무슨 상관인가? 그것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의 민주주의 체계에 대해서 나와는 큰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 물론 대통령이 현직에서 사리사욕을 위해 행한 일이 있다면 정치적 어젠다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임기 중에 민사상의 책임이나 형사상의 소추의 예외를 적용받는다는 것은 다들 아는 것일테고. 그렇다면 MB 퇴임 후에 그를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하지만 그건 퇴임 후 이야기이고.

정작 내년 대선에 정권 교체를 이룰 후보가 명확히 떠오르는가? 이건 어떤 개인의 문제보다는 비전과 목표의 문제이다. 지금은 반MB와 반한나라당만이 뚜렷한 테제로 떠오를 뿐, MB와 한나라당이 물러난 뒤의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지에 대해 누가 정답지를 만들고 있는가?

명확한 비전과 목표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한미 FTA는 가장 좋은 예이다.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수라거나 한미 FTA의 상세한 내용을 몰라서라고 실드 치지 말자. 그건 거짓말이니까.

“MB 까서 정권 교체”는 그저 안티 운동에 불과하다. 안티 운동에 푹 빠져 있을 수록 다음 발걸음을 위한 준비는 늦어진다. 김어준이 황우석2, 심형래2, 곽노현2를 가리키면 거기로 우르르 몰려갈텐가?

—-

닫은 블로그에서 뭐하는 건지. 새벽 3시에 괜히 잠이 깨어서.

Advertisements

4 thoughts on “21세기 한국의 문화혁명

      • Thank you for the flattery.
        I was thinking that I would fake aphasia during the present government.
        And, reflecting upon what I’ve been writing, I’ve spent too much energy advocating for minor views. I became skeptical on the value of that.

Leave a Reply

Please log in using one of these methods to post your comment: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