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교수의 문장력
글쓰기란 게 내 밥벌이와 관련이 많은 것이라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유심히 읽어볼 때가 많다. 요근래 들어서 한국어로 쓰여진 글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할만한 글이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이임사이다.
글에 진심이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어야 할터인데, 요즘에는 언론이든 블로그이든 진심이 들어가지 않은 글들이 많다.
다음은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이임사 전문.
글쓰기 교범 저자들이 아래아한글을 싫어할 이유
영어로 글쓰기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어보면 공통점이 차이점보다 많다. 법률 분야에서 글쓰기에 대한 교범들을 읽어보아도 마찬가지다. 단어와 단어를 엮어서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내용도 그러하지만, 문장을 결합하여 문단을 만들고 이를 종이에 프린트한 과정까지를 마치고 그 결과물로 나오는 ‘문서’를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도 이 교범들은 공통점이 많은 내용들을 가르친다.
‘문서’를 만든다는 것은 A4, Letter 등 다양한 포맷 중에서 어떤 용지를 선택하느냐부터, 여백, 폰트, 줄간격, 줄맞춤 등 여러가지 옵션들을 지정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MS 워드와 아래아한글을 다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MS 워드는 로마문자를 바탕의 사회에서 타이프라이터로 문서 만들기를 하는 문화의 전통에서 기반하고 있다.
Serif와 Sans Serif라는 폰트의 대별. (Serif는 with feet이라는 뜻. 즉 글자의 꼬랑지 부분에 curly decoration이 들어가는 폰트를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보통명사이고, San serif는 without feet으로 curly decoration이 없는 폰트를 말하는데, serif는 times new roman, garamond 등의 폰트가 있고, sans serif는 arial이 대표적) 그리고 variable width font과 fixed width font의 구별이 대표적이겠다.
줄간격은 single spacing, 1.5 spacing, double spacing의 세 가지가 기본이다. 참고로 법률 분야에서 문서 작성시에는 double space를 기본으로 한다.
줄맞춤은 full justification (양쪽 맞춤), flush left (왼쪽 맞춤) 등이 있다. 법률 분야에서 문서 작성시에는 flush left가 기본이다.
여기까지만 대충 말해도 아래아 한글을 이용하여 한국의 정부/기업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과 MS 워드를 이용하여 영어로 법률 분야에서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정부/기업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영어권이나 다른 인도-유럽어족 국가에서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과 크게 구별되게 하는 점은 ‘개조식’이다. “~임” “~음” 등으로 간략하게 끝맺음을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글쓰기 방식으로, 그 기원은 잘 모르겠으나 핵심만을 간단하게 보고하는 데에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내가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개조식이란 게 일본에서 베껴다 쓴 것이라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개조식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따라다니는 법칙들이 있는데, 그런 법칙들은 주로 도제식으로 전수된다. 예를 들어, 어절이 줄바뀜 때문에 허리가 잘려서는 안 된다라든지, 줄바꿈을 했는데 단어 하나만 달랑 다음 줄에 남게 하면 안 된다라든지, 페이지가 바뀌었는데 문단이 중간에 허리가 잘리면 안 된다라든지…
어절의 허리가 잘려서는 안 된다라는 법칙은 아래아한글 기반의 국문 문서 작성시에 적용되는 불문율인데, 재미있게도 아래아한글의 서식의 기본은 줄이 바뀔 때 ‘글자’ 단위로 자른다. 그래서 옵션을 바꿔주거나 적절한 편집을 해주지 않으면 기본적으로는 줄바뀜할 때 단어 허리가 잘리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옵션이나 ‘적절한 편집’ 역시 도제식으로 전수된다.
MS 워드에서는 기본이 ‘단어’ 단위이다. 영어 문서에서는 기본적으로 flush left (왼쪽 맞춤) 방식으로 편집하게 되고, 줄 바꿈 할 때에는 가장 마지막 단어가 넘칠 경우 다음 줄로 넘겨버리는 방식을 쓴다. 예전에는 하이픈 (’-')을 이용해서 단어 허리를 잘라서 다음 줄로 넘기곤 했는데, 그런 방식이 과거 타이프라이터 시절에 널리 쓰이던 방식이기도 했지만, flush left 방식과 경합하던 방식이었고 현재는 flush left가 기본이 되었다.
일일이 쓰자니 한두 가지가 아닌데, 요약하자면, 아래아한글 기반으로 국문 문서를 작성할 때와 MS Word 기반으로 영문 문서를 작성할 때의 관습이란 게 차이가 크다. 그리고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은 MS Word 사용자들이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편집권을 사용자에게 준다. 예를 들어, MS Word에서 줄간격은 기본으로 single space, 1.5 space, double space가 제공되는 데 비해, 아래아한글은 10% 단위로 줄간격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거기다가 자간 간격 역시 MS Word는 메뉴를 찾아 들어가서 fine-tuning을 할 수 있게는 되어 있지만 그렇게 자간간격까지 바꿔가며 문서를 편집하지는 않는 것이 그쪽 사회의 관습인 반면, 아래아한글은 Ctrl+Alt+N 및 M이라는 단축키를 통해 자간을 쉽게 바꿀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건 마지막 줄에 달랑 하나 떨어진 단어를 윗줄로 줏어올리는 데 주로 쓰이는 단축키이다.
이러한 아래아한글식의 편집에 대해 영어 글쓰기 교범들은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영어권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들은 아래아한글식의 다양한 편집 옵션을 사용자에게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어권에서는 단어하나가 달랑 마지막 줄에 남거나, 혹은 페이지가 넘어갈 때 문단의 허리가 잘리는 것을 궤념치 않기 때문에 아래아한글식의 편집 옵션이 이슈가 되지 않는다.
나 개인적으로는 MS Word 방식, 더 나아가 이건 이전의 Word Perfect의 방식이기도 했고 다른 영문 기반의 워드프로세서에는 공통적인 관습인데, 이들을 선호한다. 글쓰는 이에게 최대한의 자유도를 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혹자는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아한글이 다양한 편집 옵션을 주니까 글쓴이에게 최대한의 자유도를 주는 것이 아니냐고. 근데, 막상 관습적으로 전해내려오는 한국의 정부/기업 방식의 문서 만들기를 해보다 보면, 편집을 위해 내용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글쓰는 이가 하고 싶은 말에 제약이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반론도 물론 있다. 수련의 정도가 높아지면 개조식의 압축된 형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다고.
이걸로 토론 시작하면 날밤 샐 수도 있는 문제라 간략하게 줄여야겠는데, 내 경험으로 봐서는 개조식은 담고자하는 바를 간략하게 담아내는 형식이고 또 그렇게 글을 쓰기 위해 수련이 필요하고, 수련이 충분히 된 사람은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작은 분량의 글에 담아낼 수도 있지만, 고급스런 글쓰기는 절대 불가능하다. 단어나 표현을 조금씩 변화시켜 가면서 뉘앙스의 변화를 추구하기도 하고, 가끔 글에 장식을 넣기도 하는 등의 시도가 불가능한 것이 개조식이다. 물론 개조식의 목적 자체가 그러한 것이므로 개조식은 원래의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좀더 쓰기가 귀찮아서 걍 평소에 생각했던 거 하나로 결론으로 갈음한다. 글을 잘 썼는지 못 썼는지를 판단하거나, 혹은 비문이 얼마나 되나 하는 것들을 알아보려면…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을 해보라… (꼭 이 방법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있긴 하지만..)
누군가가 쓴 개조식 문서를 영어로 번역해 보라. 얼마나 비문 천지인지 알 수 있다. 간략하게 핵심단어들만으로 문장을 구성하면서 누구나 이해할 것 같은 문장을 만들어내지만 영어로 번역해보면 번역이 안 된다. 이게 개조식의 문제라고 할까? 거기다가 고구마줄기처럼 딸려오는 ‘문서’ 만들기의 관습들…
쉽구나 시리즈
하루에 한 점.
한 점 그리는 데 한 시간 이내.
위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시작한 시리즈인데… 하루에 한점을 그리기는 어렵구나.
참 어렵죠. ㅡㅡ;
오늘은 11시30분에 시작해서 11시 48분에 끝냄.
집에 들어온 게 그 시간이었단 얘기임.
마이클 잭슨
지금은 대중음악이 예술이냐 아니냐는 질문 하는 사람이 없지만, 80년대만 해도 그런 얘기 하면 뭔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대중음악을 폄하하면서 있어보이는 체 하려는 사람들이 드글드글 할 때에 나도 ‘정말 대중음악은 예술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더 이상 그런 질문을 하지 않게 만들었던 사람. 마이클 잭슨.
그가 만들었던 모든 음악들, 모든 춤들, 모든 비디오가 예술이었다.





