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꾼 우시지마

우리말로는 높임말과 존대말이 섞인 묘한 이름을 가진 사채꾼의 이야기를 그린 마나베 쇼헤이의 만화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눈으로 본 형편없는 인간들 시리즈.

사채꾼이라 해서 극악무도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간간히 치는 대사로 보면 우시지마는 훌륭한 장사꾼이며 장사꾼의 원칙 (돈 잘 벌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한다)에 충실한 인간이고 머리도 좋다.

각 편에 나오는 ‘사채 쓰다 인생 종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아스트랄할 정도로 나사가 하나씩 빠진 사람들이다.  만화를 보다보면 이렇게 나사 빠진 사람들이니까 사채 갖다 쓰다가 인생 종치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러다가 또 생각을 좀 바꿔보면 세상에 나사 한두 개 안 빠진 사람도 별로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평범한 직장인도 까딱 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만화인데, 만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결국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나마 좀 위안이 되는 이야기는 13권에 나오는 만남카페에서 일하는 아가씨 정도. 그 외에는 모조리 밑바닥 인생이 더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들이다.

15권까지 나와있는 걸 사서 보고 있다. 만화방은 담배 냄새 때문에 못 가겠고…

스캔해서 올리고 싶은 장면들이 좀 있긴 한데, 넘 번거로워서 못하겠다.

특히 1권에 나오는 직장 여성이 수입을 초과해서 쇼핑을 하면서 ‘이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정당화를 하면 장면은 너무 현실감 넘친다. 그런 사람들을 보는 우시지마는 이렇게 말하지.

매크로 스윙 트레이딩

.flickr-photo { border: solid 2px #000000; }
.flickr-yourcomment { }
.flickr-frame { text-align: left; padding: 3px; }
.flickr-caption { font-size: 0.8em; margin-top: 0px; }

매크로 스윙 트레이딩, originally uploaded by 잠수.

금융위기 과정에서 ‘뜬 사람’들이 좀 있는데, 이 책의 저자 알파헌터 이상헌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도 알파헌터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금융쪽의 식견을 아낌없이 풀어놓아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그가 얼마전에 낸 책이 ‘매크로 스위 트레이딩’이다. 제목은 뭔지 잘 모르는 말이지만 책의 내용은 금융위기의 과정을 짚어내면서 그 메카니즘을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다.

재미있게 읽고 있다. 침대 시트에 놓인 것은 연출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 놓여있는 모양새 그대로 찍은 것이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 the book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주말 동안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낸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읽었다. 그동안 ‘브로콜리 너마저’, ‘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 코베인’ 등과 곰사장이 붕가붕가레코드를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나 그 이후에 여기까지 끌고 온 이야기를 알고 싶었는데, 이런 책이 나왔길래 냉큼 주문했다.

때로는 일기장 같고 때로는 르뽀 같이, 항상 유머감각은 빠뜨리지 않고 재미있게 써놓은 책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인 덕원, 장기하, 눈뜨고 코베인의 리더 깜악귀, 곰사장, 이들을 관통하는 코드는 ‘재미’이다. 웬만한 대학생들이라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졌을 법 한데, 재미있게 사는 인생을 위해 대부분의 보편적인 인생들이 선택하는 경로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나도 대학시절부터 ‘재미’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내가 생각하는 ‘재미’는 결국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도의 내면의 절충에 그쳤다. 40살이 다가오니 29살 때하고는 다르게 진지하게 초조해진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이건 여담이고.

우리나라 인디신의 현황에 대한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고,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도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88만원 세대’보다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힘을 주는 내용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들 기타 들고 인디신으로 뛰어들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독을 권한다.

내가 독후감을 일케 길게 쓴 적이 잘 없는데.

무서운 그림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 무서운 그림 1
무서운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은이) | 이연식 (옮긴이) | 세미콜론 | 2008-08-29 

‘대청제국’을 다 읽고 나서 ‘무서운 그림’을 읽고 있다. 꽤 재미있는 그림 이야기.

읽다보니, 그림이 무서운 경우는 별로 없고 그림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무서운 경우가 몇 개 있더군. 다는 아니고.

결국은 그림을 잘 보기 위해서는 배경 이야기를 잘 아는 것이 좋은데, 저자가 아는 배경 이야기는 이러이러한 게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책이다.

대청제국

 100만의 만주족은 어떻게 1억의 한족을 지배하였을까? 
대청제국 1616~1799 
이시바시 다카오 (지은이) | 홍성구 (옮긴이) | 휴머니스트 | 2009-01-22 
 

갑작스레 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져서 ‘대청제국’이란 책을 읽었는데, 잘 읽히게 썼으면서도 정사에 바탕한 기술을 하고 있는 탄탄한 책이다. 이시바시 다카오는 할아버지부터 3대째 청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한다.

원래는 명의 만력제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서 읽다가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이야기를 읽게 되었고, 그러다가 책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산 것인데 책이 얇아 빨리 읽히기도 하고 재미있게 기술되어 있다.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누르하치의 입지전적인 인생은 정말 경이롭다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누르하치의 인생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데, 자세히 나온 책이 있으려나?

잡설인데,

청태조 누르하치의 성이 아이신기오로이고 이걸 한자로 기록할 때 애신각라(愛新覺羅)라고 썼는데, 여기서 ‘애’와 ‘각’을 빼면 ‘신라’가 되고 그래서 신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성을 애신각라라고 썼다는 재야사학자들이 있는 모양인데, 이 책에 따르면 아이신은 만주어로 쇠(金)를 뜻하는 것이고 금나라의 후예라는 뜻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욕하면서 수메르 문자가 한글과 뿌리가 같다는 식의 견강부회는 용인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면 안 되겠지. 요즘은 재야사학이 방송에까지 침투해서 폐해가 커지는 것 같다.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서 재야사학자나 재야사학이란 단어는 비하의 의미로 쓰인 것임.

대훈서적 부도

내가 요즘 책 사는 걸 좀 소홀히 했더니 대전 최대 서점인 대훈서적이 부도 났단다. 시청역 가까이 있는 그곳에 종종 갔는데, 이제 시청역 주변에 가도 들어가고 싶은 서점이 없겠군.

대전 최대 서점이라 해봐야 서울의 교보, 영풍 같은 것에 비하면 비교가 안되는 구멍가게이다. 대훈도 나름 인터넷 서점이 있었는데 써보니 너무 허접한 데다가 그것마저 자체 쇼핑몰이 아니라 어찌 다른 회사에서 올린 걸 갖다 쓰는 것인데다 책을 주문했더니 다른 회사에서 배송해준다. 작은 서점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때문에 대훈서적 안에 입점해있던 커피샵이나 애플 대리점도 다 문 닫은 것 같고 (그건 대훈서적에서 직영하는 건지도 몰라), 문구점만 딸랑 문 열었는데, 처량하더만.

아내가 결혼하거나 말거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내가 결혼했다’를 빌려줬다.  내가 빌려달라고 한건 아니고, 자기가 읽어보니 재미있길래 나보고도 권해준 거였다.  음, 2년 전에 다른 사람이 추천한 소설인데 그 때 안 읽었다. 

지금 약 절반 정도 읽었는데,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간다.  걍 아내가 결혼하거나 말거나 관심없는데. 축구 얘기는 디립다 나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이 왜 일케 안 가지?  내일 책 갖다주고 읽은 척 해야겠다.

토미에

요즘 이토 준지의 만화를 읽고 있다.  이토 준지는 스티븐 킹과 유사하게 상상력의 발원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종착역까지 추구해보는 뇌의 탐구자이다.  그의 작품 중에 제대로 으슬으슬하게 하는 것이 ‘토미에’이다.  ‘토미에 Again’까지 나왔는데, 그 후속편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듯.  이미 나오고 있나?  토미에는 결코 죽지 않으니까.  ㅋㅋ

한국어의 영향력 – Wiki 지수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생각이지만, 2009년 1월에 시점을 고정시키고서 세계의 수많은 언어들을 그 영향력의 순서대로 랭킹을 매겨보기로 하자. 그렇다면 어떤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잣대가 될까?

Wikipedia 첫 페이지를 보면 언어별로 등록된 article의 갯수가 나온다. 이 갯수대로 언어의 영향력 랭킹을 매기면 대략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언어의 영향력이란 게 뭔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고 그걸 측정하기 위해 wikipedia 에 언어별로 등록된 article의 갯수를 비교한다는 게 얼마나 정확한지는 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자.

현재 스코어로 Wikipedia에 등록된 article별로 순위를 매긴 것은 아래와 같다.

1. 영어 (2,715,000개)

2. 독일어 (857,0000개)

3. 프랑스어 (756,000개)

4. 이탈리아어 (535,000개)

5. 러시아어 (353,000개)

6. 일본어 (557,000개)

7. 스페인어 (439,000개)

8. 폴란드어 (572,000개)

9. 포르투갈어 (454,000개)

10. 네덜란드어 (514,000개)

영어는 2위인 독일어에 비해 3배가 넘는 article수가 올라와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영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이다. 그리고 이는 상당 기간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흥미로운 건, 우리가 국제기구에서 많이 쓰거나 공식어로 인정하는 국제언어인 1. 영어, 2. 프랑스어, 3. 스페인어, 4. 러시아어, 5. 중국어의 순서가 Wikipedia에서는 꽤 혼란스럽게 뒤섞인다는 점이다.

국제어로서의 지위는 거의 상실해버린 독일어가 2위이며, 반면 국제어로서는 3위의 지위를 갖고 있는 스페인어는 Wikipedia에서는 7위에 그친다.

좀 과격하게 말해서, 미래의 언어 영향력을 Wikipedia의 article 갯수로 예상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미안하지만 스페인어는 아웃이다. 흥미롭게도 중국어는 리스트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경제적인 영향력으로 봤을 때 중국어가 향후 중요한 언어가 될 것이라는 것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단, Wikipedia로 알 수 있는 언어의 영향력이란 것이 문화의 수준, 언어공동체가 공유하는 지식의 정도, 그리고 더 나아가 흔히 말하는 ‘민도(民度)’의 정도라고 정의를 한다면 중국어가 세계의 중요한 언어가 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10억이 넘는 인구 덕분에 세계 2~3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이 3,000불 정도에 그치고 있는 나라에 불과한 것이니까. 거기다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아직도 심하게 통제되고 있는 나라이니까.

일본어는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언어이다. 특허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어 몇 마디 할 줄 아는 게 교양으로 인정받는 유행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어떤 정보이든지 잘 정리해놓기로 유명하다. 마치 집단정보편집증이라는 병리학적 현상이 있다면 그건 마치 일본인을 묘사하기 위해 생겨난 말인 것처럼. 그리고 일본어를 제1언어로 쓰는 언중(言衆)이 1억이 넘는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일본어는 Wiki지수에서는 6위로 상당히 낮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정보를 얻는다는 목적으로 배워야 할 언어는 영어 다음으로는 일본어이다. 그만큼 일본어로 된 좋은 책이나 정보들이 많다. 그런데도 Wiki article은 6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인들이 Wiki에 대해 가지는 태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국인이 집단지성에 가지는 자세와는 또 다른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국어. 안습이라 할 수 있지만, 한국어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언어가 될 때는 21세기 내에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적이 2007년에 있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국제특허시스템(PCT)에 이용되는 국제공개어로 한국어가 포함되었다. 이때 같이 포함된 언어로 포르투갈어 등이 있는데, 이후로 PCT 국제공개어는 9개가 된다. 의미가 있는 사건인데, 이는 한국에서의 국제출원수가 세계 4위로까지 도약하면서 한국어가 국제특허시스템에서의 중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일이 사회 다방면에서 발생해야 한국어가 국제언어로서 중요해지게 된다. 특히 문화에서 그런 일이 발생해야 한다. 현재 한국어판 wikipedia를 보거나, 혹은 naver 지식인을 보건대, 그러한 추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사족: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국제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 즉, 해외 주재관, 외교관 등등의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일본 문화(상품)이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이유가 일본인들이 자국 문화를 잘 포장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사람들과 어깨를 비비다보면 일본의 위상과 한국의 위상이 너무 차이가 나거든. 그래서 자존심도 상하는데, 그런 열등감을 보상받고 싶어서 만들어내는논리이다.

나도 한 때 일본을 그렇게 폄하한 적이 있었다. 이거 큰 착각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 생각이다.

단재 신채호의 민족사관과 여타 민족을 강조하고 한민족의 긍지를 드높이려 한 많은 사학자들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그런 노력들 속에서 일본을 야만족의 섬나라이며 문화란 것은 죄다 신라-백제, 고려, 조선에서 전수받은 것 뿐이라는 주장/믿음은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해보자. 장보고가 해상왕이고 서해/남해의 해로를 장악했다고 한다. 그거가 사실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장보고가 해상을 호령하고 있었을 때는 같은 바다를 놓고 경합하는 다른 세력들이 있었을 것이다. 풀한포기 없는 사막에 사자 한 마리가 앉아서 사파리를 호령했다고 하는 건 웃긴 일이니까. 그 경합하는 다른 세력이 일본이나, 중국의 강남 지역 해상 세력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이야기 아닌가? 장보고는 그러한 경쟁세력들보다 우위에 서서 해상을 장악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말이 되는 것일게다.

장보고 이야기는 하나의 예일 뿐이고, 한반도의 역사는 한족의 거대한 영향력과 일본 열도의 세력들의 중간에서 그들과 교류 또는 경쟁하면서 이어져온 역사라고 보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해석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일본은 섬나라의 야만족이라고 폄하할 수 없는, 우리 혹은 한족과 당당히 맞설 정도의 세력을 유지해온 나라라고 봐야할 것이다. 몽고가 긴 여정을 무릅쓰고라도 정복해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무시할 수 없는 나라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