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의 확산

브렉시트는 하나의 고립된 국가가 광란 속에서 무분별하게 저지른 결정이 아니다. 전세계적인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은 영국 내의 사회불만세력들이 51.9%를 차지하게 되면서 1인 1표의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그들의 불만을 표출한 사건이다. 전세계적인 변화는 (1) 신자유주의의 완성, (2)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 (3) 연방주의의 한계이다.

(1) 신자유주의의 완성

신자유주의가 극한까지 왔고 이건 한껏 높아진 지니계수로 알 수 있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가 지금은 사람들이 이름도 가물가물해하는 토마 피케티의 연구가 그 실증적 증거이다.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를 야기했고, 그에 대한 대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수정주의 정도로는 극복되지 않는다.

이 완성형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가장 손해를 많이 본 사람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했다는 것은 여러 언론 기사에서 보여진다. 학술적으로 ‘그렇다’라고 말하기에는 좀더 증거 수집이 필요하겠지만, 학술적 입증 이전에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명제이다.

(2)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

유럽이 출산율에서 1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내려 앉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본, 캐나다 등등 선진국들에서는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이 의외의 예외로 보일 수 있겠지만, 미국은 국가 내에서 잘 사는 사람들의 출산율은 낮은 반면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높아서 전체 국가의 출산율은 높게 나타난다. 세계 인구 체계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민자 문제가 얽혀 있다.

영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이민자들 때문에 밀려나는 과거의 주류 계층 사람들이 늘어난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을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믿는다. 결국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미국에서 살았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이란 얘기다.

브렉시트 레퍼렌덤 때와 비슷하게 미국 내에서 사회불만 계층이 51.9%가 된다면 트럼프가 당선된다.

나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0%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지율이 0%라는 것과 당선 가능성이 0%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것은 통계학 공부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지율이 30%라고 하고 그 지지율이 꾸준히 나오고 상승하지 않는다고 하면, 표본이 충분한 경우에는 당선가능성이 0%라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이 30%인데 당선가능성은 0%라는 계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트럼프는 지지율도 꽤 높기도 한데, 당선가능성도 40% 이상으로 보인다.

이민자들은 계속 아이를 많이 낳는다. 영국 사람들은 동유럽 이민자 탓을 하는데, 미국의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출산율과 비교하면 동유럽 이민자들의 출산율은 오히려 선진국 수준이다.

(3) 연방주의의 한계

브렉시트는 연방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고려연방제 제안한 것 기억하는지? 연방이란 것은 좋은 절충안이면서도 한계가 명백하다. 좋은 시절에는 연방이 잘 유지되다가 안 좋은 시절이 오면 각 참가국의 이해관계가 안 맞으면서 파토 나기 십상이다. 영국은 (1)과 (2)의 문제 때문에 연방주의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51.9%의 의견 때문에 연방을 탈퇴하게 된 것이고.

미국은?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서 미국 연방이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계층간, 지역간 분열을 이용해서 지지율을 높여나가는 사람이어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러한 분열을 어떻게 봉합해나갈 것인가는 큰 문제일 것이다.

자유무역은 여전히 대세가 될 것인가?

앞의 세 가지 추세와 더불어 이미 조짐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는 자유무역주의를 밀어내고 대세가 될 것인가?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EU는 당분간은 영국에 대해서는 현재의 자유로운 교역은 거부하고 일정한 장벽을 쌓으려고 하는 듯 보인다. 트럼프는 대놓고 고립주의를 천명했다. 영국이 공식적으로 브렉시트를 위한 절차를 개시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면, 이제까지 전세계 국가들이 열심히 체결해놓은 FTA에 기반한 자유무역주의는 분명히 퇴조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TPP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폐기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애시당초 자국 제품을 수출하는 데는 관심이 크지만 자국의 수입을 늘리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서 FTA 체결도 그닥 적극적이지 않은 중국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맞서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주변국과의 영해 분쟁 때문에 또다른 고립주의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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